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넘치는 디지털 양초

아날로그 감성을 물씬 풍기는 디지털 기기는 쌔고 쌨다. 구형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본 딴 MP3 플레이어가 그렇고, 필름 카메라 외형의 디지털 카메라도 역시 무늬만 아날로그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화가 비단 나쁜 것 만은 아니다. 기본 성능은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경우가 많으니까.

불을 이용해야 했던 기기는 예전에 비해 훨씬 안전해진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LED 램프를 켜다 화재를 낼 확률은 성냥불을 켤 때보다 낮을테니. 문제는 감성의 부재다.

단순히 켜고 꺼짐의 이분법으로 구분되는 전구는 그저 균일한 밝기만을 인간에게 제공할 뿐 감성이 없다. 모닥불이나 촛불처럼 공기의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일이 없으니까.

모리.런던(mori.london)에서 킥스타터를 통해 선보인 LED 양초는 실제 촛불에 가깝게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밝기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양초다.

제작사인 모리.런던은 독일 태생의 디자이너/엔지니어 모리츠 발데마이어(Moritz Waldemeyer)가 수장으로 있는 영국 런던에 디자인 스튜디오다.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모리츠 발데마이어는 ‘빛의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전공부터 남달랐다. 보통 이 업계 종사자가 그러하듯 시각디자인이나 산업디자인이 아니었다. 경영학을 전공하다 공학으로 전과를 하고 영국 킹스 대학에선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을 통합한 메카트로닉스 과정을 이수했다. 그의 첫 직장이었던 필립스에서의 직함은 연구 과학자였다.

산업 디자이너지만 유독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잦았던 이유도 그를 빛의 아티스트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다. 우선 아우디, 파네라이, 베르사체 같은 고급 브랜드의 런칭쇼는 물론이고 자미로콰이, 리한나, Will.I.Am 등의 걸출한 팝스타와도 공연 연출이나 무대 의상에도 참여했다.

모리.런던은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 Design Week 2017)를 통해 오늘 소개할 이터널 플레임(eternal flame)과 미드나이트 오일(midnight oil)이라는 이름의 LED 랜턴 2종을 이미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구조는 촛불의 지닌 기능 만큼이나 단순하다. 일체형 기판으로 이뤄진 싱글보드 디자인에 LED와 LED를 제어하는 회로 그리고 아두이노 호환  ARM 프로세서, 배터리 제어로 구성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배터리는 재충전이 가능한 일본제 산요 16650셀을 쓴다고 밝혔다. 최고의 성능을 낸다고 한다. 클립 형태로 끼우는 방식이라 손쉬운 교체가 가능하다.

현재 킥스타터를 통해 두 모델 모두 135파운드에 펀딩 중이다. 예상 배송은 6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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