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만나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한국을 찾은 샤이 파일러 이스라엘 경제무역 대표가 말했다. 그가 밝힌 공통점은 부족한 천연 자원, 주변 국가와의 긴장관계, 적은 내수시장이라는 비교적 좋지 않은 조건 속에서 혁신을 이끌 인재가 충분하다는 점. 반면 차이점은 대기업 중심으로 혁신이 이뤄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스라엘은 미국, 영국, 프랑스 유럽권 나라와 어깨를 견줄 만큼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인구대비 스타트업 종사 비율은 세계2위, GDP대비 벤처캐피털 형성 또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샤이 대표는 “민간주도의 R&D와 투자, 정부 정책, 학계, 풍부한 인적자원이 맞물려 강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블록체인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ICO는 17 건. 텔아비브에만 4개의 암호화폐 ATM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을까. 한국을 찾은 이스라엘 블록체인 스타트업 5곳을 소개한다.

ORBS=퍼블릭 오픈 블록체인 인프라스트럭처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 개별적 요구에 부합하는 인프라 제공을 목표로 한다. 하나의 블록체인 플랫폼이 다종다양한 서비스에 이용되기에는 무리라는 관점에서다.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구현할 때 속도가 발목을 잡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오르브스는 많은 회사가 탈중앙화 인프라를 원하지만 제품 경험에 있어서는 중앙집권형 인프라를 원한다는 사실에 주목, 두 가지 성격이 혼재한 인프라스트럭처를 선보였다. 이들이 바라보는 시장은 B2B, B2B2C 애플리케이션 시장. 오르브스는 지난해 캐나다 메신저 KIIK 비즈니스 전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옮겨왔다. 올해 에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게임, 소셜미디어, 교통, 애드테크 등에서 성공적인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JELURIDA=젤루리다는 블록체인 산업이 당면한 문제에 주목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낭비,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대표적인 예다. 젤리루다가 내놓은 해결책은 POS 모델기반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첫 번째 모델은 2013년 발표한 NXT, 현재는 NXT를 보완한 두 번째 모델 아도르를 선보이고 있다.

아도르는 턴키방시으로 운영, 코드나 아키텍처 없이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채굴 경쟁이 없어 에너지 친화적이며 엔드유저는 거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이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Dopamine=도파민이 주목하는 문제는 AI 데이터 개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불균형이다. 정제된 데이터 수집과 활용, 학습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갖춘 곳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일부 글로벌 IT 회사에 국한된다.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기업이 AI 데이터 분야에서 혁신을 이어나가기엔 물리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도파민이 내놓은 해결책인 소규모 데이터 보유자 간 협업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참여자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자신이 제공한 데이터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식으로 구성된다. 도파민은 연결과 조합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유자 모두가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ZINC=광고에서 발생하는 사기와 데이터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모바일 데이터 관리 플랫폼이다. 진크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디지털 광고 시장은 3,3350억 달러로 예상되지만 이 중 30% 가량이 비효율이 발생한다. 부정확한 타겟팅, 사기 광고, 높은 수수료가 그것이다.

진크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광고주와 얼마만큼 공유할 것인지 설정할 수 있다. 사용 데이터에 따른 보상은 토큰으로 받는 식이다. 이를 통해 광고주는 효율적인 마케팅을 실현하고 사용자는 최적화된 광고를 제공받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SAGA=스위스를 기반으로 2017년에 설립된 비영리기업인 사가는 기존 국가통화 체제 보완을 위해 마련됐다. 이들이 표방하는 건 100년 간 유지해온 중앙은행 모델에서 착안하되 중앙분산 방식으로 화폐를 운용하는 것이다.

사가는 스위스 법에 근거한 통화 정책을 따르며 비익명으로 운영된다. 비익명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부정한 사용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사가는 KYC와 AML 조건을 만족해야 소유할 수 있다. 토큰 가치는 IMF 통화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사가 통화 모델을 만드는 이는 JP모건 국제 의장을 비롯해 금융 선물 거래 상품 거래소 전 의장, 변동성지표 공동 개발자, 금융·선물 설계자로 꾸려져있다. 사가는 시장과 통화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기존 암호화폐 단점으로 지적되는 높은 변동성을 극복하고 중앙분산화 된 화폐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주한이스라엘 대시관 경제무역대표부 주최로 이스라엘 블록체인 기업 설명회가 24일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설명회는 이스라엘 블록체인 기술과 현황과 이스라엘 기업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설명회 후에는 국내외 기업과 기관의 네트워킹, B2B 미팅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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