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시대, 누적되는 과거 규제가 미래를 죽인다

우리나라는 차기 대통령을 뽑는 이벤트가 내년에 있다. 정치 이벤트와 월드컵,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는 미디어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다.

컬러TV의 보급과 등장,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송 전환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더불어 인터넷 뉴스의 폭증과 댓글토론과 각종 커뮤니티 커뮤니케이션 증가, 후보자들의 TV토론 활성화,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활동 등은 신문 등 전통 미디어에서 디지털 미디어로의 흐름을 가속화해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디지털 미디어의 선두인만큼 그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이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 기간이다. 이 선거기간 동안 수많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역할은 미디어의 몫이다.

오바마가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정보 공유와 피드백을 확보했고, SNS를 적극 활용해 상시적인 디지털 소통을 통해 선거에 유리한 위치를 점유했다는 일화는 이제 상식으로 통한다.

지난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사이의 ‘영상 토론’이 있었다. TV토론이라 부르지 않고 ‘영상 토론’이라 부른 것은 전세계에 TV라는 플랫폼에 의한 중계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 인터넷 실시간 영상으로 중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았는가. 5인 이상의 인터넷신문만 이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 보도채널만 그런 자격을 갖고 있다면?

kakaotalk_20160929_141912267

정치적인 관점을 떠나서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개 토론이 인터넷 실시간 영상 중계로 전파되고 전세계가 이 콘텐츠를 수용하는 시대라는 점에 주목할만 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실시간 콘텐츠의 재생산 행위와 공유의 영향, 그리고 기술 산업적 흐름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개 영상 토론에서 주목할만한 형식은 바로 토론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실 확인(팩트 체크)’이 실시간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신문이나 방송이 사후에 정리하여 사실 관계를 따지던 낡은 방식보다 누군가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바로 확인하는 행동이 익숙해진 세대에 맞춰진 시의적절한 보도 형태였다.

더구나 번지르르한 말 잔치로 끝날 수 있는 토론을 ‘정책’과 ‘사실’에 기반한 신념을 확인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바로 디지털과 인터넷에 있음을 확인해준 것이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NPR은 20명을 넘게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텍스트로 옮겨적었고 이를 바로 다른 에디터와 영상팀, 제작팀 등 50여 명이 접속해서 발언 하나하나를 실시간으로 검증하고 주석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구글독스 처럼 인터넷으로 실시간 협업을 하는 다양한 도구와 즉각 참여자들이 자신의 지식과 자료를 업데이트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 것이다. 라디오 방송국은 스스로 전파의 영역에서 벗어나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대한 통찰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사전에 부여된 자격과 인증과 상관 없는 일이다.

 

스트리밍 시대, 실시간으로 평가받고 실시간으로 실행한다

산업사회 이후를 정보사회라 불렀으나 그 이후의 시대를 제 4차 산업사회라거나 초연결사회라거나, 또는 제조 3.0 시대라는 등 혼란스러운 용어들이 범람하는 이유는 이제 지식이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폭발하고 그 지식에 대한 평가조차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트리밍 시대인 것이다.

인터넷이 HTML과 사이트를 통해 축적의 도구와 연결의 도구로 이뤄졌다면 모바일은 실시간으로 메신저와 클라우드 시스템의 보편화로 정보와 축적, 발산과 공유, 평가가 모두 ‘한순간’ 이뤄지는 시대로 이전되고 있다.

최근 ‘라인 대박’을 뛰어 넘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노우’ 역시 실시간 영상, 셀피(셀카), AR, 메신저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 방송 버튼을 눌러 ‘현재’와 ‘지금’을 기록한다.

하지만 이렇게 실시간으로 흐르는 정보와 지식에 환호하는 이면에 사용자와 기업들의 뒷덜미를 잡는 규제와 시대착오적인 인증 시스템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사전 검증에 강박증을 갖고 있으며 ‘오류 없음’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또한 모든 국민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나 일상적인 작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들은 국민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믿지 못해 개인정보보호라는 명목과 보안강화라는 명목이 액티브X, 공인인증서, 아이핀, 실명제, 인터넷신문 5인 이상 등록제, 셧다운제 등 희귀하고 쓸모업는 ‘창의적 쓰레기’들을 양산해두었다. 이들은 앞으로 더 창의적 쓰레기를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더 광범위하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듯 보인다.

요즘 인터넷 VOD, 실시간 OTT, 스마트TV 등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방송에 대한 규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공적 자산인 전파를 독점하여 인증 규제를 집행하는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서다. 방심위는 네이버 TV 캐스트, 아프리카TV,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와 개인방송 영역 역시 ‘유사방송’ 영역에 둬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월권도 이런 월권이 없다.

방송 정책은 애초에 공적 자산인 전파의 사회적인 균형 배분을 위해 만든 것으로 무한 채널이 가능한 케이블 TV와 인터넷을 대상으로 내용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전세계에서도 특이한 제도로 보고 있는 보도채널과 종합편성 채널을 국가가 지정해주는 ‘내용 형식 규제’까지 여전히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만일 인터넷 내용규제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이런 상황이 그대로 용인된다면 아프리카TV에 등장하는 개인방송 BJ에게 무릎 위 5cm 까지만 미니스커트를 착용할 수 있다는 식의 내용 규제까지도 가능해진다. 콘텐츠 생산은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경쟁력이 생긴다.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까지 ‘유사권력’으로 재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