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 주얼리’ 이제 온라인에서 사세요

작년 통계 기준으로 4명 중 한명은 주얼리를 구입했다. 본인에게 혹은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경우다. 하지만 한해 6조원에 달하는 시장임에도 주얼리거래는 여전히 오프라인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일일이 발품을 파는 것에 익숙치 않다면 쇼핑이 순탄치 않다는 얘기다. 주얼리 전문 O2O 플랫폼 서비스인 비주얼(bejewel)은 그 틈새를 노렸다.

비주얼의 허세일 대표는 30년간 주얼리 사업을 한 부모님 매장에서 알바를 통해 처음으로 주얼리 시장을 접했다. 물론 가업을 곧장 물려받지는 않았다. 인프라 아키텍처(클라우드 서비스) 설계 업무를 하고 외국계 IT 회사 근무 중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접하면서 비로소 창업을 꿈꾸는 도화선이 됐다.

사업초기 주얼리 판매자와 고객을 연결하는게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비주얼이라는 O2O 서비스를 먼저 런칭했다. 종로나 강남 같은 주얼리 매장이 집단으로 형성된 지역에서 발품을 줄일 수 있도록 매장과 구매자를 연결하는 사업이었다.

주얼리 시장은 국내만 6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무려 모바일 게임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거의 모든 거래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거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아날로그 시장이다.

“지난 1년간 가장 보람된 성과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기존 오프라인 주얼리 매장에서도 사업 확장을 위해 온라인 판매에 대한 니즈가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현재 주얼리의 입점한 주얼리 업체는 전국 365곳. 주문, 제작 시스템을 갖춘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올해 5월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아직까지 이 분야를 타깃으로 하는 플랫폼은 전무한 상태고 마켓은 충분히 규모가 있으니 성장가능성은 비교적 높은편이다. 일본, 중국, 미국까지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는 상태로 전국에 무려 1만 5,000개에 달하는 온오프라인 주얼리 매장이 영업중이다.

비주얼 허세일 대표(왼쪽), 윤다솔 매니저(오른쪽)

주얼리는 2가지 시장으로 나뉜다. 흔히 보석이라 부르는 파인주얼리와 패션 액세서리 위주의 패션주얼리 두 종류다. 파인주얼리는 보통 결혼 예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평균 가격도 높고 주로 종로쪽에 많은 매장이 분포해 있다. 반면에 패션주얼리는 10만원 미만의 저렴한 액세서리가 주류를 이룬다. 그럼에도 1년에 8,000억원 시장이다. 젊은층을 위주로 합리적인 소비 패턴과 캐주얼하게 착용하고자하는 니즈로 인해 급성장중인 시장이다.

물론 비주얼은 어느 한곳에 치중하지 않고 두가지를 모두 다룬다. 굳이 엄격하게 비율로 따지자면 패션주얼리가 70%, 파인주얼리가 30%다. 티파니 같은 고급 브랜드는 이 중에 10% 매출도 차지하지 않는다. 비싼만큼 거래도 적어서다.

패션/파인주얼리 할 것 없이 제품을 모아서 큐레이션을 하고 있지만 파인주얼리는 하이엔드 제품군이 많아 재방문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거의 예물로 쓰이다 보니 결혼 성수기엔 5, 9월 직전달에 매출이 몰린다. 그나마 여름이 보석 업계에서는 성수기라고. 지금 인터뷰 시점인 겨울인 비수기다. 마케팅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해에 결혼하는 커플이 30만쌍이지만 한달에 6만명 이상의 방문자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O2O 서비스 이전에 선보인 건 보통 일생에 한번 뿐인 결혼 예물을 위한 견적 서비스였다. 1차적인 정보를 필터링하고 예산, 거주 지역, 선호하는 디자인을 통해 판매자와 연결하는 작업이다. 몇 달간 운영하면서 이용패턴을 추적을 해보니 백만원 이하가 전체 견적의 75%, 200만원 이하는 80% 이상을 넘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가 시장이 아직까지 인터넷과 거리가 멀다는 결론이었다.

그 결과 비주얼이 주얼리 O2O 서비스를 통해 잡은 타깃은 20대 초반이었다. 소비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합리적이고 가성비가 높지만 본인의 개성을 알리기 원하는 세대다. 또한 브랜드의 특성을 크게 타지 않고 모르는 브랜드라도 마음에 들면 구입하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가격은 10만원 이하의 부담이 덜한 제품을 고르는 구매패턴을 보인다.

구매 성향에서도 기존 견적 서비스와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보통 15만원 이상의 제품은 온라인에서 사는게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저렴한 제품 위주로 우선 진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북미 지역은 고가 제품도 온라인에서 구입을 하는데 매장과의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하지만 하 대표는 “시대의 흐름이 점차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으니 온라인에서의 주얼리 구입은 시간 문제”라 말한다. 다만 다른 산업군에 비해 조금 늦을뿐이다.

외출전 옷을 다 입고 마지막으로 착용하는 게 주얼리일 정도로 ‘패션의 끝’이지만 아직까지 주얼리는 ‘패션/잡화’로 속하는 One of them인 경우가 많다.

비주얼에서 마케팅을 당하는 윤다솔 매니저가 허 대표 옆에서 거든다. “패션에서 주얼리 액세사리는 서브 느낌이 강한편입니다. 이게 패션의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우리의 해결과제고요.” 아직까지 잡화라는 카테고리에서 속한 아이템이지만 가격은 패션에 버금갈 정도로 비싸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깨는게 목표였다.

해외 진출 계획을 물었더니 일단은 최근 중국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준비중이라고 귀뜸했다. 물론 아직까지 본격적인 계획을 잡고 준비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은 국내에서 1등을 하고 해외에서 1등을  노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슬램덩크 대사와 비슷하네요. 아마 그 시기가 되면 우리가 해외에 나가는 것도 꿈은 아닐겁니다” 원작에서 미국 진출을 생각하는 서태웅에게 안 감독은 “국내 무대를 정복하고 미국에 가도 늦지 않다”라고 조언한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번쯤 할법하다. “누가 우리를 ‘주얼리 회사냐?’라고 물어보면 우리는 IT 회사라고 답합니다. 지금은 서비스하지 않고 있지만 챗봇을 적용해 주얼리 적용을 어려워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베타서비스를 했었고 지금은 주얼리 이미지를 대상으로 머신러닝을 적용한 AI커머스를 준비중입니다”

고객이 찾은 이미지를 입력하면 유사한 주얼리 제품을 추천하는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었다. 기본적으로 반지, 귀고리, 팔찌는 90%이상 검출 가능하고 색상까지 구분하는 상태. 주얼리 관련 이미지는 현재 2만장 가량 학습시켰고 10만장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비주얼에게 지난 일년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정말 어렵다는걸 깨닫게 한 시간이었다. 고객을 모으는건 의외로 쉬웠다고. 어차피 시장 니즈가 읽고 플랫폼을 만들었으니까. 문제는 기존 판매자를 새로 만든 플랫폼에 진입시키는 일이었다. 주얼리 판매자는 특히 어렵다. 오프라인 기반이라 온라인에 대한 인식이 낮아 입점이 쉽지 않아서다.

“주얼리 분야는 의외로 근속년수가 높은 사업입니다. 망하지 않는 비즈니스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청 자료도 있죠. 당장은 우리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지긋한 사장님은 설득하기 어렵더라도 그들의 2세나 신규 사업자는 우리의 동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1등이 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비주얼도 마찬가지다. 주얼리라는 무주공산의 서비스를 하면서 이제는 오프라인 매장에도 이름을 조금씩 알리고 있지만 여전히 1등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오는 5월 출시 예정인 주얼리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몬즈(amondz)’ 역시 비주얼처럼 무주공산에서 시작하는 서비스다.

“지난해가 가능성을 본 한해라면 올해는 잘 닦여진 제조 인프라에 걸맞는 플랫폼과 브랜드를 동반 성장시키자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우리가 아직까지는 운 좋게도 최초로 시도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1년간 주얼리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체득한 짤막한 그들의 목표이자 소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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