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스타트업 가장 많이 만난 일본인 VC에 묻다

일본 벤처캐피털 취조파일은 우리나라를 무대로 활동하는 일본 VC 투자자의 시각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본인이 생각한 한국 스타트업, 그리고 가상 스타트업 피치덱(Pitch Deck)을 통해 그들이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자.

취조 투자자 프로필
이름 : 에비하라 히데유키
국적 : 일본
특징 : 전 사이버 에이전트 코리아 대표, 씨드 – 시리즈A 투자 경향 강함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에비하라 히데유키 전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코리아 대표다.

바로 이 사람.. 에비하라 히데유키 전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코리아 대표다.

타케베 :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합니다.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를 갑자기 그만두셨는데,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에비하라 : 요즘은 전 회사에서 지원했던 기업을 도와드리면서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을 살려서 한국과 일본 스타트업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타케베 : 혹시 한국이 싫어진 거 아니에요? ^_^a..

에비하라 : 아닙니다. 한국은 제게 제2의 고향같은 곳입니다. 아직은 계획만 있고 구체화하지는 않아서 한국을 찾을 기회가 적었습니다.

지난 4년간 한국에서 생활했고,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도 거의 매달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서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확실히 빈도가 줄긴 했네요.

앞으로도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다음 일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과거 경험을 살릴 수 있을지, 제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만난 일본인입니다.

에비하라 전 대표가 그 동안 만났던 스타트업 수를 살펴보고 있다.

타케베 : 한국에서 활동하면 일본 VC 중에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의 투자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던데요. 정말 좋은 기업도 많았죠. 대체 얼마나 만나신 건가요? 최종적으로 발굴한 기업은 몇 개인가요?

에비하라 :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래도 일본 사람 중에 가장 많은 한국 스타트업을 만났다는 점은 자신합니다. 하루에 2개 스타트업을 만났고… 1년에 200일 정도 일했으니까.. 400개.. 한국에 4년 있었으니 1,600개.. 그 정도지 않을까 싶은데요.

타케베 : 1,600??

에비하라 : 리멤버에 저장된 명함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어쨌건 저 외에도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코리아에 다른 파트너도 있으니 만나지는 않았지만 보고 들은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질 것 같은데요?

타케베 : 같은 일본인으로서 궁금한 점인데요. 일본인으로서 한국에서 한국어로 투자처를 검토하는게 어렵지 않나요? 스타트업 대표의 답변이나 말투 등에서 사업에 대한 태도, 열정을 판단하기도 하잖아요.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에비하라 : 그 부분을 도와주는 분이 있긴 했지만 역시 네이티브가 아니라 힘든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에 대한 답이 모순되거나 화제를 돌리려는 모습은 통역을 통해서 들어도 알 수 있습니다. 사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언어를 넘어서는 것 같은데요?

그 밖에는 자료보다는 가능한 많은 기업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최대한 늘렸습니다. 좋은 회사를 쉽게 찾을 수 없으니 만나는 숫자를 늘려야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좋은 기업에 대한 감도 생기는 것 같네요.

투자 선언! 그리고 일본 가서 죽어라 본사 설득…

그가 투자를 진행했던 대표적인 스타트업.

타케베 :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면 일본 본사의 투자 심사도 통과해야하잖아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됩니까?

에비하라 : 아.. 우선 한국 VC와 일본 VC는 검토 속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일본은 실패하지 않도록 절차를 몇 단계나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일본 국내 기업에 투자할때도 그런데, 해외 기업은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게 되죠.

그래서 한국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겠습니다”를 외친 후에는 본사로 돌아가 죽어라 설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속도가 느려서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거든요.

타케베 : 일본 본사에서 투자 검토를 할 때 뭘 가장 궁금해하던가요?

에비하라 :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시장성입니다. 그리고 비교 우위성 이 두 가지죠. 그런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한국 현지를 경험하지 못한 일본 본사 사람은 투자 검토를 하면서 일본 시장에서 얻은 상식을 적용합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판단을 받기가 어렵죠.

가령, 한국은 B2B 솔루션의 가격대가 일본만큼 높지 않아 유료 사용자의 단가가 낮은 편입니다. 이걸 일본 본사에서는 단순히 “사용자 단가가 낮은데 이거 마케팅이나 영업 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냐?”라고 지적하기도 하죠.

그 밖에 문화적 차이에서 생기는 사업 방식의 차이도 있는데, 이건 정말 논리적으로 설명이 어려워요. 한국에서 생활해야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이죠.

타케베 : 논리적으로 설명을 못한다고요? 그럼 그걸 에비하라상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에비하라 : 결국 심사역 개인에 대한 본사의 신용이죠.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코리아에서 함께 했던 유정호 파트너도 본사에서 ‘한국과 일본 마켓을 모두 이해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었는데요. 본사를 설득할 때 항상 함께 했었습니다.

일본 본사에서는 “에비하라가 이렇게 말하더군” 또는 “유정호 파트너가 이렇게 말하니 믿어봐야 겠군”이라고 생각하는거죠. 실제로 지금까지 진행된 투자가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아한 형제들, 트라마앤컴퍼니 등 정말 좋은 기업을 많이 찾을 수 있었죠.

원인은 이 안에 있다!

예시로 만들어진 IR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에비하라 히데유키 전 대표

타케베 : 역시 말만 들어서는 에비하라상의 머릿속을 알기가 어렵군요. 그래서 몇 가지 가상 IR 자료를 만들어왔습니다. 실제 스타트업의 자료를 약간 변형한 자료입니다. 실제로 투자심사를 한다고 생각하고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에비하라 : 오… 여기서요? 알겠습니다.

1. 스타트업 A (의료관련 IoT, 씨드)

“뭐하는… 회사인가요?”

에비하라 : 아…. 음…. 어… 이건… 그러니까 뭐 하는 회사일까요? 설명이 길고 내용도 많은데 자료를 봐도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뭔가 의료 관련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우선 의료 분야는 기술이 있어도 워낙 업계 관습이나 기존 협회 등이 보수적이라 그걸 어떻게 극복할지가 VC 입장에서는 가장 궁금할 것 같은데.. 그런 내용은 전혀 없네요. 일본에 진출한다면.. 쉽지는 않을 것 같고 시간도 정말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네요.

2. 스타트업 B (학생 스케쥴 서비스, 시리즈A)

“재미있네요! 그런데, 앞으로 뭐하실 건가요?”

에비하라 : 오… 무척 재미있는 서비스네요. 한국이나 일본에 니즈는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음.. 그런데 마케팅 방안이 자료에 없네요. 재미는 있지만, 특정 업계가 대상이라 마켓이 작을 것 같은데요. 사업 규모를 어떻게 할 생각인지도 VC 입장에서는 궁금합니다.

스케쥴 관리에 아르바이트 관련 정보나 채용 관련 서비스를 추가해서 IPO를 한다거나 창업 초기에 투자를 받고 기업 가치를 너무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M&A를 추진해야할 것 같아요. 이 서비스는 단독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 만큼 앞으로 계획을 꼭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3. 스타트업 C (미용기기, 씨드)

“뭐하는 회사죠?” 2탄

에비하라 : 아아..음… 여기도 잘 모르겠네요. 이 스타트업은 뭐 하는 회사인가요? 아 화장품, 미용기기요?? 제가 이 분야는 잘 모르지만, 한국이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재미있는 시도도 많은데요.

음.. 그런데 이 자료만 봐서는 이 스타트업이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 기술적 우위성이나 수익률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제품 소개만 있는데, VC가 알고싶어 하는 정보는 전혀 없다고 봐야해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수 있는 기업이네요.

그리고 이런 미용용품이라면 크라우드펀딩 쪽이 VC보다 잘 맞을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드네요.

어떻게 하면 투자하실래요?

“음.. 그러니까 일본 VC에게 투자를 말이죠…?” (씨익..)

타케베 : 이 세 스타트업이 일본 VC에게 투자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에비하라 : 씨익….(ㅡ_ㅡ^)

타케베 : 지금 웃었죠?

에비하라 : 일본.. VC에게 투자를요?

타케베 : 네. 오늘 그거 들을라고 모인 건데요? 원인을 찾아주세요.

에비하라 : 지금 이 자료만으로 투자에 대한 판단은 어렵습니다만, 자료만 보자면 세 스타트업 모두 사업 규모(Scalability)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어떤 서비스로 성장할지, 사업을 계속하면서 나타날 경쟁 우위성이 무엇인지 등이 있겠죠. 그리고 딱 봐서는 지금 뭐 하는 회사인지 잘 모르겠다 싶은 기업도 있었잖아요? 물론 저라면 만나보고 싶은 기업입니다만, VC의 상황에 따라서는 그냥 지나치는 메일이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일본 벤처캐피털 취조파일 시리즈 “원인은 이 안에 있다!”

“얼마나 성장할 수 있고,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자료에서 현재도 미래도 찾을 수 없다.

  •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누구나 알기 쉽게!
  • 타사와 비교 우위성은 철저하게 분석해서 넣을 것!
  •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인지!
  • 투자자가 원하는 사업 규모의 변화를 보여주자!

본 기사에 등장한 스타트업 자료는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된 픽션입니다. 유사 스타트업이 존재하더라도 우연이며 특정 스타트업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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