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캄보디아는 개도국이 아닌 아직까지 후진국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율은 이미 90%를 넘어설 정도로 모바일 친화적인 곳이다. 경제발전 속도와는 별개로 ICT 분야는 빠르게 발전 중이란 얘기다. 금융 기관 도입 없이 곧장 핀테크를 통한 금융 서비스로의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 모든 게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핀테크로 금융을 시작할 경우 외자, 차관 도입이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금융 관련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세상이다. 현재 이런 방식이 제대로 정착된 케이스가 옆나라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비신용 사회다. 후불이 아닌 선불 결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 사회가 가진 특수성이 여신거래 위주의 금융 서비스 없이 핀테크 만으로 충분히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핀테크지원센터 정유신 센터장은 2017 서울 창업 박람회에서 열린 ‘핀테크의 성장과 4차 산업혁명’ 강연을 통해 “모바일 환경이 지닌 확장성 때문에 핀테크가 기존 금융거래 시스템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보급되고 파급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기존 신용카드는 긁는걸로 끝나지만 스마트폰은 다양한 연계 서비스가 가능한 도구다.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정보는 곧장 빅데이터로 활용 가능하다. 날로 신용카드와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핀테크는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 말한다. 총 소비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한자릿수를 벗어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모바일 결제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중국 역시 사정은 같다. 적어도 50% 이상 모바일을 통한 결제로 바뀔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 데 그때는 상상하지 못할 혁명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예측이다. 기술 변화는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뛰어넘어 후발주자가 빠르게 추격 중인 것 또한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중국의 경우 투자, 특허, 논문 출원수가 미국 다음으로 높다. 이미 GDP는 미국의 60% 수준까지 추월한 상태다.

정 센터장은 알리페이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알리페이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중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위워바오라는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에 잔고 계좌에 항상 존재하는 ‘자투리 돈’을 활용해 CP 등을 구입하고 그 수익을 통해 예금 금리 8%를 제공했다. 기존 은행 금리가 3%인 상황이었으니 중국 전역에 소문이 퍼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알리페이 사용자는 모든 돈을 빼서 위워바오에 입금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8개월 만에 100조원을 모았다. 디지털이 지닌 대표적인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를 보여준 사례다.

마치 핀테크의 순기능을 보여주듯 고무적인 일이지만 정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나타나는 유통혁명 중에서 금융으로 나타난 게 핀테크일 뿐 결코 새로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인터넷과 상점이 만나 e커머스로 진화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중국과 한국의 경제 규모는 10배의 차이를 낸다. 하지만 창업자 비중으로 따져보면 중국 600만명, 우리나라에는 창업자 3만명이 있다. 어림잡아 200배 차이다. 중국의 경우 정부 주도로 디지털과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전역에 위치한 31개의 성이 하나로 통합됐다. 그동안 언어, 문화, 법 차이로 통합이 어려워 별도 시장으로 존재하던 중국이 이제 비로소 큰 시장이 된 것. 그 결과 창업을 위한 동기부여의 밑거름이 됐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지난해 항저우에서 개최된 G20을 통해 ‘인터넷 실크로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진핑은 예전 육로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아날로그 실크로드’를 주장하던 때다. 국가간 상거래를 위한 수출입 창고로 온라인을 도입하겠다는 건 반드시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제품과 서비스가 우수하다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통망 확보는 제품 개발 만큼이나 쉽지 않은 문제다. 반면 인터넷은 판매를 위한 진입 장벽이 낫고 사용자로부터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바이럴을 통한 마케팅 역시 강점으로 꼽는다. 알리바바는 이날 발표로 인해 아시아 시가 총액 1위로 등극. 기존 1위인 텐센트는 그날 2위로 떨어졌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다. 지난 2006년 세계 시가총액 기준 1~10위 중 2곳이 ICT 관련 기업이었다. 10년이 지난 지난해의 경우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한 중국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미국의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10개 중 7개를 차지했다. 이미 디지털이 장악한 시장이라는 반증이다. 주식 시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만큼 똑똑하니까.

하지만 “우리의 삶과 경제구조가 바뀌는 건 기술발달과 비례하지 않는다”라고 경고한다. 기업이 만든 재화나 서비스를 우리가 사용할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이 바뀌기 마련이다. 법, 제도, 인프라, 시장 관행, 환경이 바뀌어야만 모든게 순리대로 움직인다.

정 센터장은 “우리나라 벤처와 스타트업은 이 부분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성공할 것”이라 조언한다. 하지만 인프라는 정부의 몫이라 말한다. 신사업은 인프라가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자금란에 허덕이기 십상인 벤처나 스타트업이 이 몫까지 감당하다 보니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1, 2, 3차 혁명은 제조 혁명으로 그쳤지만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걸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유통 혁명과 맞물려 핀테크는 무형의 형태로 빠르게 움직이고 진화를 두려워하는 법이 없다. 20여년전 등장한 전자상거래 보다 핀테크가 훨씬 파괴적으로 존재감을 내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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