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 분화와 시장 확장 뒤에 가려진 고민

지난 11일 한양대에서 스타트업 위원회에 여러 명이 앉아 있었다. 이 대학 창업지원단에서 위촉한 스타트업 업계 인사들이다.

고영하 한국엔젤협회 회장, 금기현 한국청년기업가재단 사무총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등 공공을 비롯해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를 비롯해 벤처스퀘어 대표인 필자와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더벤처스 호창성 대표 등 액셀러레이터들도 자리해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나눴다.

전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한 한정화 교수도 자리해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가 전방위적으로 대학과 보육기관, 정부와 공공, 투자자들과 스타트업들의 교류가 미진함을 지적했고 유현호 창업지원단 단장은 창업 기숙사 등 대학들이 학생 창업자들을 액셀러레이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투자할만한 창업자들이 있긴 할까요?”라는 질문에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는 “13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했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에게도 기회로 올 것”이라며 섣부른 판단보다는 시간을 갖고 인내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견뎌내는 몫은 비단 스타트업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액셀러레이터에게도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인내’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액셀러레이터들 역시 생존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셀러레이터, 분화와 시장 확장 뒤에 가려진 고민=해외에서 액셀러레이터들이 등장한 이후 3, 4년 후인 2010년 벤처스퀘어와 프라이머 등 한국에서 자생형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초기 모델이 나타나고 2012년 정규화 되고 공식적인 형태의 액셀러레이터들이 등장했으며 2015년 민간 액셀러레이터 모임이 결정되고 2017년 법제도화 되는 숨가쁜 과정을 거쳐왔다. 이 과정에 포함돼 있던 액셀러레이터보다 신규 진입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이 더 많아지고 있고 기존 대기업이나 벤처캐피탈이 앞장 서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액셀러레이터들은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거시적인 관점과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지원책에 대해서 목소리 높여왔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털어놓을 기회도 없었고 향후 액셀러레이터의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기회가 적기도 했다. 시장에서 ‘멘토’의 위치에 놓여지다보니 생기는 ‘선배 딜레마’랄까.

투자와 보육 멘토링 역할을 자임해온 액셀러레이터들이 직면한 과제는 무엇이고 앞으로 액셀러레이터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액셀러레이터 소수를 모아 필자가 작은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는 9월 6일과 10월 18일 열렸고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자리 외에도 팁스 운영사들이 모인 팁스서밋 등 그 사이에 필자는 액셀러레이터들이 자리하는 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청취할 기회를 종종 가졌다.

먼저 현재 액셀러레이터들은 처음 설립이나 운영 방식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 현재 액셀러레이터를 등록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된 시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다.

사단법인 액셀러레이터협회가 10월 말 설립을 앞두고 있지만 이 협회는 주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을 마친 액셀러레이터들을 회원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 기존의 디캠프나 마루180 처럼 재단형 액셀러레이터나 대기업 연계형 액셀러레이터, 독립형 액셀러레이터, 공공 기관들이 오랫동안 논의해오던 액셀러레이터리더스포럼(ALF)과는 약간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2년 여 동안 ALF가 미래부와 당시 중기청과 함께 논의해온 액셀러레이터 법안의 주요 어려워졌으며 액셀러레이터들이 개인투자조합만을 결성할 자격이 주어지면서 일반 법인이 이 조합에 출자하려면 49% 이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최근에서야 고시가 개정됐다.

ALF 의장이자 케이스타트업 변광준 대표는 “액셀러레이터는 운영비가 벤처캐피탈보다 많이 장기적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할 때 법인의 참여가 49% 이하로 묶인다면 규모 있는 펀드 구성 자체가 힘들어 운영 보수만으로는 일반 법인 형태인 액셀러레이터의 운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ALF 회원사들은 그동안 개인투자조합만 결성해야 한다는 조항이나 법인 투자자의 출자 비율 제한 조항을 없애주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고 말한다.

또 다른 측면으로 매쉬업엔젤스 인상혁 이사는 “아직 액셀러레이터 등록 제도가 등록 요건에만 혜택이 분명하지 않아 펀드 결성을 위한 출자자 설득에 정확한 시점을 잡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미미박스 등의 성공을 이끈 스파크랩의 경우 아예 국내에서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스파크랩스 김유진 대표는 “스파크랩 해외 펀드로 투자하고 국내에서는 순수하게 코스트센터(비용만 있는 조직)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액셀러레이터 조직적 요건을 맞춰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더구나 한국에서 펀드를 만들려고 해도 이런저런 조건들이 필요한데 이런 복잡한 과정을 감수하면서 시간을 더 끌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스파크랩와는 별개로 벤처캐피탈 스파크벤처스(강윤석 대표)의 출범을 알리고 총 5,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중이다.

액셀러레이터들의 공통된 고민은 투자처 발굴과 투자 회수다. 한 액셀러레이터는 20억원 가량의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했으나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나 M&A 과정에서 EXIT(엑싯, 투자회수)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법인 유지를 위한 운용 자금이 바닥난 상태로 추가 투자와 액셀러레이션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액셀러레이터들이 보유한 지분이 유동화 되지 않으면 액셀러레이터들의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액셀러레이터들 사이의 정보교류, 공동 후속 투자 유치 활동 전개, 전후방 투자 연계 제휴 등의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투자자 혹은 선배? 개성따라 가는 스타트업 지원책=초기에 액셀러레이터가 기존 투자자나 보육기관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이 두 가지가 있었다. 성공한 창업가나 창업을 실제로 경험한 생태계 참여자들이 서로 도와주고 투자해주는 ‘선배 모델’과 작은 팀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시켜주고 투자자와 대중들에게 좀더 빠르게 각인시켜주는 ‘네트워크 모델’이 그것이었다.

프라이머나 매쉬업엔젤스, 더벤처스, 퓨처플레의 경우 창업자가 한 두 차례의 성공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자본으로 통해 후배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모델을 채택해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다. 이들은 조직력보다 스타트업에게 빠르게 선투자하고 각자의 특장점을 살려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 외에 액셀러레이터는 아니지만 블루홀 대표이자 최근 4차산업혁명 위원회 위원장으로 낙점된 장병규 의장이 설립한 본엔젤스의 경우도 정부의 모태펀드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펀드 운영으로 스타트업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이들 성공한 창업가들은 서로 투자를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나름의 마피아를 형성해나가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던 벤처 생태계와는 살짝 궤를 달리 해온 민간 주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느덧 전후방 연결고리들이 더 확장되고 단단해지고 있다.

필자가 설립한 벤처스퀘어의 경우 IT 생태계에 오랫 동안 관찰하고 참여했던 전문가 공동 창업자들의 이력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해주고 미디어와 이벤트를 활용해 스타트업에게 무대를 만들어주는데 주력했다.

최근에는 TIPS 운영사로서 투자를 진행해오면서 외부의 투자 파트너들과의 교류가 늘고 있다. 신기술금융조합을 운영중인 코리아오메가와 조합을 함께 운영해오면서 최근에는 등록 액셀러레이터로서 멘토가 가능한 출자자들로 구성 개인투자 조합을 2개 결성해 이미 투자를 완료한 상태다.

지난 2년 동안 TIPS 투자와 관련된 조합을 공동 운영중인 코리아오메가 이정창 이사는 “1,000억원 대 규모의 펀드를 소수의 인원으로 운용해야 하는 벤처캐피탈이나 신기사 입장에서 시드 단계의 투자와 보육을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들과의 협업은 필수”라고 전제하고 “실제로 전후방 투자 연계에 대한 플랜을 공동으로 구상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시드 투자 후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해 새로 고민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도 대형 펀드와 액셀러레이션의 연계 프로그램은 매력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내외부의 압력에 따라 스타트업 지원을 사회공익활동 차원으로 여겨온 대기업들도 인식을 달리하고 있다.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넥슨, KT 등은 꽤 오랫 동안 ICT 분야를 중심으로 액셀러레이션 활동을 펼쳐오고 있고 현대자동차와 롯데액셀러레이터도 얼마 전부터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원으로 역할을 해오고 있다. SK 브라보리스타트, 청년비상, 101 액셀러레이션 활동과 한화그룹의 드림플러스 등이 그동안 축적된 스타트업 지원 활동에서 본격적인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의 상생 모델을 나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SK 브라보리스타트 프로그램은 2013년부터 시작되었으며 SK 서울캠퍼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간 지원까지 나서고 있다. 예비창업자 및 회사 설립 5년 미만 기업이 지원할 수 있으며 지원 혜택은 초기 자금 2,000만원과 SK 서울캠퍼스에 10개월간 입주공간을 제공한다. SKT 내 여러 사업부서와 연계한 판로 개척, 마케팅, 글로벌 진출 지원, 기술 개발 지원에 주력하며 평가를 통해 사업화 자금으로 1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한화S&C 역시 2014년 말‘드림플러스아시아유한회사’ 라는 업무집행조합 회사를 만들고 ‘드림플러스글로벌씨드프로그램합자조합’라는 합자조합에 60억원을 1차로 출자하는 등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투자를 도우면서도 항간의 직접 출자를 통해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하는 등의 불필요한 마찰이나 오해를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한화드림플러스 액셀러레이터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홍경표 부문장은 대기업의 액셀러레이션 사업 진행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의 액셀러레이터 사업이 자칫 대기업의 인재 빼가기나 자회사 헐값 편입 논란이 있고 계열사 편입으로 인해 스타트업이 야성을 잃고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문제가 발행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합자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 시스템을 활용해 스타트업은 야성을 잃지 않고 대기업은 신사업을 외부에서 관리하여 도와 재무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최근 실시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7에 따르면 가장 입주하고 싶은 창업 지원 센터는 2015년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네이버D2 스타트업 팩토리와 구글 캠퍼스 서울로 나타났다.

네이버 D2 양상환 리더는 “네이버-라인 등 전사적으로 기술과 투자에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 80%”이고 나머지는 D2 운영진의 성실한 운영이 한몫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대기업 연계형 액셀러레이션은 모회사의 인지도나 성격, 피투자기업과의 연계 가능성에 스타트업들이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원대학교 교수이자 엔슬파트너스 창업자인 안창주 이사는 “스타트업들이 대기업 임원 은퇴자들로 구성된 멘토 그룹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선행 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직은 스타트업들이 당장의 돈이 더 필요해서 액셀러레이터들을 찾지 네트워크나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모른 상태에서 액셀러레이터들과의 연결 고리를 정확하게 찾아내지는 않고 있다는 소리다.

엔슬파트너스는 대기업 사장이나 임원 출신들로 이뤄진 전형적인 선배 멘토 그룹으로 최근에는 창업도약패키지 사업을 진행중이며 각종 정부와의 스타트업 지원 연계 사업을 진행중이다. 안 이사는 “앞으로 스타트업의 판로 확대와 인수합병을 도와줄 수 있는 중견 기업 오너들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내어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확정되지 않은 미래, 활발한 액셀러레이터 정체성 찾기=최근 들어 액셀러레이터들의 활동이 판에 박힌 듯 똑같다거나 너무 보이기식 운영이 많다는 평가도 들린다.

액셀러레이터들 사이에서도 투자자에게 스타트업을 선보이는 자리인 ‘데모데이’가 자사의 홍보를 위한 쇼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갈수록 지명도 있는 연사들을 데려와서 기관의 성과를 자랑하는 데 이용하려는 정부 각 기관들의 경쟁적인 행사 개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무료 개최가 오히려 해당 이벤트를 기획하고 스폰서십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잃게 만들어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 축을 붕괴시킨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 생태계 초기에 대형 커뮤니티형 박람회였던 비석세스의 비론치와 비글로벌은 얼마 전부터 개최되지 않고 있으며 벤처스퀘어의 스타트업 글로벌 컨퍼런스 역시 유사 정부 프로그램과의 경쟁을 피해 데모데이를 중심으로 축소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갈수록 대형 이벤트에만 매몰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이벤트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차분하게 서로 눈을 마추칠 정도의 규모로 행사로 치르자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로아인벤션랩 김진영 대표는 “로아인벤션랩은 매 달 패션, 반려동물, 푸드테크 등 분야별 스타트업을 모아 런웨이 쇼케이스를 진행한다”며 “특색있는 데모데이를 진행하니 투자자가 먼저 참가를 신청한다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관심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경기문화창조허브(끼허브)에서 매달 열리는 스타트업을 위한 커피반상회, 스텝업, 스킬업 교육 과정, 네트워킹 파티, 클럽데이, 오픈업 세미나 등 10여 명에서 100여 명 정도의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열어 참여자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스타트업 사이의 교류를 다채로운 형태로 촉진하고 있다.

2기 센터장 임기가 몇 달 안 남은 디캠프 역시 꾸준히 작고 큰 이벤트를 개최해오며 스타트업 사이의 교류를 부추기고 있다.

김광현 센터장은 “디캠프는 의전과 형식을 철저하게 스타트업들에게 맞춰 운영하려 노력해왔다”고 강조하고 “스타트업 생태계가 스스로 원래 어때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뿜어낼 준비를 해야 한다”며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했다.

액셀러레이터들끼리도 지명도 차이와 투자 실적 차이가 나오면서 다양한 형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진출 도우미로서의 액셀러레이터 활동들도 주목할만 하다.

쉬프트는 스타트업 투자를 하는 초기투자사이자 신생 액셀러레이터이다. 쉬프트는 한국 스타트업의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진출을 돕고 해외 스타트업의 한국 정착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아시아비트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쉬프트의 유청연 대표는 옐로모바일에 초기 투자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본투글로벌 투자담당매니저로도 활동해왔다.

더벤처스 역시 최근 들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팁스 투자 관련 검찰 기소와 무죄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더벤처스 역시 동남아 지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지난 해 초 더벤처스 베트남 법인(법인장 최원준)을 설립하고 한국 스타트업과 베트남 스타트업 사이의 교류에 힘쓰고 있다.

서울VR스타트업은 도쿄VR스타트업의 한국 지사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는 물론 일본으로의 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역할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아직은 미래가 확정적이지 않은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의 액셀러레이터로서의 정체성 다지기도 한창이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근 팁스 운영사로 선발되며 본격적인 투자와 액셀러레이션 활동을 개시했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세종시와 함께 50억원 규모의 공적 펀드를 구성하여 액셀러레이션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미 액셀러레이션보다 초기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도우미 역할에 주력해온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경우도 모두 교육보다 창업지원 및 창업 희망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보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글로벌 특화센터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서울지역의 액셀러레이터들과의 교류와 연계 프로그램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액셀러레이터 등록을 마친 고려대학교 기술지주회사, 포항공대기술지주, 전북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 등 대학 기술지주회사들의 액셀러레이션 생태계 진입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중기부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의 수는 10월말 현재 43개에 달한다. 내년까지 시장에 등록 액셀러레이터를 포함해 등록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민간 액셀러레이터를 비롯해 각종 공공과 대학, 대기업 액셀러레이터까지 줄잡아 100여 개 이상의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올해 출자사업 참여자들과 각종 액셀러레이션 펀드들이 시장에 2조원 가까이 스타트업에게 러브콜을 던질 것으로 보여진다. 수요공급 측면에서 스타트업들이 유리해지고 있다.

아직도 액셀러레이터들은 내외부적으로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의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참여자임은 분명하다. 이들 스스로 후속투자 연계와 보유지분의 유동화, 전문성 제고 등에 대해 활발한 내부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액셀러레이터 등록제가 시행되었지만 아직 전문인력 조건 및 펀드 참여 출자자 제한과 세제혜택 등의 논의가 진행중이다.

등록 액셀러레이터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통합 데모데이를 진행하는 등 사단법인의 활동이 빨라지고 있다. 사단법인을 만들기 위한 추진위원회 성격의 이 단체는 일부 기존 액셀러레이터들 외에 최근 액셀러레이터 등록제 시행에 따라 신규로 설립된 곳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여기에 기존 공익 재단이나 대기업의 액셀러레이션 조직, 독립 액셀러레이터들이 모여 있는 액셀러레이터 리더스 포럼(ALF) 사이의 정책적 협업이 어떻게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 이 글은 서울창업허브(http://seoulstartuphub.com/)와 공동 기획, 진행한 것입니다. 관련 내용 원문은 서울창업허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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