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과 시대와 소통하는 창의성

[엔슬칼럼] 창업 성공 요소 가운데 기본적으로 창업가 역량을 거론하면서 기업가 정신 또는 창업가 정신을 다루게 되는데 무엇보다 창의력, 창의성 부문에 대한 내용을 연구한 논문을 보기 힘들다. 다만 혁신성으로 그 의미를 대신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출처=gettyimages

딱딱한 학문적 논의를 벗어나서 다른 분야를 얘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쉽게 창의성을 얘기하면 예술 분야를 생각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미술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하면 누구나 잘 아는 인상파 화가이고 미술사적으로 인상파, 야수파, 추상화와 표현주의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면 ‘반 고흐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맘껏 감상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운 좋게 유럽에 주재 근무할 여러 기회가 있어서 수 차례 다녀온 적이 있으며 처음 봤을 때의 그 감동은 안 잊혀진다. 그런데 사실 그 때보다 먼저 고흐 작품의 감동을 느낀 것은 20여 년 전에 남부 프랑스에 소재한 아주 작은 마을 ‘레보'(Les Baux)를 방문했을 때다. 그 곳은 과거 신교와 구교의 종교 전쟁의 피해가 남아 있는 유적지라서 우연히 프로방스 지역을 돌다가 잠시 방문했을 때 입구에 조그마한 성당 같은 건물이 있어 안으로 들어갔더니 성당이 아닌 아주 작은 박물관으로 반 고흐의 작품과 실제 풍경을 비교하면서 슬라이드를 통해 전면에 보여 주는 것이었다.

중고등학교 미술 책자에 조그맣게 보았던 그림이 아주 커다랗게 그리고 실제 지역과 비교하면서 보았을 때의 감동은 지금 생각하면 별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그 당시 큰 울림이었다. ‘아~ 이렇게 고흐는 프로방스 지방을 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이 것을 화폭으로 옮겼구나! ‘ 하고 느끼면서 실체를 보니 새삼 감동이 밀려왔던 것이었다.

또 다른 미술가를 거론해보면 ‘파블로 루이스 피카소'(1881-1973)이다. 통상 스페인에서는 맨 뒤이름이 어머니 성이고 그 앞이 아버지 성인데 나중에는 ‘파블로 피카소’로 불러 달라고 할 정도로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천재적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과거 타임지 선정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하였던 인물로 그는 생전에 1만 3,500여 점의 그림, 700여 점의 조각품 등 작품 수가 무려 30,000여 점이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다작을 넘어선 수준이다. 보통 작품 수가 많아지면 그에 따른 제품당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그는 죽는 날까지 엄청난 값어치를 누리고 갔다. 지금도 서구 웬만한 미술관에는 한 점 이상씩 전시될 정도의 숫자이니 그의 작품 활동과 열정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쉽게 생각하는 그림의 이미지는 큐비즘으로 얘기하는 입체파에 입각한 그림들을 많이들 상상을 할 것이다. 피카소의 화풍은 전문가들 의견을 조합하면 5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가 청색시대, 뒤를 이어 장밋빛시대, 입체주의, 고전주의, 마지막에는 초현실주의까지 섭렵하게 됐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여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다양성을 놓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 아무리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피카소는 줄기차게 새로움을 탐구하고 도전하는 정신을 잃지 않은 듯 하다.

한동안 독립을 주장하는 스페인의 카탈루냐주의 주도인 바르셀로나에는 피카소 박물관이 있다. 이제는 유명해져서 휴가철에는 줄을 서서 한참은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는 곳이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로 대표되는 도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이 피카소 박물관을 관람하라고 추천한다. 사실 안의 작품을 보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지만 상당히 의미가 있음을 금방 알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유화 작품의 대작보다는 유년기와 청년기의 작품들과 데생 작품들을 볼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마드리드 소재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습작한 작품부터 어떻게 입체주의 형태로 변화하는지의 연작 작품을 보면서 그의 작품 기법과 생각을 미루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피카소의 대표작들을 보면서 정말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그림을 잘 그렸을까 하는 의구심이 한방에 날아갈 것이다. 그만큼 피카소는 여러 데생을 통해 실제 대상에 대한 연구를 치열하게 한 것이다. 어렸을 때 새와 사람의 손을 계속 그리도록 교육을 시킨 아버지의 영향도 있어서 그는 이미 어린 시절에 미술의 기본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면 창업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고흐’ 나 ‘피카소’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위대한 화가다. 후대에 그들의 작품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두 천재 화가가 활동하던 시기에 받아들이는 상황은 너무도 차이가 났다. 그야말로 피카소는 생전에 평가를 받아 세속적인 부와 명에도 함께 누린 후 삶을 마감하였던 반면에 ‘고흐’는 살아 있는 동안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사후에 그 명성이 급속도로 커진 것이다.

▶ 시대와 소통하는 창의성이 중요하다.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이 가지고 있어도 이 가치를 시장에서 몰라 주면 창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갑갑할 노릇인 것이다. 따라서 이 아이디어와 기술이 지금 맞는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필요한지 우선 파악할 일이다.

그리고 서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예술가들에게는 후원자가 지지를 해주어야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음을 문화•예술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지지자들이 필요하다. 이런 지원이나 후원이 없다는 것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끊임없는 연구와 조사, 노력에서 나오기가 쉽다. 위의 두 거장들은 자기 재능에 함몰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새로움을 모색하려는 노력과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물론 섬광처럼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발휘하는 천재적 영감을 부인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학술연구에 의하면 자기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개선, 혁신 의지를 갖고 정진하면 성공의 확률이 그래도 높아짐을 밝히고 있고 창업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그래도 재 창업 시 실패의 경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 다양성 교육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 미술교육을 기본 바탕으로 언어, 사고, 토론 등까지 확대하여 포괄적으로 교육하는 과정이 초등학교부터 실시하고 있다. EBS에서는 동 내용으로 방송에 내 보낸 적이 있다. 비단 프랑스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여러 교육활동을 학교에서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에 IBM에서 글로벌 CEO 3,000명에게 설문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창의적인 사고’, ‘혁신적인 성과’, ‘독창적인 방식’ 으로 ‘소통하는 인재’라는 결론이었다고 한다.

즉 창의적인 인재를 지속적으로 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이 부분에서 부족한 우리나라는 단순히 창업 실무적인 내용을 떠나서 사회의 다양함을 이해하고 채우려는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함과 유연성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뜻밖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창업을 성공으로 이끌기가 쉽지 않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격언처럼 시대에 맞는 소통으로 정성과 노력을 더욱 치열하게 기울이며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하지 않고 여러 다양함을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아르키메데스’ 가 ‘유레카’하고 외친 듯 자신 있게 세상에 ‘유레카’를 외치는 창업가들이 나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은퇴한 조합원으로 구성된 청년 창업 액셀러레이터다.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과 네트워크,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엔슬협동조합은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을 매주 벤처스퀘어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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