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작성 요령 1] 계약서 작성 요령

누군가가 계약작성과 관련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변호사도 아니고, 판사도 아니고, 법학교수도 아니고, 경제학자다. 어차피 노벨법학상은 없다고 자위할 수도 없다. 어차피 노벨 심리학상도 없는데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는 (장담컨대 계약작성을 한 번도 해 본 적도 없을 것이면서도) 계약서 잘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모든 계약서는 “불완전하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변호사가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어서는 아니고, 아무리 유능하고 부지런한 변호사가 작성해도 어차피 불완전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변호사로서는 얼마나 듣기 싫겠는가? Benjamin Gomes-Casseres는 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글 Why Your Partnership Contract Is Too Important to Be Left to the Lawyers에서 이렇게 말한다.

변호사들은 보통 불완전계약이란 말을 듣기 싫어한다. 특히 사업상 동료 앞에서 그런 말을 때에는. 그들이 작성하는 계약서가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변호사들끼리만 알고 싶어 하는 업계의 작은 비밀이다. 게다가, 말은 변호사들이 제대로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변호사들은 다르게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열린 계약 내지는 진화하는 계약. 그렇지만, 이런 말도 마찬가지로 법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현실에 있어서는 변화에 발맞추어 계약서가 유연하게 적응할 있을 계약서는 강한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남이 – 그게 노벨상 수상자라 할지라도 – 뭐라 간섭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안 그런 사람?) 반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잘 된 계약에 대해서 말하는데, 도대체 잘 된 계약이란 무엇인가? 한 사람에게 유리한 계약은 다른 사람에게는 불리한 계약이다. 경제학자로서 그가 생각하는 잘 된 계약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파레토 효율 (Pareto Efficiency)을 말하는 것인가? 한 사람의 처지가 더 나빠지게 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더 좋아지게 할 수 없는 상태가 계약이 원하는 상태인가? 분명히 계약 협상에서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적의 자원배분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다).

결국 올리버 하트(Oliver Hart)와 벵트 홈스트롬(Bengt Holmström)이 목표로 하는 최적의 계약이란 사회 전체의 자원에서 고려한 것일 수 밖에 없다.

결국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거래비용 최소화 아니겠는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말했다시피, 나는 누군가 싸움을 걸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머리가 빠르게 돌기 시작한다). “불완전 계약” 즉 그는 모든 계약은 불완전하다고 말했다. 물론이다. 첫째, 완전 계약, 그가 말하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있는 계약”은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고, 계약 작성자로서 추구하는 목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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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변화의 여지를 두어야 한다.

일단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거래의 목적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거의 달성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시스템이 그렇지만, 99%의 경우의 수를 대비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99.9%의 경우의 수를 대비하는 경우 추가로 드는 비용은 전체 비용의 0.9%가 아니다. 오히려, 99%를 대비할 때 드는 비용의 2-3배가 들 수도 있다. 완전 계약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우려하는 거래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뽑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더 존경한다). 처음부터 이야기가 약간 빗나갔지만, 그건 하필이면 이 연재를 계획하는 시점에서 계약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는 뉴스가 나온 우연의 일치 때문이다. 앞으로 여기에서는 계약 작성에 대하여, 또 협상에 대하여 내 경험에 근거하여 실무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각주

출처가 아니라, 읽기 흐름에 방해되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

  1. 원문은 다음과 같다. “Lawyers generally hate to hear the term incomplete contract, especially in front of their business colleagues. That their contracts can never cover all contingencies is a dirty little secret the lawyers tend to keep among themselves. Moreover, the term makes it sound as if the lawyers didn’t cross their t’s and dot their i’s. They prefer other terms, like open-ended and evolving contracts, though those may also suggest a weakness in the legal foundation. In reality, a contract is strong precisely when it has a way to bend in the face of change.”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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