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것들

“코스트코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포장 고기는 규제 탓에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없다. 과거 오프라인 시각으로 온라인 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B2B 축산물 중개 플랫폼 미트박스(Meatbox)를 운영하는 김기봉 대표는 푸드테크협회 창립총회에서 열린 푸드테크산업 일자리 정책 세미나에 참석, 이 같이 말했다. 푸드테크산업 활성화를 막는 여러 규제를 빨리 개선해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 일자리 창출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날 분야=김 대표는 규제 개선과 업계 정책을 만드는 관계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정책을 만드는 문제를 지적한 것. 규제로 인해 같은 상품을 오프라인에선 판매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선 판매할 수 없는 것이 한 예다.
김 대표는 “4차산업혁명은 기술을 통해 어둡고 소통되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일을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게 한다”며 “과거 축산업은 축산업자만의 일이지만 지금은 IT 기술을 통해 여러 관계자에게 정보가 공개되면서 정보 비대칭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관수 서울대 교수는 푸드테크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김 교수는 “푸드테크산업은 4차산업혁명과 연결된 일자리 창출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분야”라며 “정부는 푸드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푸드 분야에서 주목받는 데이터 전문가를 위한 인력 양성 등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푸드테크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견을 꺼냈다. 그는 마차에서 자동차로 이동수단이 바뀌면서 사라진 일자리를 예로 들며 “과거 1차 산업혁명 시절과 지금의 다른 점은 속도”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생기고 없어지는 게 과거보다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걸 막을 순 없다고 본다”며 “사라진 일자리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만들면 되는데 이는 혁신을 통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혁신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고 기존 기득권이 자리를 유지하려면 다양한 규제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센터장은 “일자리 창출은 부처 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과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주는 것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며 “갈등이 생겼을 때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해결해줄 수 있는 조직이나 리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규제 폐지·사회적 인식 재고 절실=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개진했다. “푸드테크산업이 활성화되려면 푸드 분야에서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게 자본 생태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초기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 이상 성장 단계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벤처투자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해당 시장으로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글로벌 자본도 국내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게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센터장은 규제 폐지와 푸드테크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사회적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보통 음식 관련 비즈니스를 철가방이라고 부르며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일단 불신하고 규제부터 만드는 문화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무형 서비스는 공짜로 써도 된다는 생각 대신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푸드테크협회 앞에 놓인 숙제=한편 이 날 전문가 토론은 한국푸드테크협회 창립총회에 맞춰 이뤄진 것. 한국푸드테크협회가 1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푸드테크협회 창립총회를 열면서 관련 산업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한 것이다.

푸드테크는 전통 식품 산업에 ICT를 접목해 생산에서 가공, 유통, 서비스 등 모든 범위에 걸쳐 새로운 산업으로 변화하는 신사업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4차산업혁명 아이템에 해당되기도 한다. 최근 음식 배송 O2O 서비스를 중심으로 푸드 콘텐츠 제작, 농업, 반조리 식품 조리 등 다양한 푸드 관련 서비스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협회가 없었다.

푸드테크협회에는 식신과 씨엔티테크, 미트박스, 만나씨이에이, 사운드그래프, 초록마을, 메쉬코리아, 그리드잇, 해먹남녀 등 푸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임원사 19곳과 일반 회원사 50개팀이 가입한 상태다.

푸드테크협회는 앞으로 푸드테크 분과위원회 개설과 포럼 지원, 정부나 업계 간담회 개최 등을을 통한 푸드테크 규제 개선, 푸드테크 육성을 위한 투자펀드 조성, 푸드테크산업진흥법 연구와 추진, 범국민 안전 먹거리를 위한 안전 정책을 마련하고 푸드테크 서비스 안전 인증 제도 추진 등 푸드테크 안전 인증 추진, 직무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세미나 개최, 선도벤처기업과 대학연구소 산학 협동 등 9가지 분야를 대상으로 푸드테크 기업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푸드테크협회 초대 초대 협회장을 맡은 안병익 식신 대표는 “국내 외식과 식재료 유통 시장이 푸드테크와 결합되면서 국내 푸드테크 시장은 앞으로 200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며 “정부 규제로부터 푸드테크 기업의 권익을 보장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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