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덕질하게 하라 ‘캡슐코퍼레이션’

무언가를 좋아하고 파고든다는 건 팍팍하고 무료한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때로는 시간을 견디는 힘이 되기도 한다. 덕질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그러므로 행복한 덕질을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어딘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끊임없이 쏟아지는 떡밥을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덕질에 매진할 수 있다.

이미호 캡슐코퍼레이션 대표

캡슐코퍼레이션은  ‘후조시’를 위한 맞춤형 덕질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후조시가 개최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아카이빙한 후 이용자에게 행사 알림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명조채널에 관심이 있는 유저가 ‘명조채널’을 해쉬태그로 지정해놓으면 명조채널과 관련된 행사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https://youtu.be/0yK3TzuMGLg

여자 오타쿠라고 불리는 후조시 문화는 일본에서 시작됐다. 종주국 일본에서는 후조시가 서브문화로 이해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들의 정서와 문화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 한들 과연 시장이 존재하느냐’라는 질문도 캡슐코퍼레션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시장이 넓게 드러나 있지 않을 뿐 후조시 문화는 마니아층이 깊게 형성돼 있다. 이 대표는 “인터내셔널 오타쿠 서밋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실제 활동하는 작가 수만 해도 8천만 명이다. 그 중 92%가 여성”이라며 “일본 700만, 작은 시장이라고 여기는 한국에만 3만, 미국에 2천 만명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을 데이터와 키워드를 정리해놓은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종주국 일본조차 누가 어떤 작가와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전무했다. 이 대표는 “누구나 ‘취향의 로드맵’이라는게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반응하고 시간을 소비하고 싶어한다”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키워드를 정리하고 정보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먼저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후조시 행사를 모은 아카이빙 서비스 오타카츠를 통해 1년 반 동안 검색 키워드 84만개를 모았다. 이 중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키워드 4만개를 다시 추리고 한국판 서비스 더쿠야를 선보였다. 키워드 검색과 SNS 바이럴을 통한 방문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정식 오픈한 더쿠야의 누적 접속 IP는 올해 5월 기준 107만 건을 넘어섰다. 사이트 이탈률이 1% 미만이다. 체공시간은 30분 이상으로 콘텐츠 재클릭률도 높은 편이다.

캡슐코퍼레이션의 다음 단계는 커머스다. 이 대표 “여성향은 나 자신의 만족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또한 패션, 액세서리, 코스메틱 등 다차원·다원적인 욕구를 지닌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자기 콘텐츠나 상품을 판매하고 소비할 수 있는 라우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커머스를 통해 안정적으로 유통 구조를 확보하면 오픈마켓 형태의 동인지 출판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덕질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준비는 거의 마쳤다” 이 대표는 “힙합, 레게 등도 서브컬쳐에서 시작했지만, 사업화가 진행되고 사이즈가 증명되면서 메인스트림화 됐다”며 “캡슐코퍼레이션도 후조시 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콘텐츠든 물건이든 언제든지 소비할 수 있도록, 문화와 시장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조채널은 벤처스퀘어 설립자 겸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명승은(블로거 닉네임 그만) 대표가 진행하고 미디어 전문 기업 앳스퀘어가 제작하는 영상 전문 채널이다. 스타트업을 위한 사랑방을 표방하며 ‘스타트업의 스타트업에 의한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재기발랄한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스.친.소(스타트업과 친해지고 싶소), 스타트업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는 명조체험 등 다양한 코너를 소개한다. 명조채널은 유튜브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매주 월요일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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