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컨설팅 “언제든 두드려 달라”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특이하고 혹독한 군생활을 경험한 지인에게 들은 말이다. 당시 근무하던 부대의 구호였다고 한다. 중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전담하는 그라운드플로어엑스(Ground Floor X)의 한송희 대표를 만났다. 현실 세계에서 쉽게 보지 못할법한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이었다.

그라운드플로어엑스는 1층이라는 의미와 콜라보레이션의 ‘X’를 합친 이름이다. 건축물 자체의 규모를 결정하고 초석을 다지는 과정에서 건물의 용도나 동선을 잡을 때 1층 설계가 가장 중요한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협업을 위해 ‘X’를 더했다. ‘X’ 이후에 업체 이름을 쓰면 자동으로 협업을 의미하는 모양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요즘 인터넷 상에서 가장 핫한 신발인 ‘리복X베트멍’ 같은 느낌이랄까. 튀는걸 극도로 자제하기 때문에 CI 역시 두드러진 색상을 쓰지 않았다. 협업하는 브랜드의 로고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인터뷰를 위해 한 대표를 만난 곳은 을지로 위워크 건물 지하 6층이었다. 평소 외근때 즐겨 이용하는 차종은 MINI 컨트리맨으로 네이비에서 서비스하는 카셰어링 모델이다. 비용 절감 측면도 있지만 클라이언트 문제로 인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보통 클라이언트가 영세하다 보니 위치 좋은 역세권일리 만무하고 택시를 매번 이용하기는 부담스러워서다. 사무실 주차비 역시 운영비에 포함되는 만큼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택시와 비교해도 크게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때는 몰랐다. 차 안에서 원고를 받아 적어가면서 인터뷰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멀미’를 동반하는 것인지.

남산 소월길, 서울역 인근을 돌면서 이동 경로만큼이나 두서없는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창업전에 약력을 물어보니 의외로 화려한 전력의 소유자였다. 일단 한 대표의 약력은 대략 5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가장 먼저 한 일은 공연 분야에서 세계적 축제인 ITI 총회의 기획팀 소속으로 일하다 페스티벌/축제 기획일도 했다. 같은 분야를 계속 가는가 싶더니 대뜸 출판쪽으로 넘어와 3곳의 매체에서 편집장을 맡으며 잡지와 책을 만들었다. 그다음 과정은 방송 분야. 그리고 마지막 봉급쟁이 생활은 기업에서 HR 분야를 담당한 것으로 끝냈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면서 네트워크가 확보 됐고 콘텐츠에 대한 기획과 전략에 대한 필요성을 몸소 체감하게 됐습니다. 대기업은 이런 부분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지만 작은 회사는 보통 없는 곳이 많거든요. 또한 콘텐츠나 상품 제작 본연에 중점을 두다보니 기획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잦고요”

한 대표는 잘나가는 직장을 박차고 창업에 뛰어든 이유를 단 두 문장으로 설명했다. 실전 경험을 통해 약점을 찾아내고 그 약점을 보듬어야 할 대상을 찾는 것.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 해결에 대한 고민이 전략과 기획 분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셈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기본적인 성향 역시 비슷하다. 문화/예술쪽 잡지 기자 출신, 패션 분야 관련 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마케터 출신 5명과 지난해 3월 법인 설립 후 컨설팅 분야에 뛰어 들었다.

한승희 대표가 외부 미팅때 자주 이용하는 MINI 컨트리맨이다.

아직 채 일년이 안된 회사지만 ‘먹고 살 걱정’은 안하는 곳이었다. 파르나스몰 고급 브랜드 유치 컨설팅, 국제 서핑 협회 브랜딩 등을 비롯해 지난해 진행한 굵직한 프로젝트만 어림잡아 8개다. 지자체, 교육 콘텐츠, HR조직 구성 같은 다양한 카테고리를 진행하고 올해도 이미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었다.

한 대표는 “전략이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솔루션을 구체화 하는 방법”이라 정의했다. 셰프가 만드는 요리의 레시피는 모르더라도 어떤 요리를 새롭게 만들지에 대한 궁금중 해결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프로젝트는 모두 전문가 집단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사업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최소 3개월 전, 최대 1년 전부터 기획 작업이 시작된다. 컨설팅 업계에선 여기까지 단계를 ‘프로젝트 수주’라 부른다. 1년에 최대 9건까지 수주가 가능할 경우 1년간 살림살이가 가능해 매출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다고. 이 이상의 수주는 현재 인원으로 해결이 안되기에 더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한다.

1년치 살림살이가 끝났다고 해서 마냥 무사태평하게 지내는 건 아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와중에 그동안 카페 컨설팅만 15곳 정도 진행했다. 역시 대표는 일복이 없거나 혹은 반대로 일복을 타고난 사람만이 꿰어차는 자리다.

서울역 구간을 지나던 중 지난해 진행한 프로젝트인 ‘서울 7017’과 마주했다.

서울시 7017 행사 진행은 작년에 수주해 진행했던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마침 서울역을 지나던 참이었다.  KTX는 공기업이지만 3년 단위로 기차에 배포하는 매거진을 외주 발주하는데 규모가 꽤 크다고 한다. 보통 국내 굵직한 잡지사가 입찰에 참여하는데 6개 팀 중 전략에 대한 세부 내용의 실행 능력(비계량 부분)에서 1등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최종 입찰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겉으론 상당히 화려하고 멋진 직군으로 보이지만 컨설팅은 실제 모습은 이미지와 정반대였다. 업무 특성상 회사가 드러나면 손해라고. 일을 발주한 기업이 드러나야 한다. 물론 전략을 짜는건 내부에서 일어나지만 그만큼 비밀 유지가 중요해서다. 홈페이지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한다.

일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는 ‘내부에서 하는 일을 외부’에서 하는 완벽한 아웃소싱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BCG나 맥킨지 같은 다국적 컨설팅 그룹의 경우 대기업을 상대하는 편이지만 작은 회사에서 부족한 기획력을 보조하는 게 바로 그라운드플로어엑스의 주업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보면 상당히 깔끔한 구조지만 기획과 전략에 부분에 대한 인식의 부재는 종종 불통을 일으키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아이디어’다. “우리가 하려고 했던거야…” 기획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원래 말로 뱉기는 쉬운 법이다.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액션플랜으로 바꾸고 회사의 역량과 정해진 예산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는다.

예산 문제로 실행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버젓이 다음에 자체 이벤트로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계약이 된 상태에서 진행된 게 아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도 없으니 벙어리 냉가슴을 앓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기획료 책정에 대한 부분 역시 아직까지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기획은 대부분 기획자가 할애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도 이런 인건비 책정에 각박한 편이다.

한 대표는 대표와 총괄 PD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분야마다 3명의 PM이 전담하고 필요한 클라이언트를 찾아 협업하는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영화 제작사와 같은 역할이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스타트업에서 컨설팅 같은 고가의 자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일거 같은데 그라운드플로어엑스는 반응은 예상 외였다. 보다 발전해야 성공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상담은 언제든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거의 대부분이 인건비라 가능한 일이다.

어떤 콘텐츠건 간에 발전해 사람들이 유익하게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컨설팅 조직 같은 ‘계산기 잘 두드리는 사람’의 모임에서도 사회적 기업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이 현재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크게 도움이 될리는 만무하다. 원래대로라면 전체 버짓에 10~30%를 기획료로  받지만 단 1%만 받고도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얼마나 매력적이냐가 관건이라고 귀뜸했다. 최근에 시작한 NGO 단체와의 프로젝트였다. 발주 전에는 상담료도 없으니 언제는 문을 두드려 달라는 당부를 마지막으로 전했다. 성경 구절인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 인터뷰는 카셰어링 서비스 네이비의 차량을 지원받아 진행되었습니다.  이웃(Neighbor)과 차(Vehicle)가 만나 탄생한 같은 삶의 기반을 가진 이웃, 동료들과 함께 쓰는 커뮤니티 카셰어링 서비스입니다. 현재 위워크 서울 전지점, 트리마제, 아크로리버파크 등 서울 시내 오피스, 아파트에서 서비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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