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용 ‘헤드폰+앰프’로 즐기는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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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FPS 게임인 울펜슈타인, 둠(DOOM) 같은 FPS 게임을 잘 못한다. 물론 최근에 나온 오버워치와 배틀필드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 세계에서는 내비 없이도 잘 다닐 정도로 방향 감각이 없는 편이 아닌데 희한하게 게임 안으로만 들어가면 영락없이 길치가 되곤 했다. 게다가 마음이 약해서 모르는 사람을 일격필살로 쏴 죽이는 것 역시 내 정서와 꽤 괴리가 있다.

FPS를 멀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게이밍용 기어와도 거리가 멀었다. 화려한 LED로 무장한 특유의 딸깍거림이 특기인 기계식 키보드와 고정밀 레이저로 게이머의 움직임을 세밀히 표현하는 고가의 마우스 역시 기자에겐 ‘개 발의 편자’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게임을 즐기지 않더라도 책상엔 기계식 키보드와 마우스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프로게이머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을지도. 결론적으로 현재 책상 위에는 청축 기계식 키보드와 매드캣츠 RAT9 마우스가 있다. 일종의 길티 플래저랄까.

리뷰로 대여받은 제품은 7.1채널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 지원 PC 373D 헤드셋과 GPX 1200 게이밍 앰프를 테스트 하기에 최적의 뗄감인 것.

지난주 운명처럼 텀블러와 맞이한 후 또 한번의 운명과 조우했다. 이번에는 젠하이저의 게이밍 헤드셋과 게이밍 앰프다.

솔직히 처음 제품을 받았을 때는 난감했다. 헤드폰을 즐겨 쓰지도 않을 뿐더러 게임할 때 왜 타인과 대화를 해야하는지 조차 이유를 모르는 ‘FPS 무지렁이’에겐 더욱 그렇다. 그나마 유일하게 즐기는 PC 게임인 디아블로3를 함께하는 ‘아재클랜’이라 모임에서도 모두 키보드로 채팅을 하며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아’재블로 유저는 여전히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게 분명하다.

젠하이저에서는 배틀필드 같은 FPS 게임을 친절하게 추천했지만 할지도 모르는 게임을 틀어놓고 과연 이 제품이 어떤 성능을 내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를 통한 리뷰는 과감히 패스.

그 다음 선택지로 딱히 떠오르는 건 영화 밖에 없었다. 넷플릭스와 다양한 검색을 통해 DTS 포맷을 비롯해 7.1채널, 그리고 가장 최근 규격인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영화까지 테스트에 쓸 영상 검색 삼매경에 빠지길 반나절. 결국 선택한 건 겁 없이도 <애나벨: 인형의 주인(Annabelle: Creation, 2017)>이었다.

게이머를 위해 태어난 오디오 앰프지만 7.1채널을 지원하기 때문에 멀티미디어용으로 사용하더라도 손색이 없다. 특히 젠하이저 바이노럴 렌더링 엔진을 통해 실감나는 7.1채널 버추얼 서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원래 바이노럴 녹음은 두상과 같은 모형의 양쪽귀에 마이크를 달아 실제 사람이 듣는것과 동일한 환경에서 녹음을 해 현장감을 녹이는 기술로 헤드폰이나 이어폰 음향재생에 최적화된 녹음 기법이다.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 멀티채널로 구현한 게 바로 바이노럴 렌더링 엔진이다. 물론 이를 완벽히 재생하기 위해서는 7.1채널을 지원하는 헤드폰이나 기타 음향기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설치는 이 녀석이 하는 일만 큼이나 간단하다. 헤드폰이나 오디오 스피커를 앰프에 연결하고 USB 케이블을 PC나 노트북에 꽂으면 끝난다. 윈도OS 기반 PC는 물론이고 맥OS까지 모두 지원한다. 자체 드라이버를 지원하는 제품인 만큼 별도의 제어 프로그램이나 드라이버 설치가 필요없는 것도 장점이다.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고 전원 어댑터가 없이 구동되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쓰는것도 가능하다.

외형은 앙증맞게 줄여 놓은 DJ용 턴테이블처럼 생겼다. 더구나 볼륨을 조절하는 은색 스위치가 좌우로 빙글빙글 돌아가니 음량을 조절하다 보면 문득 어설픈 DJ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런데 이 조절 스위치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스위치라 하기엔 정말 부드럽고 절도 있게 움직인다. 마치 정교하게 다듬어진 독일차를 보는 듯이 말이다. 비결은 스위치 내부에 있다. 볼 베어링이 들어 있어 좌우 단계별 움직임을 사용자에게 알려줄 수 있을 만큼 회전하며 중앙에 큼지막한 숫자로 현재 볼륨 레벨을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딱 돌린 만큼만 돌아간다는 게 가장 적당한 표현일 것 같다.

앰프와는 상당한 느낌 차이가 있지만 이것도 볼륨 스위치다. 하지만 앰프를 이용해 볼륨을 설정하는 게 훨씬 직관적이고 빠르다 보니 거의 존재감이 없다.

별도 제어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앰프로 제어해야 하는 기능은 모두 볼륨 스위치 중앙에 있는 터치 스크린에 집어 넣었다. 이곳에서 헤드폰/이어폰, 스피커 출력을 설정하고 음악/게임/영화/표준 감상 모드를 터치로 고를 수 있다. 공간감 설정을 통해 서라운드 음향을 사용자 앞쪽 혹은 뒤쪽으로 몰아줄 수 있다. 앞쪽은 갑자기 뭔가가 튀어나올법한 짜릿한 공포영화를 볼 때, 뒤쪽은 매복해 있다가 사용자를 노리는 적을 감지할 때 쓰면 유용하겠다. 사운드는 스테레오와 7.1 서라운드 모드 중에 고를 수 있고 음성 채팅 감도와 이퀄라이저는 3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A와 B단자가 바로 앰프와 앰프간에 음성 채팅을 위한 핫라인을 연결하는 통로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젠하이저의 게이밍 앰프는 GSX 1000과 GSX 1200 프로, 두 가지로 나뉜다. 둘의 차이점은 무 지연 유선 음성 연결을 지원하는지 여부다. 1200 프로 모델에는 이 연결 단자가 있어 같은팀 간에 음성 소통을 지연 시간 없이 할 수 있다. 물론 유선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해킹을 당하거나 끊김 현상이 일어날 일도 없다.

사용 소감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다리가 불편한 여자 주인공이 처음 애너벨과 만나러 가기 위해 봉인된 문으로 걸어가는 장면에서 무의식적으로 ‘ㄱ…ㄱ ㅏ…가.지..마!’라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혼자 영화를 즐기는 상황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몰입감은 단연 헤드폰 같은 개인용 음향 기기의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헤드폰+앰프 조합의 경우 기종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스템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함께 제공한다. 드라이버 설치나 복잡한 선 연결이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마음만 먹으면 동네 친구를 PC방에서 만나 게임을 즐길 때 챙겨 가 USB 포트에 연결만 하면 끝난다. 물론 자신의 손에 맞는 키보드+마우스 조합을 택할지 음향에 좀더 비중을 둘지는 철저히 본인 의사에 달린 문제다. 

About Author

김재희 IT칼럼니스트
/ wasabi@venturesquare.net

신제품을 써보는 게 좋아 덜컥 입사해 버린 PC활용지 기자를 거쳐 이제는 15년차 생계형 글쟁이. 바퀴 달린 모든 것을 사랑하며 질주를 즐기는 드라이버/라이더/스키어. 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Dre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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