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알파고 ‘인류가 인간을 이긴 이야기’

다큐멘터리 영화 ‘알파고(AlphaGo)’는 그렉 코스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 2017년 9월 미국에서 첫 개봉 후 올해 벤쿠버 국제 영화제를 비롯해 전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 중이다.  한국에서는 이번 서울 독립 영화제를 통해 상영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시놉시스는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의 여러 수를 학습하는 초기 과정부터 전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던 세계 최고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의 7일간의 대국 현장’까지 알파고의 역사를 생생히 담았다.

일단 영화 시작은 한국의 기원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바둑을 즐기는 한국인을 통해 감독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한국이 바둑 세계 최강, 아니 우주 최강이라 일컫는 이세돌의 나라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비추고 싶었을 것이다.

바둑은 중국에서 3천여년 전부터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드 게임이다. 게임 룰은 아주 단순하다. 흑돌과 흰돌로 나눠  갖고 번갈아 바둑판 위 임의의 점에 놓아 차지한 집에 의해 승패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게임의 룰은 단순하지만 게임을 통해 조합가능한 경우의 수는 10^170개로 우주상에 알려진 원자 수보다도 많다.

판 후이 프로 2단, 현재 유럽 바둑 챔피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파고가 처음 꺾은 인간이 이세돌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첫 희생양(?)은 중국인이자 현재 프랑스 보르도에 거주주인 팡 후이(Fan Hui) 프로 2단이었다. 그는 딥마인드 알파고팀의 초대로 영국으로 건너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완패를 하고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후 그는 알파고팀에 합류에 꾸준히 대국을 하면서 알파고의 약점을 잡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인간과 기계의 대국이라는 이슈의 중심에서 묵묵히 모니터 상에 뜨는 알파고의 움직임을 대신해 바둑알을 놓던 아자 황(Aja Huang)은 딥마인드의 수석 엔지니어다.

영화는 초기 구글 딥마인드팀의 알파고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한 채 알파고 버전18이 담긴 노트북을 꼼꼼히 포장하며 배경은 금세 한국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이후는 우리가 실시간 대국 중계로 못 봤던 알파고 제어실과 대국장, 그리고 관련된 인물 몇명이 끊임없이 교차편집된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와 강화 학습 연구 총괄인 데이비드 실버 교수

모든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렇듯 사실을 기반으로 제작된 만큼 그 다음은 우리가 모두 아는 내용과 장면으로 채워진다. 1국을 지면서 TV 해설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기계에게 졌다는 패배감에 휩싸여 통한의 절규를 시작했고 연거푸 2국, 3국까지 패배하자 알파고를 ‘터미네이터’처럼 보는 차갑고 날이 잔뜩 선 시선이 화면 곳곳에 비춰지기 시작한다.

4국은 모두가 아는 인류가 기계를 이긴 유일한 대국이다. 3판을 내리 지고 얻어낸 값진 승리였지만 기쁠 수 없었던 대국이었다. 그리고 5국 역시 또 패배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세기의 대결은 결국 1승 4패로 끝났다.

맥이 조금 풀리지만 영화 내용은 사실과 동일하게 여기까지다.

중간중간 누구의 편인지 모를 팡 후이 2단이 그때의 느낌을 잔뜩 격앙된 채 수다스럽게 전하고 알파고 제어실의 엔지니어들이 실시간으로 알파고의 승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전부다.

사실 이게 더 놀라웠는지도 모른다. 제어실 엔지니어들이 한 말을 조금 옮겨보자면 알파고는 실시간으로 대국이 진행될때마다 승률을 %로 예측했다. 그리고 보통 한번에 50~60수를 계산했으며 4국에서 이세돌의 결정적인 한방에는 최대 90수 이상을 계산하며 자신이 ‘멘붕’에 빠졌다는 사실을 수치적으로 보여줬다.

왼쪽에서 4번째가 알파고의 ‘바둑봇’으로 활동했던 아자 황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벌인 총 5국 중에서 바둑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2수는 2국에서 알파고가 놓은 37수와 4국에서 이세돌이 놓은 78수에 있다.

알파고가 놨던 흑37은 중계를 보고 있던 수많은 바둑인을 집단 멘붕에 빠트린 수다. 다들 착점이 잘못 놓인게 아니냐며 눈을 부벼가며 다시 확인했던 수였다. 인간에 눈엔 한낯 ‘기계의 실수’ 정도로 비쳤지만 사실 그건 알파고의 빅픽쳐였음을 대국이 끝나고야 인간을 깨닫게 된다.

대국 후 기자회견에서 이세돌은 그 수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냥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 직감을 따랐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수는 알파고를 혼란에 빠트렸고 백180에 알파고는 불계패를 선언했다.

그런데 알파고 제어실 화면에서 당시 이세돌이 놨던 착점에 알파고가 바둑돌을 올릴 확률을 계산한 수치가 등장한다. 딥마인드에 계산에 따르면 그곳에 알파고가 놓을 확률은 0.007%였다. 말 그대로 ‘신의 한수’였다.

“이 시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다”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수많은 바둑 전문가들은 그때의 수가 4국에서 이세돌의 눈을 뜨게해 준 78수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알파고는 마지막 대국에서 1집반으로 승리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다는 점이다. 크게 이기던 작게 이기던 기계의 입장에서는 승리와 패배를 오직 1과 0으로 구분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존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난, 앞으로 천년의 바둑 역사를 뒤바꿀 역사적인 사건으로 말이다.

한편 구글코리아는 지난 12월 4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알파고’의 국내 언론 시사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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