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를 앞둔 개발자 A에게

다른 업종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IT 중에서도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40대 개발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마도 몇 년 전부터 SW 업계에 신규로 유입되는 인력들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자 중에서 40대 인력이 늘어난 것 같다.

실제 업계에서 현역 개발자로 있는 분들을 만나보면 요즘은 대략 45세가 현역 개발자로서 기로를 가르는 나이가 된 듯 하다. 물론 몇 년 더 지나면 나이가 더 올라 가겠지만, 91학번이라고 쓰고 저주받은 IMF 졸업생(현역 복무 기준)이라고 읽는 72년생들이 현역 개발자 중에서는 가장 나이 많은 개발자들인 것 같다.

물론 회사에따라 더 나이가 많은 개발자들도 있을 수 있지만, 실제 현역으로 개발을 맡은 개발자 중에서 45세 이상은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많은 개발자는 어디로 갔을까? ‘치킨 수렴의 법칙’에 따라서 모두 치킨집을 하고 있을까?

출처=JTBC 뉴스 2016. 4. 7 앵커브리핑

그런데, 이 치킨집 창업을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출처=한국공정거래조정원

출처=한국공정거래조정원

치킨집을 차리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맹비와 인테리어비를 고려하면, 치킨집을 차릴 건물 임차료를 제하고도 적어도 6천만 원은 있어야 한다. 초기 홍보비, 아르바이트 고용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1억 원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돈이 있다고 해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치킨집 수렴의 법칙’이 거슬릴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고 하지만, 쉬운 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에 만난 78년생(만 38세) 97학번 개발자분에게 해 준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1. 나이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환경이 변화하는 것에 발맞춰 본인 스스로 계속 발전해야 한다. 30대가 지나면서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이 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인생은 반 이상남은 시점이니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받아들여야 한다. 회사가 개인을 책임질 수 없는 책임지지 않는 시대에 가만히 있으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적어진다.

단순히 자료를 찾아보고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충분하지 않다. 내가 알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것은 대부분 성숙한 기술일 가능성이 크다. 외부의 교육이나 컨퍼런스 등도 찾아서 들어보고, 유명한 온라인 강의도 수강해 보고, 대학원을 다니는 것도 고려해보자.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괴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장 필요한 것은 공부이다.

2.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회사에서 돈은 어떻게 벌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개발자는 개발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하지만, 회사를 오래 다닌 만큼 회사 운영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영업이나 전략기획 담당자가 아니므로 모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회사라는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 월급은 어떻게 지급되고 있는지, 우리 회사가 돈은 어떻게 벌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무슨 솔루션을 파는 사업을 한다. 무슨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시장을 설정하고 고객을 찾고 경쟁을 해서 솔루션을 납품하는지, 서비스 이용 고객을 어떻게 모으고 사용자들로부터 어떻게 과금을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개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가지고 있지만, 개발자가 맡은 개발 업무는 전체 회사 운영과 사업에서 일부분이다. 나무를 잘 아는 것은 좋지만, 숲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이제는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알아야 한다.

3. 네트워킹에 익숙해지자

개발자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진득하니 엉덩이를 붙이고 문제를 해결하고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끝까지 소스를 파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타이타닉호와 마지막을 함께했던 악단들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회사나 외부의 변화와 흐름에 둔감하고 엉덩이가 무겁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회사를 옮길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개발자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아직도 곤혹스럽고 쑥스럽지만 열심히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리하려고 한다. 왜 개발자들은 네트워킹하는 게 어려운지 이해가 안 됐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발자들끼리는 서로 조금만 대화를 나누어도 서로에 대한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네트워킹을 하면서 내 밑천이 드러나게 될 것 같아서 주저한다는 거다. 물론 그럴 수 있겠지만, 내가 제일 뛰어난 개발자가 아니면 어떠한가? 배우고 나누다 보면 나도 성장할 것이다. 더이상 주저하지 말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리해보자.

4. 개발자가 아닌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자

개발자가 포함된 미팅을 하다 보면 매번 느낀다. 개발자들은 쉬운 말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전문용어를 풀어서 비 개발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아는 개발자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마도 풀어서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오해의 소지도 생길 수 있다고 여겨서 그러는 것 같은데, 결국 일은 함께하는 것이기에 적어도 개발자가 아닌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회사에서 개발자만 혼자 보내서 고객 미팅을 하거나 협력사 미팅을 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적어도 내가 경력도 쌓이고 사회생활도 했다면, 영업이나 기획자 없이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면, 나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5. 새로운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가끔 풀 스택(Full Stack) 개발자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듣는다. 풀 스택 개발자는 OS부터 시작해서 DBMS(Data Base Management Syste), Web/WAS(Web Application Server), 클라이언트 프로그램까지를 다룰 줄 아는 개발자다.

보통 웹 개발을 오래 하신 분 중에서 이런 분들이 가끔 있는데, 일반적인 웹 서비스들이 여러 OS 위에 대부분 DB가 연동되고 Web/WAS에서 움직이는 서버사이드 프로그램(여기까지 보통 Back-End라고 하기도 함)과 웹 브라우저에서 동작하는 클라이언트단 프로그램(여기를 Front-End라고 하기도 함)까지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개발자를 말한다.

그런데, 요즘은 웹 개발과 모바일 앱 개발을 모두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개발자를 풀 스택 개발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풀 스택 개발자는 모든 일을 할 줄 아는 일당백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온갖 일을 다 맡아서 해야 하는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일당백이라고 해서 돈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니어서 개발자들은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인하시는 대표님들은 이 말을 사용할 때 주의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풀 스택 개발자가 되라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서비스 환경이나 사용자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과 적응 능력을 갖추고 새로운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 뒷방 늙은이 취급받는 것만큼 서글픈 것은 없다. 개발자로서 힘든 일 중 하나는 개발자마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전문 기술이 있는데, 이 기술이 유행을 타서 밀려나거나 새로운 기술에 의해서 대체되는 순간 내 기술력은 리셋이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다양한 업무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현실에 안주해서도 안 되고, 트랜드를 쫓아다니다가 날라가서도 안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트랜드에 휩쓸리지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요즘은 재수가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세상이다. 40세라고 해도 일반적인 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앞으로 40년은 더 산다고 할 수 있다. 나이가 40이라면, 이제는 인생 후반전을 새롭게 준비해야 할 때다.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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