IoT, 잠못이루는 밤을 해소해줄까?

필자는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편이다. 잠드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지만, 1~2시간 단위로 잠을 계속 깨기 때문에 낮에도 항상 피로감을 느낀다. 그래서 건강과 관련한 문제를 이야기할 때 수면관리가 잘 되는 기술이 발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필자만 이렇게 양질의 수면을 바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2015년 3월에 있었던 갤럽의 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8%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7~8시간 수면을 못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수면과 관련한 다양한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면서, 과거보다 수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데, 특히 현대인의 피로감과 수면의 연관관계는 매우 밀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해서 2014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서는 미국인들의 수면부족을 가장 중요한 건강문제 중 하나로 꼽기도 하였다.

수면부족은 피로 이외에도 우리들에게 많은 부정적인 요인을 가져온다. 스트레스를 쉽게 받을 수 있으며, 출퇴근 상황에서의 사고 등은 물론이고 비만을 유발하고 심혈관계 질병의 위험도도 크게 높인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의 삶은 수면과 적대적인 요소들로 가득차 있다. 이렇게 문제의 영역이 커지다보니 IoT 기술을 이용해서 건강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기술들 중에서 수면관리를 목표로 하는 것들이 최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from Wikipedia.org
from Wikipedia.org

 

최근 스타트업과 크라운드펀딩 플랫폼 또는 CES 등의 전시회에 나가보면 건강과 관련한 IoT 제품들 중에서 상당 수가 수면관리와 관련한 기술들을 탑재하고 있다. 가장 흔한 형태는 손목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수면 중의 움직임을 체크해서 수면의 질을 측정하고, 앱을 이용해서 수면과 관련한 분석과 조언을 주는 것이다. 또 다른 형태로는 잠을 자는 침대에 깔거나 주변에 설치해서 침대의 딱딱한 정도나 움직임, 소음과 주변의 조명과 빛 같은 환경 요인 등도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들도 등장하고 있다.

치료적인 측면에서는 바이오피드백 원리를 도입한 기술 들이 눈에 띈다. 수면장애의 원인으로 흔히 지목되는 하지불안증후군이나 이갈이 등과 같은 버릇과 연결된 수면장애의 경우 바이오피드백을 이용한 기술이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잠을 잘 들게 만드는 환경과 관련한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잠을 깨울 때 해가 뜨는 것을 안대 등을 이용해 보여주거나 적절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잠을 깨게 만드는 기술, 혼자 자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친구나 애인의 심박을 느끼면서 같이 잠들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베개 등의 건강 IoT 상품도 눈에 띈다.

제품과 기술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이미 수면관리 기술을 어떤 식으로든 쓰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2015년 CES 쇼를 주관하는 CEA(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 올해부터 이름을 CTA로 바꾸었다)와 미국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 NSF)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한 성인의 22%가 어떤 식으로든 수면과 관련한 기술을 쓰고 있다고 답을 하였다. 그렇지만, 그 효과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다. 수면과 관련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성인들의 수면의 질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그룹에 비해 유의미한 수면시간의 연장이나 질이 좋아졌다는 증거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수면기술을 꾸준히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1/4 정도는 해당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하였다.

간단히 말해 많은 사람들이 수면과 관련한 기술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기술들이 이들을 실제로 돕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관련된 연구들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힌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CEA와 NSF의 연구에서도 음미할 만한 결과들이 있는데, 스마트폰 앱과 연동된 다양한 피트니스 모니터링 손목밴드는 수면관리에 최적화된 것이 아닌 탓인지 그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면과학자들은 특히 이런 기기들의 사용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잠들기 직전에 어떤 형식으로든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은 수면과 관련한 호르몬 분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스마트폰이 연계되어 있을 때 수면관리에 되려 수면에 방해되는 기술이 자꾸 끼어들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이 잠을 자는 침대 근처에 있는 것도 그다지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되려 수면과학자들은 적어도 눈을 감기 30분 전에는 침실에서 모든 전자기기를 벗어서 바깥에 둘 것을 권한다. 최근의 연구결과도 이런 권고를 뒷받침하는데, 수면과 관련한 데이터를 측정을 하는데, 이를 항상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사용하는 경우에 가장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았으며, 효과성이 떨어졌다.

그에 비해 실제로 잠을 들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전문 기술들의 경우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진 수면관리 기술은 실제 잠을 자는 물리적 환경을 제어하는 것과 관련한 기술들이다. 예들 들어, 침대 매트리스가 최적의 압력을 가졌거나,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침실 온도, 베개의 각도의 딱딱한 정도, 조명과 소리 등이 그것이다. 즉, 이런 물리적인 환경을 개인에게 가장 최적화되게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가장 과학적인 효과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를 종합한다면 현재 가장 좋은 수면관련 기술은 침대나 침실 전반에 대한 진단 및 처방이 가능한 기술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시 말해 싸고 간단하게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수면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손목밴드 정도의 수준으로 간단히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잘 만들어진 침대와 침실환경과 관련한 기술이 결국에는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결국 간단히 아이디어만 가지고 쉽게 만들어 해결하기에는 우리의 ‘잠’은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진정으로 양질의 수면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면 보다 집중적인 수면과학에 대한 연구와 이에 기초를 둔 근원적인 제품개발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Getting More Sleep Linked to Higher Well-Being

Details From the New Frontier of Sleep 

 
P.S. 이 원고는 디지털타임스 <메디컬 3.0> 칼럼에도 압축되어 실렸습니다.
글 : 하이컨셉
출처 : http://health20.kr/3498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