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스페이스 속 ‘집사’ 커뮤니티 매니저를 만나다

위워크 역삼점의 김태헌 커뮤니티 매니저는 소셜 커머스 회사인 그루폰과 에어비앤비에 이어 위워크가  세번째 외국계 회사다. 그에게 국내 회사는 이력서에 없었다. 공간 관련 사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잠시 양평 인근에 글램핑 장을 만들어 운영한 게 그의 유일한 외도였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가장 못할것 같은 일이 영업일거라고 생각했죠. 일단 저에게 가장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그의 첫 회사 인턴 생활은 그루폰에서 음식점 할인 영업으로 시작됐다. 초창기 국내 진출 시기에 입사에 철수까지 모든 과정을 겪어가며 충청 지역 지점장과 여행팀 총괄까지 올라갔었다고 하니 성과는 꽤나 좋았던 것 같다.

여행팀을 맡으면서 얻은 경험으로 에어비앤비에 입사전 잠시 양평에 글램핑 장을 만들어 운영봤으니 창업 경험도 있는 셈이다. 그 당시엔 캠핑 관련 사업이 호황기였고 비교적 운영도 잘 된 편이었지만 오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위워크 입사는 에어비앤비 업무로 전국을 돌아다니던 중에 위워크의 한국 진출 소식을 접하면서다. 공간 사업에 대한 열망은 결국 위워크 입사로 이어졌다. 덕분에 커뮤니티 팀원 중에서는 한국 지사에서 세번째로 입사하는 영광까지 누렸다고.

위워크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는 간단하게는 지점 투어로 시작해서 운영에 대한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직군이다. 운영 전반에 대한 모든 일을 해야하는 게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이다. 투어나 마케팅도 함께 해야하고 스태프 관리나 빌딩 관리사와의 관계, 이슈까지도 모두 커뮤니티 매니저가 해결해야 한다. 심지어 라운지에 있는 팬트리에서 입주사 멤버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 맥주에 대한 계약, 운영도 모두 커뮤니티 매니저의 몫이다.

현재 역삼점 매니저로 있지만 강남, 삼성을 거치고 이번에 3번째 오픈한 지점이라고 한다. 전직장에서 붙은 역마살이 이번 직장까지 따라왔다.

성향이 다소 다름에도 지금까지 해왔던 일은 모두 연계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루폰은 온라인 판매 위주지만 최종은 소비자 중심의 회사다. 에어비앤비도 역시 호스트 발굴이 목표지만 게스트를 위해 존재한다. 위워크는 고객이라는 말 대신 멤버라 부르는데 이들과 최접점에 존재하는 회사다. 조금은 다른 문화를 추구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모두 같다는 얘기다.

반면에 기업문화는 조금 다르다고 말한다. 기존 회사의 경우 내부에서 관계사만 만나는게 전부였던 반면, 이곳에서는 근무중에 너무나 다양한 회사를 만나고 있다보니 약간은 대학내 캠퍼스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고. 위워크에 입주한 멤버 역시 학교에서 모두가 친할 수는 없어도 누구인지는 알고 있듯 위워크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마다 약간씩 다른 분위기를 받았는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빌딩 구조가 다르고 빌딩마다 한명씩 전담 디자이너가 있기 때문에 개인 성향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어도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지점마다 그 틀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다고 한다.

“페인트 톤이나 인테리어는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모두 표준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아마 입주한 멤버들의 분위기 때문일거에요.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하긴 머그컵 디자인에서부터 어디에 무엇을 놓고 어디에 버리는지까지 전세계 모든 위워크 지점이 동일하다고 하니 다른 분위기는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멤버들 분위기나 연령대 역시 예상과는 다소 달랐다. 다양한 연령대가 포진해 있는데 꼭 젊은층만 위워크를 이용하는건 아니라고 말한다. 부모님 또래의 멤버도 꽤 있다고 한다. 보통 대기업 은퇴후 제2의 인생을 찾아 창업하는 케이스다.

입주사의 경우 바로 옆에 구글코리아 본사가 있고 같은 건물에 페이스북이 있다보니 디지털 광고 관련 기업이 많이 있는 편이다. 이밖에 다양한 외국계 지사가 입주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블록체인 개발사도 암호화폐 열풍에 힘입어 증가하는 편이라고 한다.

일단 위워크하면 라운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위워크에게 라운지는 멤버에게 카페같이 쉴 수 있는 공간이고 손님을 만나는 공간이자 이벤트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디자인이나 공간감에 특히 신경을 많이 쏟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로 따지면 강당에 비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멤버가 함께 모이는 곳이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라운지는 종종 가장 독특하면서도 강력한 네트워킹 툴이 되곤한다. 네트워킹, 밋업데이를 통한 이벤트나 입주 멤버 전용앱을 통해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가 이뤄지지만 환경만 만들 뿐 실제적인 개입은 최대한 지양하는 게 위워크의 운영 정책이다.

그럼에도 전혀 모르는 멤버끼리 회의 하는 일이 종종 목격된다고 한다. 한국은 밥 먹고 술 마시며 친해지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문화차이일지 몰라도 입주사마다 서로 어떤일을 하는지 정도는 다 파악을 하고 지내는 편이라고 한다. 하긴 ‘이웃끼린 옆집 수저 숫자까지 안다’는 우리네 아닌가.

회사에서 총무 역할을 하는 직원은 위워크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하는 걸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통 회사에서 꼭 이 업무를 안해도 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막내 직급이 대부분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팬트리나 이벤트 준비를 보통 HR이나 총무쪽에서 진행하는 데 입주하면 이 부분을 모두 처리해주기 때문에 업무 외 노동에서 해방되게 되는 것.

그래서 보통 이런 경험을 한 이후에는 이탈률이 그리 높지 않다. 이른바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출구없는 매력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보통은 계속 이 안에서 같이 성장하려고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보통 외부 투자를 받아 투자사에서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경우죠”

물론 코워킹 스페이스에 처음부터 적응하고 매력에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사무실도 전부 유리라 지나가는 타인의 시선을 불편해 하는 멤버도 적지 않아서다. 물론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면 적응을 한다고 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함께 같은 공간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낯섦’이라는 단점이 도리어 장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규모의 6인실 공간을 쓰는 기업 두곳이 마주보고 배치돼 있는 상황이다.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고. 모르는 사람과 계속 눈이 마주치다 보니 ‘딴짓’을 못하고 본의아니게 업무에 집중하는 바람에 능률이 올랐다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비일비재하다.

“클룩이라는 홍콩에 거점을 둔 온라인 여행 상품 사이트가 있어요. 국내 진출 당시 지정 데스크로 1명이 입주했다가 지금은 17인 규모로 커졌죠. 처음엔 GM 혼자 앉아서 시작한 곳이거든요. 유튜버 매니지먼트를 하는 기업도 처음에 5인으로 입주했다가 22인실까지 규모를 늘렸어요. 지금은 일본이나 다른 지점까지 알아보는 중이고요”

성경 구절 중에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김태헌 매니저는 지난 2년간 3곳의 지점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이렇게 입주사가 성장하는 순간을 목격해 왔다.

“한마디로 위워크는 사회인을 위한 학교같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소속감을 갖고 일하는 건 아니지만 위워크 안에 있다는 소속감을 통해 스스로 공간을 아껴쓰고 매너를 지키게 되거든요. 처음엔 낯설어도 몇달 있으면 다른 회사와도 이웃처럼 친해지는 그런 장소 말이죠”

업계 사람만 만나면서 지내는 일반적인 회사 생활과 달리 생각지도 못했던 팀과 사람을 조금 많이 접하면서 ‘우물안 개구리’를 면할 수 있는 기회. 일만 하는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본질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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