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지적 후…실리콘밸리 멘토가 달랐던 점

지난해 10월 미국 시애틀의 엔젤 투자자 150명을 대상으로 에이아이시스템즈(Ai Systems)가 시각 인공지능기술을 발표했다. 발표 후 기술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아 투자 역시 쉽게 이뤄질 줄 알았다. 물론 그게 착각이었단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검증 기간이 이렇게 길 줄 몰랐죠. 한 150번 정도 IR 발표를 하면 그때부터 투자 기회도 물꼬가 열린다고 해요.”

국내 법인을 정리하고 미국에 올 정도로 조 대표의 미국 진출 의지는 남달랐다. 에이아이시스템즈가 미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 까닭은 상대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국내보다 높기 때문. 지난해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추천을 받아 실리콘밸리에 온 이후 현재 실리콘밸리 인큐베이팅 센터 플러그앤플레이에서 3달째 보육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조장우 대표, 김성용 이사

현지 전문가로부터 받는 멘토링이 무엇보다 도움이 되고 있다는 조 대표는 “센터 멘토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잡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곳 멘토는 서비스에 대한 무자비한 지적을 하지만 동시에 대책도 말해준다는 게 국내 멘토와는 다른 점” 이라고 덧붙였다. 만일 지적질도 안 한다면 미국 시장에서는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플러그앤플레이의 정기 멘토링 세션. 이날 에이아이시스템즈는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에이아이시스템즈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인식하고 식별하는데 특화된 시각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딥패턴(Deep Pattern)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구글의 얼굴 인식 분석과 같다고 보면 쉬운데 차이점은 움직이는 영상을 분석한다는 것이다.

딥패턴 기술을 통해 화면에 나오는 객체가 뭔지 알아낼 수 있는데 이 기술을 통해 침입자의 무장 여부나 사람과 동물, 동물 종류와 무기체계 종류 등을 구분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국방연구소에서 10년 넘게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영상 레이더를 분석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체를 찍어서 이상한 것이 없나 확인하는 일이다. 야생화 촬영에도 취미가 있던 그는 어느날 카메라가 스스로 촬영하고 있는 객체가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다면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련 분야를 연구하다 보니 정지영상보다는 동영상 분석이 앞으로 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역시나 8~9년이 지나자 정지영상을 분석하는 구글포토가 나왔다.

“시각 인공지능의 발전 단계를 연구하다 보니 흐름이 정지 사진, 동영상, 적외선이더라고요. 그래서 에이아이시스템즈는 동영상에 집중하는 딥패턴 기술을 개발하게 됐어요. 최근 영상 분석 기술이 나오고 있는데 적용하는 기술은 우리와 달라요.”

에이아이시스템즈가 타깃하고 있는 시장은 보안이다. 보안 중에서도 공항과 학교 캠퍼스 치안에 집중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딥패턴 기술에 대한 피드백은 의심할 여지 없이 좋다. 다만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많더라도 타깃 시장은 명확하게 설정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타깃 시장이 불분명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떻게 돈을 벌 건지 명확하게 얘기해야 투자자가 관심을 갖으니 시장을 축소하라고 하더라고요.”

에이아이시스템즈는 지난 3월 15∼17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오릭블레이크(Orrick Blake)가 주최한 행사에도 초청 받아 다녀왔다. 참가 기업은 소프트뱅크, NEC, 덴소(Denso), 엡손(EPson), SMK, 소니 등 초기 AI 기업 투자 의향 기업 10곳이다.

김성용 이사는 “5곳과 개별 미팅을 했고 주로 엔젤 투자 유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며 “차후 제휴를 위한 미팅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이아이시스템즈는 올해 투자 유치를 비롯해 파나소닉, 소니 같은 카메라 제조 기업이나 카메라 영상을 추출해서 제어하는 나사 또는 텍사스인스투르먼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기대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에 인수되는 것.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KIC에 사무실도 얻었다. 하반기부터는 이곳에서 투자 유치를 위해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경쟁하고 또 경쟁하고 끊임없이 경쟁을 해야 살아남는 게 실리콘밸리입니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경쟁에 단련돼있는 저도 놀랄 정도로 경쟁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래도 이곳은 기회가 있는 곳이라 즐기고 있어요. 올해 법인 설립과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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