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신

개발자를 그만두고 기술영업으로 영업대표를 지원하다가 처음 영업대표가 되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고객을 찾아내거나 제품을 소개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객이 구매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견적을 주고 받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보통 영업이라는 것이 고객을 찾아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제품을 소개하고, 데모하고 이를 여러 번 반복해서 하다 보면 경쟁사와 비딩(bidding)을 거쳐서 최종 납품 업체로 선정되면 그때부터 고객사의 새로운 담당자인 구매부서와 제품 구매와 관련된 가장 중요하고 마지막 단계인 가격 협상을 하게 된다.

가격 협상까지 오기까지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에 지금 가격 협상이 틀어지면 지난 시간이 헛된 시간이 되기에 고객의 사소한 반응에도 덜덜 떨면서 상사에게 보고하고 어쩔줄 몰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업대표로 경험을 쌓으면서 항상 공급자인 ‘을’의 입장에서 하는 협상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많은 협상 교육과 협상 관련 책을 읽으면서 협상력을 키우려고 노력했었다.

2013/11/28 – 협상의 달인

2012/08/02 – 협상천재가 된 홍대리

2012/07/31 –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2010/05/17 – 설득의 비밀

2009/12/26 – 마루날의 올해의 책 : 협상의 10계명

2009/06/22 – 협상의 달인이 되려면 상대방의 욕구에 집중하라

2009/03/06 – [독후감]설득의 논리학

Screen Shot 2016-07-27 at 09.54.51출처

사실 협상에 대해서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것은 위의 이미지와 같이 양 당사자 간의 힘을 겨루는 줄다리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협상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만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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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는 성공한 협상이란 내 요구사항을 최대한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나와 상대방의 포지션과 니즈를 구분하여 상대방의 니즈(욕구)에 집중해야 성공적인 협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포지션(Postion) : 요구

니즈(Needs) : 욕구

예를 들어서, 구매 담당자가 ‘당신네 회사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거래 불가 자체가 니즈(욕구)가 아니라, 현재 구매담당자의 포지션(요구)이 거래 불가이며, 실제로는 ‘안정적으로 물건을 공급받고 싶다.’ 또는 ‘불량률이 낮은 제품을 받고 싶다’는 니즈(욕구)를 드러내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저자는 상대방의 포지션(요구)이 아닌 숨겨진 니즈(욕구)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많이 물어보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상대의 관점에서 상대의 니즈(욕구)를 공략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상대방의 니즈(욕구)를 알았다고 해도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이해가 상충해서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양측의 서로 다른 니즈(욕구)를 동시에 만족하게 하는 제3의 창의적 대안(Creative Option)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니즈(욕구)를 충족시키는 창의적 대안(Creative Option)을 만들기 위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3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1. 더하기 새로운 안건을 덧붙이기기, 꺼내놓을 수 있는 모든 카드 활용

2. 베팅 – 풋백옵션과 같이 서로 믿는 쪽으로 내기를 거는 방법

3. 교환 – 서로 중요도가 다른 안건을 교환해 가치는 키우는 방법

하지만, 창의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했어도, 협상이 실패할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해서 반드시, 베트나(BETNA :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라고 하는 협상이 결렬됐을 때를 위한 차선책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가격 협상을 하면서 괴로운 것은 내가 받고자 하는 금액과 구매자가 내려고 하는 금액이 차이가 있고, 구매자는 어떻게 하든 깎으려고 하는 점이다.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은 구매 시 무조건 적용하는 할인율이 있기도 하다. 실무부서와 열심히 가격 협상을 했더니, 다시 구매 담당자가 나와서 또 깎는 식이다. 웃긴 게 외산 제품에는 입도 뻥끗 못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이건 뭐 완전 삥 뜯는 양아치들이다)

원가 + 가치를 가격으로 제시하지만, 이때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객관적 지표로서

마켓 프라이스(Market Price) : 지금 남들이 얼마에 파는지

히스토리컬 프라이스(Historical Price) : 과거 가격

퍼블리시드 프라이스(Published Price) :공표된 가격

등을 알고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교육을 받고 많은 책을 읽어도 협상은 어렵다. 하지만, 처음 가격 협상을 했을 때처럼 두렵거나 떨리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저자가 한 이야기지만,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쥐어짜는 고객인 갑도 뭔가 나에게 원하는 게 있어서 앉아 있는 것이다.

쫄지 말고 최대한 잘 준비하고 고객의 니즈(욕구)를 파악해서 내 페이스대로 협상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뭐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자. 세상은 넓고 고객은 많으니까.

글/마루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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