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의 수상한 계약 조건

지난해 6월 개소한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가 입주기업을 상대로 쓴 계약서에 이른바 독소조항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어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소식이다.

IT동아에 따르면 안양시(시장 이필운)가 작성한 계약서 제8조에 입주기업은 손해보험을 가입하고 보험금 수령인을 ‘진흥원’으로 가입하고 해당 증서를 제출하라는 조항이 있다. 보험은 건물주와 세입자가 자기 손해와 타인의 피해를 대비해 기본적으로 가입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건물주인 안양시가 납부해야 할 보험료까지 입주자 부담으로 떠넘겼다는 점이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출처=IT동아)

요즘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말이 있다. 안양시의 이같은 건물주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계약서 제13조 1항 1호에는 진흥원이 재산을 공용, 공공용 또는 공익사업 등으로 사용할 경우 계약기간 만료 이전에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리고 13조 4항에 의거 진흥원은 계약 해지로 인한 입주 기업의 손해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까지 빠지지 않고 달아뒀다. 물론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의 몫이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출처=IT동아)

현실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예치금 구조 역시 석연치 않다. 제4조 입주부담금 조항에 의하면 입주기업은 1년치 임대료를 선납해야 하고 1년치 임대료와 함께 예치금까지 함께 일시납부 해야한다. 일반적인 건물 임대에서도 보증금이 통용되지만 이는 월세 미납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사실 진흥원 입장에서 본다면 1년치 임대료 선납 항목은 안양시공유재산관리조례를 따른 조항이라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임대보증금(예치금)까지 선납을 요구하는 건 초기 운영 비용으로 허덕이는 스타트업에게는 가혹한 부분이다. 이 정도 금액을 초기에 쏟아부으면서 진흥원에 자리를 틀 스타트업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출처=IT동아)

진흥원 갑질의 ‘화룡점정’은 제11조 2항 협조의무에 대한 조항이다. 진흥원이 입주기업과 체결한 입주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상대자는 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 등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물론 이를 거부할 권리 역시 계약서의 조항을 통해 원천봉쇄했다. 제13조 1항 9호에 의하면 계약상대자가 개인 또는 집단행위 및 선동으로 진흥원의 명예를 훼손시킨 경우 계약 해지 조건에 부합하게 된다. 말을 듣지 않으면 ‘숙청’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흥원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의 몇단계 걸쳐 치밀하게 놓여진 안전장치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IT동아가 제공한 입주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상대자가 본 계약사항을 위반하거나 그 이행을 태만히 할 경우 또는 계약사항 범위내의 행위라도 ‘진흥원’의 손해를 가했을 때에는 배상을 하여야 한다(제16조). 본 계약에 관하여 진흥원과 계약상대자 간에 이견이 있을 때나 본 계약에 명시되지 아니한 사항은 계약상대자의 의견을 들어 진흥원이 결정한다(제18조).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출처=IT동아)

진흥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입주기업은 성실히 참석해야 한다는 강압적인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쯤이면 건물주가 조물주 위에 군림한 게 확실하다. 사회주의국가에서나 볼법한 상황이 이나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게 작금의 행태다.

“안양은 청년의 꿈과 도전을 지원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으며, 이번 센터 개소는 안양 제2부흥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해 6월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개소식에서 이필운 안양 시장이 개회사로 한 말이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독자의 생각에 맡긴다. 진흥원의 임대계약서와는 다소 상반된 내용이라는 점이 킬링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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