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5천만이 선택한 국내 토종앱

국내 스타트업이 만든 앱 중 단기간에 이만큼 성장한 회사가 있을까. 전 세계에서 3억5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는 카메라 앱 레트리카 얘기다. 전체 다운로드 중 99%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레트리카는 1인 개발자였던 박상원 대표가 2012년에 출시한 카메라 앱이다.

1인 개발자의 손에서 탄생한 국내 토종 앱이 3억 명 이상의 유저를 모으고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유저들의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트리카의 글로벌 성공의 비결은 사실 제품 그 자체에 있다. 박 대표는 앱 개발 당시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거나 지역 환경에 꼭 맞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1인 개발자였기 때문에 여러 환경 조건을 챙길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대신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최대한 집중했다. 사용자 편의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단순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또 당시 카메라 앱들이 사진 촬영 후에 필터로 보정을 할 수 있었다면 레트리카는 필터를 먼저 선택한 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100개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필터를 제공해 사용자의 선택 폭을 크게 늘린 것도 유저 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현재 레트리카가 제공하는 필터의 개수는 158개에 이른다.

레트리카는 다양한 국가와 인종이 사용하는 앱인 만큼 사용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현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인종에 따라 선호하는 필터색이 다를 것으로 예측하고 현지화를 진행했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는 크지 않았다. 사용자의 수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던 것. 박 대표는 “필터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선호하는 것이 있고 비슷한 취향에 익숙해지는 현상을 통해 전 세계에서도 문화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레트리카의 인기는 시대의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전 세계 레트리카 사용자는 매일 8천만장의 사진을 레트리카로 촬영한다고 한다. 사진의 대부분은 셀피다. 동양권에는 자신의 모습을 찍는 문화가 익숙했지만 서양권에서는 2013년쯤 돼서야 셀피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그때부터 자신의 모습을 찍는 것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셀피 유행과 더불어 카메라 앱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표는 “셀피를 찍는 문화가 지속되는 한 카메라 앱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한 레트리카는 지난 2015년 알토스벤처스, 굿워터 캐피탈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로부터 600만 불을 투자 받으며 사업 확장을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 투자 직후엔 앱 내 광고와 유료 아이템을 없애고 전면 무료화했다. 순전히 유저의 경혐 향상을 위한 선택이었다. 이 결정을 통해 수익을 줄었지만 사용자 만족이란 본질에 더욱 충실하게 됐다.

지난해 레트리카는 레트리카 커뮤니티를 새로 출시했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카메라 앱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를 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레트리카 유저의 연령대는 20대로 성별 비율은 남녀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남녀 모두 특별한 이유나 목적없이 레트리카를 사용하고 즐기기 위한 앱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이용해 소셜네트워크로써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는 Z 세대 즉,  10대를 대상으로하는 여러 비디오 관련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고 메시지나 카메라가 주가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며”레트리카도 메시징과 카메라에 집중한 소셜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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