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과 사무실을 없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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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있어서 다양한 혁신을 하지만, 다른 경영 전반 특히 기업문화나 사무공간에 있어서도 이전 전통적 산업에서 해보지 못했던 시도들을 하게된다. 최근 선데이토즈에 있으면서도 큰 기업 다니던 시절 못 했던 온갖 시도들을 해봤지만, 어떤 것은 성공하기도 또 실패하기도 했다. 따라서 혹시라도 혁신에 목 말라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려는 분들이라면, 내 예전글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스타트업으로 가려는 당신을 위한 5가지 조언’을 먼저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한다. 🙂

지금은 또 새로운 스타트업에서 이런 재택근무/출퇴근 자율로 표방되는 모바일 오피스를 실행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오히려 정반대의 일들 – ‘사무실’, ‘공간’을 만드는 일을 접하거나 해볼 기회가 많았고, 또한 가장 잘 알게된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예전에 다녔던 네이버에서는 그린팩토리라는 건물이 만들어지고 입주하는 과정에서 온갖 실험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멋진 기회가 있었고, 그 이전에도 가족이 운영하던 한식당을 레스토랑펍으로 피보팅(pivoting, 사업전환)과 리모델링한 경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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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토즈에서 초기에는 다양한 오피스텔을 전전하다 120평 사무실 공간을 4천만원대의 말도 안 되는 저예산으로 당시 우리 입장에서 꽤 쓸만하게 만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 에어컨도 없던 불편한 회의실에서 보드 미팅하던 투자자 분들이 가장 좋아하셨기도 하다. 투자한지 꽤 되었지만 이제 드디어 사람 많이 뽑고 돈 쓴다고…

오늘 이야기는 어찌보면 내가 ‘공간 없는’ 업무를 시작하게된 계기인, 내가 예전 경험으로 얻었던 ‘공간’에 대한 성찰, 지금 “스마트카운트”, 현재 “R’FN”이란 이름으로 바뀐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모바일 오피스를 시행하며 겪어본 겪은 ‘온갖 삽질’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스타트업에 진짜 필요한 오피스는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고민과 생각들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공간을 없앨 수 있었던 그 배경엔 아이러니하게도 공간에 대한 이해가 다소 필요했었기에 다소 길이가 길 수 있다. 시간이 없으시다면 어디 저장하거나 공유하고 시간을 두고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일하는 공간을 없애는 리모트 워킹을 하기 위해서는 공간과 일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멋진 ‘하드웨어’인 공간을 만드는 과정의 경험

이전에 다녔던 ‘홍익인터넷’이란 회사도 그 땅값 비싸다는 명동에 몇백평 되는 사무실에서 수백명이 일했건만, 2003년에 내가 들어갔던 NHN(지금은 네이버/한게임 분할)은 당시 강남 스타타워(지금 GFC) 그 큰 건물에 34층부터 4개층을 쓰고 있었고, 1000명 넘게 늘어나는 인력이 감당이 안되어 분당에 위치한 새로 생긴 대기업 계열사 건물에 임대로 옮겼다가 나중에는 드디어 회사 소유의 사옥을 지어 입주하게 된다.

내 지인들이 한땀한땀 만들었던 이 곳은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매우 많은 화제가 되었었고, 나는 이 조직이 소속된 본부 내 경영전략 조직에 있었기에 얼마나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구경’하러 방문했었는지 기억한다. 당시 회사 입장에선 좋은 결과물이 필요했기에 그 유명하다는 IDEO에게서 기업 브랜드 컨설팅도 받았던 경험도 있었고, 건축 및 공간 디자인에 있어 관련된 팀들이 스타트업의 혁신 사례처럼 꽤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해본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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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건물은 한참 인터넷이 폭발적(explode)으로 성장하던 시절에, 어찌보면 상대적(?)으로 순풍을 타고 성장하던, 꽤 많은 자본이 있던 IT 대기업이었기에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규모인 것이지, 작은 스타트업이 시도 해보기에는 매우 비싸고 어려운 투자이다. 또한 이 공간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단순히 멋지게 만드는 것을 떠나 ‘공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구가 매우 오래 ‘투자’되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놓치곤 한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멋지거나 럭셔리(luxury)하다는 부분들이나, 단편적인 부분만 카피(copy)한다고 해서 괜찮은 사무실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그 공간을 쓰는 사람들에 의한 고민이나, 경영진들이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에 대해 얼마만큼 신경쓰고 배려하느냐에 따라 이런 실험들이 성공 또는 실패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전 서현동 사옥(지금은 NTS라는 자회사가 쓴다)에는 그 실험의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사실 멋진 공간 이전에 들어야 할 ‘고객’의 목소리

나는 정말 이런 멋진 사무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린팩토리 입주 첫 날 매우 흥분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당시 내가 속해있던 경영전략부서를 비롯 인사/총무부서와 디자인 부서 등 많은 부서에서는 새 건물에서 옮기고 나서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 밥 먹는 곳들과 주변의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도 만들 정도로 직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열심히 뛰고 있었지만, 대망의 입주 첫날 다른 부서 어떤 이에게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도 만나게 되었다.

멋지기만 하지, 이거 할 돈으로…

물론 소수의 의견이긴 했지만 솔직히 의외였고 충격에 가까웠다. 새로 지어진 이 건물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정말 효율적인 예산 집행과 일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과 투자, 많은 사람들의 사전 조사와 땀이 어린 ‘작품’에 가까웠는데 말이다. 극히 일부일지 몰라도 어떤 사람들에겐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이들의 불만도 일리가 있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린팩토리 이전에 공간에 대한 사전 실험이 되었던 현재 NTS 사옥

사실 제 아무리 멋진 공간이 있다한들, 그 회사의 일에 대한 만족도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당연히 좋은 근무환경과 공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 내부에서 쓰는 사람들(고객)에게 필요한 공간이어야 했고, 고객 입장에서 그린팩토리는 어찌보면 그런 방향의 고민과 수요들은 대부분 충족한 편이었다. (회의실 부족해결, 조직별 발표할 수 있는 공간, 각종 휴게공간을 비롯한 다양한 편의시설들) 다만 놀랍게도 여기에는 좋은 공간이 반드시 회사의 만족도 상승과는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진실’이 숨어있다.

아무리 멋진 ‘공간’이어도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내가 맡은 ‘일’의 문제였다.

나도 오래 겪어봤던 직원 입장에서, 이런 낯선 환경은 때때로 경영진의 의도에 따른, 환경 변화에 대한 일방적 의지 표명으로 받아 들일 수도 있다. 주변에 ‘나 이런 회사 다녀’라는 잠깐의 우쭐함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기업에 대한 애정도가 매우 높아지길 바라기는 너무나도 높은 기대일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만든 공간들 역시 나중에는 필요에 의해 아예 없어지기도 목적이 변경되기도 하는데,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런 편의시설을 없앴다가 가뜩이나 곤두박질 치던 충성도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도 여럿 보기도 했다.

나 역시도 매일매일 야근하는 직장의 틈바구니에서 이런 멋진 사무실 공간이 전혀 나 자신을 위로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던 계기가, 매일 불꺼진 복도를 지나면서 내가 능력이 모자라 이 일을 잘 해결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조직의 문제가 나를 이렇게 목 죄는 것일까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고, 반면 내 일이 잘 풀릴 때에는 그 성취감에 사로잡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 역시 같은 복도를 지나가며 묘한 뿌듯함과 소속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공간이라는 것이 어찌보면 창조성과 협업을 북돋는 필수적인 매개체가 될 것이라 다들 생각하지만, 예전에 IDEO가 이야기했듯이 그 진실은 “일하는 방식”, 즉 회사 차원의 운영방식 변화가 없다면, 제 아무리 좋은 공간도 보기 좋은 떡일 뿐, 실제로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없다는 걸 그때 직접 체험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어찌보면 코딩하는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곳은 무언가 틀어박혀 집중하는 공간일 수도 있고, 협업이 필요한 사람과는 각각 공간의 활용도가 달라질 것인데 다른 디자이너나 마케터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간은 일하는 조직의 크기, 상황에 따라 맞추어야 한다.

보통 우리는 이런 ‘협업’이나 개방형 공간 등 한가지 기준에만 맞추어 공간을 설계하다 보니 많은 실수를 범하곤 한다. 그런 개방형 공간에서 실제로 일하는 모습들은 시끄럽게 하면 큰일날 것 같은 ‘도서관의 모습’이면서 말이다. X자형 구조, ㄱ자형 책상, 一자형 책상, T형 레이아웃(Layout, 배치) 등. 내가 겪어본 온갖 실험들의 홍수 속에서 얻은 경험이 있었다면, 사실 ‘일하는 방식 – 소프트웨어’를 고려하지 않은, 그림 그리듯 만든 아름다운 사무실 배치는 전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초기에 정말 작은 회사 때도 계속 겪었던 일이고, 훨씬 큰 NHN라는 기업 내 어느 본부의 500명 이상의 자리배치에서도 역시 동일하게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래도 스타트업을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이니 내 경험을 잠깐 이야기하자면, 내가 만난 거의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10여평 규모의 협소한 오피스텔이나 작은 사무실이 첫 시작일테고, 책상도 새 것보단 어디서 누가 쓰던 ㄱ자형 책상 많이 얻어오는 경우도 많을테니 그걸 기준으로 그린 아래 그림을 잠깐 살펴보자.

전직 디자이너 맞다. 귀찮아서 Google Docs로 그렸다.

예를들어 만약 개인별 작업을 장시간 해야하고 집중해야 한다면 왼쪽 그림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4명의 인원이 커뮤니케이션 해야하거나 개별적으로 집중해야 할 공간이라면 오른쪽이 더 나을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저 두 레이아웃(layout)은 일하는 모습에서도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당연히 자주 커뮤니케이션하거나 협업의 목적이 아니라면 무리해서 사무실을 임대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중간에 테이블 하나 두고 같이 문서를 보거나, 같이 모니터 화면 보면서 이야기하는 소규모 조직이라면 오른쪽 그림이, 나눠진 직무별로 모여서 각각의 작업만 하면 되는 구조라면 그냥 一자형이나 아무런 사무실 배치여도 크게 문제 없을 것이다. 그만큼 공간의 기능 보단 회사 업무에 따라 실제로 ‘쓰는 사람’과 ‘일하는 모습’에 대한 차이가 나타나게 되고, 사실은 일하는 모습에 맞추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선데이토즈 5층 공간인데, 오른쪽의 접이식 벽(벽화)은 대규모 사내 행사가 있을 때 열어서 사무공간으로 확장해서 사용된다.

선데이토즈 5층 공간인데, 오른쪽의 접이식 벽(벽화)은 대규모 사내 행사가 있을 때 열어서 사무공간으로 확장해서 사용된다.

나중에 선데이토즈가 120평, 200평, 계속 확장할 때에도 이런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각 팀, 각 구성원간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와 고민들, 자리배치 하나에도 서로 일하기 편하도록 고민하고 구조를 만드는 일들은 계속 되었는데, Google Docs(Slide로 알아보기 쉽도록 자리배치를 만든다음, 각 경영진들끼리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직접 편집해가며 각 조직별 원하는 위치와 형태를 만들도록 협업했던 경험도 있다.

위의 사진에서 설명한 5층 카페테리아 공간을 비롯해서, 회의실도 필요에 따라 옆 회의실과 확장할 수 있는 구조, dead space(버려지는 공간)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버/통신장비 공간과 적정한 회의실의 크기에 대한 고민 등, 물론 돈 많이 들여 크고 화려하게만 꾸민다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정말 우리가 일하는 모습과 필요한 공간들을 최대한 고려하고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건 그저 누구한테 그려달라 맡긴다고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 없는 공간은, 앙꼬 없는 찐빵이요,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나 다름 없을 것이다.

모바일 오피스/리모트 워킹 이야기한다면서 이 이야기도 꽤 길어졌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할 이야기가 더 많은데 이정도로 하고, 나중에 시간 될 때 스타트업에 필요한 공간 구성에 대한 글을 따로 써볼까 한다. 맛배기는 여기까지.

그런데, 우리는 시작부터 모바일 오피스를 시도해보았다.

솔직히 공간 만드는데 이력이 꽤 있는 내가,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서 모바일 오피스에 리모트 워킹이라니 뭔가 어울리진 않는다. 사실 시도하게 된 계기는 CTO를 비롯해 출퇴근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멤버들도 다수 있었고, 어찌보면 이런 출퇴근 시간이 꽤 큰 비효율이기도 했다. 어차피 혁신을 밥 먹듯 하는 곳이 스타트업이라는데, 내가 창업했고 CEO인 이상 안 해볼 이유 역시 없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원도 꽤 되는데다,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일할만한 공간을 임대하는 것 역시 가난한 스타트업에서는 경영상 별로 현명한 투자는 아니다. (만약 이 인원이 강남 어딘가 사무실을 임대한다면 보증금과 월세, 관리비 등 포함하면 약 3천만원 정도가 1년동안 묶이거나 날아갈 것이다) 멤버들 위치 역시 따져보니 내가 사는 판교를 비롯해 동탄, 용인, 분당, 안양, 서울 강동, 성동, 서초 등 너무 다양하니, 회의실 겸 쓸만한 강남지역 제일 싼 오피스텔을 헤드쿼터랍시고 하나 구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경영 업무를 맡은 필수 상주 멤버를 제외하고는 아예 본인 입장에서 가장 편한 곳에서 편한 시간에 일하자고 선언 해버렸다. 게다가 CTO를 비롯한 엔지니어들 역시 리모트 워킹에 익숙하고 그 중에는 미국 스타트업일을 한국에서 일하던 친구도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그림처럼 보인다.

시도1. 원격근무와 온라인 협업 도구의 도입

당연히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커뮤니케이션에는 Google Hangout(나중에는 Slack으로 바꿨다), 문서 협업을 위해 Google Docs, 업무 task 관리를 위해 Asana(이 글 쓰느라 아직 내가 해결하지 않은 task가 75개나 된다. 망했다), 트렌드 정보 공유를 위해 Facebook Group, 고객들과 일부 외부파트너와의 협업 툴로 Trello 등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좋다는 건 안 써본게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문서는 Google Docs를 통해 만들고 공유하기로 했고, 거의 모든 개발과정에서 기획관련 문서화는 꼭 실행하도록 정착시켜 보았다. 그리고 개발 과정의 커뮤니케이션을 절약하기 위해 Prototyping Tool(웹/모바일 시제품 제작도구) 은 7가지 정도 써보면서 확정하는 등 도입해볼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에 대한 시도는 꽤 해 보았는데 직접 써보니 모든 것을 만족하거나 개별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솔직히 아니긴 했었다. 우리는 주로 Slack+Asana+Google Drive 조합으로 사용하긴 했었지만, 이 역시 일하는 방식에 따라 좀 차이가 날 것이다.

사랑한다. Slack.

사랑한다. Slack.

발견된 문제1. 생각보다 개개인별 일 해왔던 방식이 다르다.

처음으로 우리가 맞이한 가장 문제점 중 하나는, 우리가 몸으로 익혀서 알고 있는 ‘일하는 방식’의 문제였다. 제 아무리 일부 인원들이 리모트 워킹에 익숙하고 전파 가능하다 한들, 프리랜서 경험을 비롯 당연히 경력 꽤 있는 선수들(평균연령 40대 중반…)이었는데다, 생각보다 별 문제 없으리라 예상했던 멤버들이 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최소한 나랑 개별적으로 5년에서 10년 이상 같이 일해본 ‘선수’들이었기에 더 충격이 컸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에서 볼 수 있는 변경 잦고 계속 논쟁하며 lean하게 개발하는 방법에는 익숙치 않았던 것. 지난번 글에서도 내가 언급했듯이 보통 대기업 출신이거나 경험 많은 멤버들이 많이 겪는 일이지만, 알게 모르게 잘 짜여진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해 일해오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 소위 아웃소싱 형태의 작업에는 익숙하더라도, 이건 누가 뭘 만들어야 할 지 정의된 경우가 많았지만, 아웃소싱을 직접 내보내 본 경험은 별로 없었기에 초기 개발에서는 멤버들의 혼란이 가중되었다.

대표야 뭐 항상 비전을 공유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그린 그림들을 대다수는 문서화해서 전달하고, 장시간 커뮤니케이션 했었기에 다른 멤버들에게 각 부분별 상세기획을 위임했지만, 맡은 포지션들에 따른 이런 능동적인 task 생성과 원격 업무관리 경험의 차이는 컸는지, 초기에 작업 속도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퍼포먼스 저하가 발생 되었다. 이건 그저 단순히 도입한 협업도구의 적응 문제는 아니었고, 내가 오프라인 사무실이나 온라인에 없는 시간에 발생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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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Drive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거의 모든 발표는 Google Slide로 만들고, 예전 선데이토즈 때 내부 시스템은 다 Cloud로 만들었다.

시도2. 내가 멤버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늘여보았다.

방향성과 요구사항 전달에서 제 아무리 문서화를 하고, 원격으로 태스크 관리해 가며 할당해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큰 것 같기에, 위임했던 일들을 다시 가져와서는 기획서를 직접 다 써가며 전달하고 task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의도 전달을 위해 엔지니어가 있는 동탄을 비롯해 직접 수도권을 누비고 돌아다녔다. 어찌보면 대표의 비효율을 투자해서 시도해보았는데, 아무래도 메시지나 문서에는 생각와 말, 표정과 감정들은 전달되지 않기에 전달에 있어서 만큼은 초기에는 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건 top-down으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대기업식 전달일 땐 동작할 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각각 멤버들이 얼마만큼 자율적 의사에 따라 상호 코워킹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느냐를 측정했더니 생각보다 저조했다. Bottom-up 또는 평행 partnership 기업문화에 익숙치 않은 멤버들은 이 낯선 스타트업 환경에서 온갖 결정장애(!)와 함께, 커뮤니케이션 병목에 시달렸다. 특히 리더의 개별 의사전달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각 구성원 상호간의 능동적 대면과 소통을 늘여야 하는데 초반에 모두 극복하기에는 매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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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미쿡 마저도 top-down에 익숙하고 페이스북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Apple 분위기는 되겠지 생각했다. 근데 나는 잡스가 아니잖아(…)

또 다시 발견된 문제 2. 소통 문제가 아니라 멤버 상호간 신뢰와 교감

즉, 리더가 구심점이 되어 모인 조직이라도, 같이 모여서 동거동락하는 스타트업들처럼 끈끈한 유대관계가 제 아무리 좋다해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멤버들끼리 유대관계가 없던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모트 워킹을 진행할 때 익숙한 개발 조직을 제외한 나머지 직무에서는 기대만큼 큰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않았다. 다시 한 번 스타트업의 팀빌딩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는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걸 해결해보겠다고 큰 비용을 투자해서 다같이 워크샵을 갔다오기도 했고,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다못해 내가 없어도 서로 대화 나누고 결과물을 만들도록 다양한 시도들을 해봤지만, 생각보다 멤버 상호간 신뢰와 교감을 나누기에는, “함께 일해본 시간이 짧은 손발이 잘 맞지 않은 문제”들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거나 아닌 것의 원인이 아니라 서로간 Chemistry(화학적 성질, 조화)의 차이점도 크다는 것이었다.

많은 스타트업의 CEO들이 자신과 어느 멤버가 코드가 잘 맞았으니, 다른 잘 맞았던 친구들과의 협업에서도 잘 맞으리라 혹시라도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실제 대면 시간이 적어서 별로 불협화음 없을 것 같던 리모트 워킹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팀원간 Chemistry가 잘 맞지 않던 멤버는 나가기도 했고, 스프린트에 따라 정기 화상회의는 물론 여러가지 처방책들을 시도 해보았지만, 자신이 한 일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의 성취감이 자신에게 잘 느껴지지 않자 흔들리는 멤버도 발생했다.

가자. 안드로메다로(...)

가자. 안드로메다로(…)

이번에 시도3. 좀 더 속도감있게 목표를 설정하고 드라이브를 걸어보았다.

상호간 신뢰는 어차피 함께 일하면서 쌓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일정에 다소 드라이브를 걸어보았다. 내가 약 100여개 넘는 파트너들을 발굴하고 제휴를 맺고 있는 동안, 실제 프로덕트의 진행에서 다시 내 주력 분야인 디테일, 하나하나 챙겨보다 보니 그동안 밖으로 돌아다니느라 챙기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합류하기 전에 이미 리모트 워킹을 진행하고 있던 CTO가 처음에 ‘생각보다 적응하는데 쉽지 않고 오래 걸릴꺼에요’라는 이야기가 다시 리마인드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리모트 워킹이 겉보기엔 아름다운 이상향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보다 프로젝트 관리, 즉 Project management의 중요성과 리소스가 몇 배 이상 더 커지는 게 Remote working이고, 기존에 제품 성장 또는 개발 중이거나 이미 정해진 일들을 여러 개로 나누어서 진행하는 경우라면 효과적일 수 있을지 몰라도, 초기 스타트업이 시행할 때에는 아래와 같은 우리가 겪었던 교훈들을 주로 만나게 될 것이다.

1. 우리는 생각보다 능동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대학생이나 일반인 대상 강의에서도 자주 설명하긴 하지만, ‘우리는 왜 항상 조별과제가 망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종종 던지곤 한다. 전통적인 top-down 구조의 경험만 많이 있는 우리의 병폐이긴 하지만, 제 아무리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쳐도, 스스로 어떤 일을 만들 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진행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며, due date(물론 상황에 따라 변동해도 됨에도 불구하고)를 정해서 진행하는 방식에는 생각보다 익숙하지 않았다.

제 아무리 능동적인 멤버라고 생각되어도, 생각보다 미리 정해진 회사의 시스템과 누군가가 정한 방향 안에서의 새로운 일들은 능동적으로 해본 적은 있다쳐도 아예 무에서 유를 만드는 소위 Zero to One에는 익숙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것이다.

2. 우리는 기록으로 남는다는 강박관념에 완벽함에만 치중한다. 사실 Lean한 스타트업에서야 양식이나 어떤 완벽함 보단, 진짜 무엇이 먼저 필요하고 먼저 할 것인지 핵심적인 내용만 빠르게 정리/공유하는 습관이 중요한데, 이런 일하는 방식에 익숙치 않은 멤버도 여럿 발견되었다. 실제로 정말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커뮤니케이션 과정 속에 죽어가는 dead time들도 발견되었다.

그리고 Slack을 처음 도입했을 때 가장 재미있었던 경험이, 이런 리모트 워킹에서 거의 모든 일이 각자의 시간에 맞추어 비동기(asynchronous)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메시지가 왔을 때 동기에 가깝도록 답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서로 느꼈다고 털어놨고, 익숙치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빨리 어떤 고민하고 있는지 알려주는게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습관은 극복하기엔 정말 어려운 것 중 하나였다.

3. 규모가 안 나오는 일을 할 때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 우리의 경험은 아니지만 그저 슈퍼개발자면 다 쉽게 해결될 줄 알았던 일이 Lean하게 진행되지 못하게 되고, 항상 사람 모자란 상황에서 효율성은 안 나오는 일은 물론, 슈퍼디자이너면 다 해결될 줄 알았던 일들이 기존 일해온 분업화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또 사람이 더 필요한 상황도 만나게 되곤 한다. 생각보다 멤버간 경험과 생각의 차이가 커서 이 부분을 극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투자되었고, 결국 이런 부분은 팀빌딩 과정에서 헤쳐나가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기존 멤버를 비롯해서 새롭게 다시 새로운 멤버로 또 빌딩하는 연속이었다. 리모트 워킹을 한다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었고, 오히려 더 초기 팀빌딩과 멤버 선정에 훨씬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게 리모트 워킹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존 리모트 멤버들을 비롯, 새로운 멤버나 파트너들을 위한 좋은 솔루션을 고민하다 리모트워커들을 위한 커뮤니티라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단순히 1인 기업, 프리랜서로 혼자 하는 일과, 팀으로 진행하는 리모트 워킹은 당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나처럼 또는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팀 또는 회사 전체가 리모트 워킹을 실행,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고, WordPress를 운영하는 Automattic이나 Basecamp 등 잘 알려진 곳 외에도 해외 기업들 중에서는 꽤 꽤 리모트 워킹이 도입되고 있다는데, 한국에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좀 어렴풋이 한국스러운 접근 방법들이 보이는 것 같다. 참고로 외국 유명한 사례들을 좀 더 살펴보고 싶다면 HIVE ARENA 최종진 공동대표가 나에게 알려준 이 링크를 한 번 참고해보시기 바란다.

R'FN Start-up Class 때 사진.

R’FN Start-up Class 때 사진.

그래서 아예 쬐금이라도 남아있던 오프라인 환경도 바꿔보기로 했다.

원래 우리가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Version 2.0라고 부를정도로 규모가 다소 크고 오래걸리는 lean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건 이거대로 느슨하게 진행토록 두고, 새로운 1.0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착수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비중을 더 늘여보았다. 그러다 문득 서비스 개발 바쁜 일정 속에 내가 어디서 주로 일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는데, 제품/서비스 개발 외에도 스타트업에 발생하는 경험에 기반한 이슈들을 강연을 통해 만나는 일을 하고 있는 R’FN Start-up Class나, 각종 멘토링(개인적으론 이런 용어는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을 진행하는 곳은 주로 열린 공간들 중 카페 또는 코워킹 스페이스들이었다.

최근에 Managing Director로서 도와주게된 Code/States나 곧 공개할 마케팅 실험 프로젝트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진짜 협업 사례를 보여주게 될 신규 컨설팅 프로젝트 등 다양한 스타트업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일들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골방 같은 오피스텔 사무실 보다야 이런 코워킹 스페이스가 같이 일하는 멤버들의 생각 전환과 고객(?) 접점에 있어서 더 유리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내부 멤버들 의견을 묻고 아예 코워킹 스페이스로 이전해 버렸다.

리모트워킹을 하면서도 코워킹 스페이스로 이전하면서 달라진 점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눈에 보이는 리모트 워커가 많아지면서 실제로 내부 기업 문화에 있어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상주 멤버가 기대보다 빨리 적응한 것은 물론이고, 파트너가 아니었던 스타트업들과의 미팅은 물론, 협업하는 파트너들과 만나는 기회도 늘어나게 되었다. 신규 프로젝트도 좀 더 Lean하게 진행하기 위해 팀 멤버도 새롭게 추가되었고, 이들은 코워킹은 물론 리모트 워킹에 그래도 익숙한 친구들이어서 앞으로 진행될 새 프로젝트들이 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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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실제 또는 가상의 공간에서의 일은 사람이 실행하고 채워나간다.
약 1년여의 여정을 통해 매우 많은 일들을 시도해본 것 같다. 제품/서비스 개발을 비롯해서 스타트업을 위한 환경을 만들겠다며 스타트업이 직접 참여하는 교육 프로젝트인 UniConn Network를 통해 진행한 10개 주제의 Start-up Class, 벌써 600여개의 스타트업이 강의를 들었고 재방문율(retention)도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서 내년엔 좀 더 개선된 많은 강의들을 오픈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리소스 문제를 파악하고 UX/UI디자인 리소스 해결을 위해 진행했던 ‘손 좀 덜어주세요’ 프로젝트나 곧 새로 오픈할 한국에 없던 Full stack engineer 양성 프로그래밍 부트캠프인 ‘Code/States’, 글로벌 진출하기 전에 실제로 현지 시장의 정보와 환경을 이해하는 ‘한중청년불패’ 같은 프로그램을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공간(하드웨어)이 아니라 사람과 일(소프트웨어)이었던 것 같다.

여러분이 출퇴근과 사무실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공간의 본질, 즉 사람과 일에 대한 문제를 꼭 되돌아보시기를 추천한다. 생각보다 도구가 완벽하지 않으며, 익숙했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던 우리의 일하는 방법에서의 문제점들, 리더의 소통 문제에 가려진 top-down이 아닌 bottom-up의 신뢰와 교감, 그리고 실행에 있어서 관리 역량의 중요성 등, 리모트 워킹하고 출퇴근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은 결코 만만한게 아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능동적인 사람들이 아니며, 기록으로 남는다는 강박관념에 완벽함에만 치중해서 커뮤니케이션을 능동적으로 못하기도 하며, 규모가 안 나오는 스타트업 초기 일에 필요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반드시 되짚어 보자.

우리 R’FN도 언젠가는 규모 있는 사무실을 만들 날이 오겠지만, 어디 한 번 Automattic처럼 한국에서 리모트워킹하는 제대로된 회사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 과정에 동참하거나 리모트 워킹과 관련해서 내 조언 또는 다른 멋진 파트너들(이미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는 Digital Nomads도 꽤 많아졌다)의 조언이 필요하다면 현재 주로 내가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만나거나 내 메일주소인 yann@r-fn.com으로 편하게 물어보셔도 좋다. 아마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다면, 해외 코워킹 스페이스 등지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허양일
원문:https://brunch.co.kr/@yannhe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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