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미디어의 미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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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미디어에게 기회가 될 것인가. 혹은 위기가 될까. 벤처스퀘어 명승은 대표는 ‘블록체인 트렌드, 미디어의 기회와 위기’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블록체인과 미디어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이미 블록체인과 미디어는 궁합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블로그 형태에 글을 쓰면 스팀코인으로 불리는 암호화폐를 지급해주는 보상 시스템을 도입한 스팀잇(steemit)이나 블록체인과 저널리즘을 결합한 프로젝트인 시빌(Civil) 등 요즘 미디어와 블록체인을 결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도 이런 노력 가운데 하나.

시빌은 P2P 구독형 뉴스 서비스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유통할 수 있는 토큰 호환성을 보장하는 표준 사양인 ERC20(Ethereum Request for Comment 20) 토큰을 이용한다. 글쓴이가 쓴 기사를 구독하면 구독자는 다시 해당 뉴스를 수정할 수 있다. 물론 처음 발행 내용과 수정 내용까지 모두 블록체인에 남는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확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범용성에 대한 의문, 불완전한 탈중앙화라는 단점은 고스란히 남을 수 있다.

이대승 오딘 네트워크 COO도 “기술만 보면 블록체인은 오히려 퇴보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블록체인은 전 섹션을 10분 단위로 미루는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을 말하는 이유는 ‘통섭’을 실험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이 COO가 말하는 통섭이란 입법과 사법, 정치 경제가 블록체인 기반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분권화된 경제시스템에서 규율을 만들고 유지하는 실험이 대표적인 예다.

블록체인은 시뮬라크르의 완성=이렇게 블록체인과 미디어의 결합 시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맥락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림과 문자가 발명되고 종이가 나오고 인쇄술과 윤전기, 다시 전파와 방송 발달과 이젠 인터넷과 모바일까지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는 기술에 의해 탄생했고 또 기술로 인해 변화를 거듭해왔다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도 이런 선상에서 보자면 기록과 신뢰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다시 기술의 역사 속에서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시뮬라크(simulacre) 그러니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식 체계로 설명하면 컴퓨터의 가치는 시뮬라크르의 태동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진짜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이 더 이상 가상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어 등장한 인터넷은 시뮬라크르의 본격 전개를 의미한다.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인터넷의 등장은 지역적 확장성과 효율, 안정성을 담보하면서 원본에 대한 모방, 원본과의 연결성이 파괴되고 다시 원본과 관련이 없는 또 다른 원본이 등장하는 순환 분산 현상을 불러온다.

인터넷 생태계가 심화되면서 몇 해 전에는 웹2.0 시대를 말하기도 했다. 명승은 대표는 웹2.0은 참여와 공유, 개방으로 대표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뮬라크르 확산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원본과 복제본이 찾아진 순서에 따라서 재배열되고 새로 만들어진 복제본이 더 나은 생산물이 되기도 한다. 원본과 엮인 또 다른 연결된 원본이 등장하는 것. 여기에는 소셜미디어나 블로그, 오픈소스, API 같은 기술적 기반과 플랫폼이 바탕이 된 건 물론이다.

인터넷 이후 등장한 모바일 시대는 시뮬라크르의 개인화로 풀이할 수 있다. 명 대표의 설명을 빌리자면 “남과 표상을 공유하거나 온전히 소유해 개인화하거나 모두 개인의 선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점에서 이어 등장한 블록체인의 가치는 뭘까. 명 대표는 “시뮬라크르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정치적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탈중앙화는 행정 권력을, 분산원장은 의회 권력을, 암호화폐는 금융 권력을, 탈중개화는 언론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기록에 완전성을 부여하는 한편 신뢰 관계를 시스템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대체되지 않는 새로운 원본 출현 가능성, 인터넷 시대까지 중앙집중화됐던 구조는 P2P로의 회귀를 엿볼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디어에게 블록체인이란 “실체와 시뮬라크르의 일치성을 높이는 길을 찾는 재정립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분산 저장된 기록은 불변성과 지속성을 갖게 된다. 권한 위임은 투명해지고 수익 배분은 공정해진다. 이런 장점은 조직 구조에도 변화를 줘서 중앙 집권적 구조가 아닌 가치의 집합성이라는 특징을 매개로 가변성을 기대할 수 있게 해준다. 기술 융합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물론이다. 명 대표는 “이것들이 필요하다면 블록체인 생태계에 들어올 것”을 권유했다.

저작권·저널리즘·크리에이터=이런 점에서 미디어가 블록체인을 보는 관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저작권이다. 오리지널 가치를 회복할 수 있고 공유와 유통의 투명성을 기대할 수 있다. 단, 이 과정에서 지적 재산의 분배와 의미에 대해 충분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는 저널리즘.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이 개인에게 귀속될 수 있고 생업과 저널리즘의 분리나 결합에 대한 결정권이 생긴다. 마지막은 크리에이터다. 이제 더 이상 크리에이터와 큐레이터, 독자, 기자를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기자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전통 매체에서 이뤄지던 기자로부터의 통제력이 사라지고 콘텐츠 생산을 제약하던 자본이나 비용, 형식이나 시간, 조직 통제로부터 해방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전에도 블로그 등이 등장하면서 콘텐츠 생산자가 1인까지 내려가면서 이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불확실한 보상 체계가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시대에는 예측 가능한 보상 시대가 열릴 수 있다.

명승은 대표는 이런 점에서 블록체인 미디어 네트워크인 링미디어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링미디어 프로젝트는 조직 없는 조직, 익명성과 저명성의 선택, 제약 없는 콘텐츠 유형, 투명한 보상과 신뢰 관계 확보, 원문 작성자와 번역자 참여를 통한 공동 보상 시스템 구축 등을 표방한다. 물론 초기 시장인 만큼 여러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중요한 건 블록체인은 이미 전통적인 4대 매체 중심 구조가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미디어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블록체인 현재진행형, 스팀의 등장=미디어와 블록체인의 관계를 현재진행형으로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살아있는 모델은 서두에 소개한 스팀잇이라고 할 수 있다. ‘스팀잇으로 고래고래’ 대표 운영자인 현웅재 씨는 ‘스팀잇 SMT로 미디어 ICO 뚝딱 만들기’이라는 주제로 스팀잇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물론 먼저 스팀잇에서 유통되는 암호화폐인 스팀(Steem)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스팀을 정의하자면 “보상이 있는 블록체인 기반 하에 오픈한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 생성이나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는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인 것. 구성원 기여도를 일관성 있게 반영할 수 있는 공정한 회계 제도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 역시 블록체인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의 개인 기여도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보상할 수 있는 첫 암호화폐를 표방하는 것이다.

스팀은 이런 점에서 3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첫째는 스타트업의 기본 금융 정책과 같다는 것. 스타트업은 성장에 기여할 모든 사람에게 기여도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지분이나 현금, 차입금 같은 걸 보상받게 된다는 점을 빗댄 말이다. 둘째는 노동 지분. 방식과 관계없이 자본은 동일 가치를 갖는다는 공정성을 말하는 것이다. 셋째는 신용협동조합. 그러니까 커뮤니티 자체적으로 구성원을 위해 특정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기존 소셜미디어가 있는데 스팀이 등장한 이유는 뭘까. 이들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은 주주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했을 뿐 일반 사용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기존 플랫폼은 사용자가 1인당 1표 원칙을 기준으로 운영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라는 얘기다. 결국 기여한 만큼 되돌려주고 콘텐츠 제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게 스팀의 등장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스팀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먼저 스팀파워(Steem Power). 이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스팀파워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달라지며 13주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다음은 기축 통화 역할을 하는 스팀(steem). 달러처럼 스팀 내에선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 스팀 블록체인 거래소에서 쓸 수 있는 단위다. 마지막은 SBD(Steem Dollar)는 쉽게 말해 눈앞에 보이는 보상 단위다. 보상을 현금화할 수 있는 단위인 것.

SMT로 상상해보는 미디어의 미래=그렇다면 스팀이 보여줄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이런 단초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현재 스팀이 준비 중인 SMT(Smart Media Tokens)에서 엿볼 수 있다. 네드 스캇 스팀 CEO의 설명을 빌리자면 SMT는 “사용자가 스팀을 이용해 토큰을 개발하고 ICO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자 탈분산화된 마켓 플레이스”다. TaaP(Token as a Platform)인 것.

스팀이 SMT를 만드는 이유는 창작자가 디지털 콘텐츠로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나 혹은 개인 작가, 작은 언론사를 비롯한 퍼블리셔는 돈을 내는 사람을 모으기 어렵다. 언론 입장에선 인터넷 시장이 형성되면서 오래 전부터 유료화를 외쳤지만 실적은 미비하다. 더구나 지난 몇 년 사이 광고 차단 운동이 일어나면서 그나마 인터넷에서 수익을 보전해주던 구조도 도전을 받고 있다. 설사 비용을 받는다고 해도 작은 단위로 결제를 받기 쉽지 않고 이런 시도는 일부 해외 대형 언론사에 국한된다. 그렇다고 국내에선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해외에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거대 공룡이 이익을 제대로 나눠주거나 나눠줄 수도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SMT는 이런 문제를 해소, 토큰으로 퍼블리셔에게 보상해줄 수 있는 스팀잇의 또 다른 버전을 구현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토큰으로 커뮤니티에 경제적 보상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수수료나 광고 없는 결제 시스템이나 마켓을 제공한다. 누구나 스팀 기반으로 독자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공개)를 할 수도 있다. 스팀파워를 사용 설정할 수도 있고 이더리움 기반 ERC20 비슷한 PoB(Proof-of-Brain) 그러니까 사용자에게 보상을 맡기는 두뇌 증명 채굴 방식을 지원한다. 서비스 사용자에게 보상을 맡기는 것이다. SMT 사용 수수료 역시 1스팀달러에 불과하다.

SMT로 어떤 활용이 가능할까. 현웅재 운영자의 설명을 보면 디스커스(Disqus) 같은 댓글 보상형이나 디씨인사이드 갤러리 같은 단일게시판형, 워드프레스나 블로거 같은 블로그에 채용하는 블로그 댓글위잿형, 페이스북 그룹 같은 커뮤니티 보상형, 일종의 파생상품 거래소 같은 커스텀 스팀달러 만들기형 등 다양할 수 있다.

미디어 입장으로 보자면 예를 들어 A일보가 SMT를 이용해 ICO를 해볼 수도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문가 집단과 토큰을 교환할 수 있다. 기자는 토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어 섹션마다 품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PoB를 통해 검증된 외부 저널리스트를 영입할 수도 있다. 광고의 경우 스팀 커뮤니티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를 집행하도록 할 수 있고 발행 기사마다 커뮤니티 기능이 가능하다. 중복 콘텐츠가 없고 광고도 없어 쾌적한 콘텐츠 소비를 기대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또 생산자 외에 큐레이션 만으로도 보상이 가능한 만큼 공유하기나 좋아요, 리스팀, 인용 등 다양한 파급력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은 기술일 뿐 중요한건 비즈니스 모델 설계·운용=지금도 미디어 실험은 이어진다. 이대승 오딘 네트워크 COO는 스팀잇 내에서 영향력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 이른바 ‘고래’로 불리고 있다. 이 COO는 현재 소아과와 산부인과 관련 글을 게재하는 메디팀, 해외 블록체인 뉴스를 스낵칼럼으로 제공하는 킵잇, 스티밋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인 이지스팀잇 등을 운영한다. 스팀잇에 쌓인 콘텐츠는 출판, 오디오클립, 영상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

현재는 우간다 스티밋 커뮤티니를 후원하고 있다. 보팅을 통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우간다인에게 수익을 전하고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받고 있다. 미들맨이 사라지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위에서 벌어지는 미디어와 사회경제부문의 통섭이 발현되는 대표적인 예다. 이 COO “블록체인 기반 위에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고 이런 실험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블록체인과 미디어가 청사진으로 그려지지만은 않았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블록체인은 기술일 뿐, 중요한건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만큼 잘 설계되고 운용되고 있는지 여부“라며 잘라 말했다.

그는 ICO를 예로 들며 “이를 실질적이고 환전할 수 있는 가치로 만드는 건 비즈니즈”라며 “코인을 만든다고 해서 수익을 얻고 바로 분배되는 것이 아니다. 코인에 현물적 가치를 더하는 건 블록체인이 아니다. 비즈니스 설계가 서비스 밸류를 만든다” 고 덧붙였다.

미디어가 가진 일부 환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는 불법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블록체인 하에서 모두 안전한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스토리지나 거래 정보가 블록체인 시스템에 저장될 뿐 미디어블록은 외부스토리지에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불법복제 이슈와는 상관없는 문제로 최악의 경우 원본임을 증명해주는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더불어 미들맨이 사라져도 창작에 대한 정당한 보상시스템이 부재하다는 문제다. 수수료가 사라진 자리에 오퍼레이팅 기술과 이에 따른 비용이 부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 연구원은 “의외로 블록체인이 미디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적다. 중요한건 비즈니스 관계와 설계에 대한 문제”라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미디어 시장에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건 판타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4월 24일 열린 29회 오픈업 ‘블록체인과 미디어’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이 날 행사에선 명승은 대표와 현웅재 운영자 외에 김탄휴 유니오 프로젝트 매니저, 김태형 케이스타라이브 CTO, 이대승 COO 등이 연사로 나섰고 박대민 언론진흥재단 연구원, 배윤식 쉐어하우스 대표, 남중구 변호사,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이 패널 토론을 벌여 블록체인이 미디어 산업에 주는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자리를 가졌다.

About Author

이예화 기자
/ lee99@venturesquare.net

스타트업들과 함께 걷고, 뛰고, 부비며 이 세상에 필요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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