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개발자였던 내게 해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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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그렇듯 한 해 한 해는 빠르게 지나간다. 벌써 2016년 말! 20대 때의 나는 2016년에는 하늘을 나는 스케이트 보드가 기본 교통 수단이 될 줄 알았더랬다. 그러긴커녕 여전히 매연을 뿜는 디젤 버스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같은 걸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살 줄은 또 전혀 몰랐으니, 분명 많이 변하긴 변한 것이겠지.

보잘것없는 아재 주제에 스무 살의 개발자들에게 조언을 한다고 해봤자 아무도 들을 리 없겠지만, “과거의 나”라는 가상의 존재에게 몇 마디 잔소리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그때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의 말을 구한다면, 그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것과 더불어 애정을 담뿍 담아서 얘기해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자연히 진정 어린 조언이 되는 거지. 나를 뽐내거나 잘난 척하려는 말이 아니라, 담담하게 들어주면 좋고 아니어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말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20대 때의 내게로 다가가 10분 동안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런 말들을 해줄 것 같다.

남 눈치 볼 필요 없다

너(그때의 나)는 너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 주위 사람들에게 일부러 무례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눈치를 보는 것 또한 별 가치가 없는 일이다. 사실 사람들은 너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세상에 관심을 끄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의 사소한 면면을 애써 신경 쓰거나 눈치 줄 일이 없는 거다. 남들에게 피해주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남들이 뭐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만 떨쳐도 훨씬 재밌는 일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다. 남들에게 무례한 일이 아니라면 신경 끄고 마음껏 해 보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은 이것저것 해보는 수밖에 없다

너는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지만, 사실 그걸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없다. 남들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네가 보고 있는 그 “남”이란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들의 겉모습 바라보기 때문이며, 네가 그걸 아직 모르는 것은, 아직 훌륭한 사람이 못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훌륭한 사람들도 속으로는 방황 중일 수도 있다.

하고 싶은 걸, 그리고 하기 싫은 일을 판별하는 방법은, 직접 해보는 수 밖에 없다. 지나치게 위험하거나 큰 손해가 따르는 일이 아니라면 직접 해보라. 이거 저거 고민이나 걱정만 늘어놓지 말고, 그냥 해 보라. 남들의 조언을 구하려 다니지 말고 그냥 해 보라. 네가 지금 찾고 있는 것은 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지, 남들이 하면 좋다고 여기는 일이 아니다. 남들에게 조언을 구해봤자 정작 너와 남은 다르다는 사실만 뒤늦게 알게 될 뿐이다.

꾸준함이 없다고 자책하지도 말자. 어떤 일을 해보다가 즐겁지 않으면 다른 걸 하는 것도 괜찮다. 어떻게 단 한 번만에 인생의 과제를 찾고자 욕심내는가? 그런 과정이 있기에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거다. 아직 너에게는 한참의 기회와 시간이 남아있다.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

반드시 길을 미리 정하고 갈 필요는 없다

멍청하게 제자리에 서서, 남이 그려놓은 보물지도를 구해서 그 길로 편하게 가기만 하겠다는 너. 설령 그런 지도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그 보물은 너에게는 값지지 않은 걸 어쩌지? 네가 직접 찾는 보물이 너에게 값진 것. 그런 진짜 보물의 지도는 어디서 따로 구할 수 없고, 네가 직접 그리는 거다. 그 지도를 그리는 방법은 직접 탐험하는 방법뿐이고.

남들은 멋진 길을 정해 놓고 묵묵히 걷는 것 같아 보이지? 아까 말했잖아, 그건 네가 너무 훌륭한 사람들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다시 말하지만, 넌 “아직” 훌륭하지 못해. 게다가 앞으로 20년이 지나도 훌륭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게 되지. 😉

한 가지 꿀팁을 더 주자면, 꼭 훌륭해야 행복한 건 아니라는 점인데, 그걸 이해하기에는 너는 아직 너무 어리니까, 그냥 말하지 않는 편이 낫겠어. 희망을 좀 남겨두자면, 앞으로의 너는 그래도 꽤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단다. 훌륭하진 못해도 말이야.

하고 싶은 공부는 마음껏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여건 되는 한 마음껏 하도록 해. 그게 그렇다고 대학원에 진학하라거나 학위를 따라는 얘기는 아니야. 그때 세상에는 아직 없었지만, 조금 지나니 온라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업들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지거든. 공부해서 당장 써먹겠다거나, 학위를 따서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글쎄.. 큰 도움은 안될 것 같구나.

재미있는 공부를 하도록 해. 관심 있는 내용을 파고들어서. 남들이 필요하다고 하던 아니던 네게 호기심이 있는 그런 것들을 말이야. 그런 게 재미도 있고 진짜 도움도 되더라고.

인연은 이어지고 끊어지고 새로 연결되는 것

오랜 친구를 비롯한 인연에 얽매이지 마. 오랜 인연은 두 가지 종류가 있어. 숙성되어 향이 그윽해지는 값진 인연,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썩어서 고약한 냄새만 풍기는 인연. 어느 쪽인지 잘 판단해서 후자라면, 애써 노력하지 말도록. 그리고, 혹시나 전자의 경우일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면 그냥 놔둬도 괜찮아. 진짜 숙성되는 인연이라면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이어지게 되지 않을까? 일부러 망칠 필요는 없지만, 애써 노력하지도 않는 그런 스탠스가 어떨까 해.

앞으로 새로 만날 사람은 수두룩하게 많으니까.

알 수 없는 일들은 수시로 일어난다

때로는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일어난 상황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고민하도록 해.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을까, 고민하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진짜 가끔은, 그리고 세월이 가면서 더 자주,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거든. 나이가 들면 현명해져서 모든 걸 알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 오우 노, 그 반대야. 점점 더 멍청한 결정을 내리고 이불 킥을 하는 일도 많아지지. 다른 어른(?)들은 안 그런지 몰라도, 적어도 넌 그래.
때로 패닉에 빠지겠지만, 좌절은 빨리 끝내고, 앞으로의 일에 집중해 보면 좋을 것 같아. 말처럼 쉽진 않지만 말이야.

뭣이 중헌디?

다행히 너는 벌써 중요한 기준점을 바라보고 있지. 부자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있지. 세상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아야 한다거나, 권력이 있어야 한다거나 몸짱이어야 한다거나 별의별 기준들을 세워서 들이밀곤 하지만, 그건 그들의 기준이야. 그런 면에서는 아주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가도록.

10분이 끝나갈 즈음

이 정도 마구 떠들어 보니까, 역시 네가 듣고 싶어 하는 말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떠들었구나. 그런 면에서 아직도 난 나이만 든 어린이(어리석은 이)지. 그냥 로또 당첨 번호나 알려주는 게 나았을까? 그래도 누가 뭐라든 확실하면서 너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것은, 네게는 정말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 그것만 재확인시켜줄 수 있어도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그때의 제게 얼마나 도움이 될 말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여러분도 과거의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렇게 쭈욱 적어보니까, 적지 않은 부분이 지금의 제게도 다시 해주고 싶은 말이네요.

그리고 한 가지 다 쓰고 나니 특이한 점은, 시작은 “개발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적으려 했는데, 정작 꼽아보니 “개발”에 관해서는 조언해 줄 말이 별로 없다는 점이네요. 개발자도 사람이고, 사람으로 살면서 중요한 다른 것들도 참 많아서 그런가 봐요.

글쓴이: 김대현
원문:미디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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