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벤처 만들기

[엔슬칼럼] “같이 일할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없어요.” “아직 재정이 어려워 제대로 처우도 못해주니 좋은 후보들이 오질 않아요.” “어렵게 뽑아 놓은 직원들이 내 눈치만 보고 있으니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나아요.” “입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 나가니 요즘 젊은이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10여명 직원이 있어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니 하루 24시간이 부족해요.”

출처=gettyimagesbank

창업자들이 흔히 하소연하는 인사 관련 이슈들이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고민의 근본원인을 거의 금전적인 보상의 어려움과 직원들 근로의식의 부족에서 찾고 있다. 과연 매력적인 처우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인성의 소유자를 뽑아 놓으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까? 많은 경우 그 원인은 내부 즉, 나와 내 사업의 본질에 있음은 아이러니다.

◇ 좋은 인재를 유치할 수 없다면 사업 준비가 부족한 것이다=창업초기 쪼들리는 현금흐름 속에서 직원 한명이라도 채용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결심이 아니다. 과연 어떤 역할과 업무를 위해 어떤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대상이면 외주처리를 하거나 필요시 아르바이트 인력을 활용하여 비용처리 하는 편이 낮다.

그러나 함께 사업을 키워갈 주도적인 인재가 필요하다면 이를 회사의 핵심 자산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는 비전과 처우를 제시해야 한다. 단지 금전적인 보상이 괜찮으면 좋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역량 있는 인재일수록 당장의 보상보다는 미래 성장가능성과 그 과정에 있어서 본인의 역할이 분명해야만 결심한다.

만약 여러분이 괜찮은 처우를 제안했는데도 반복해서 채용에 실패하고 있다면,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신호이다. 사업의 미션과 비전, 사업모델, 제품 또는 서비스가 충분히 매력 있고 공감되게 만드는 일은 시장에서 고객을 유치하는 일 뿐만 아니라 핵심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 창업자의 리더십에 따라 그에 맞는 인재가 모입니다=많은 창업자들이 외롭게 창업준비를 해 온 덕에 스스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유능한 직원을 뽑아 놓고도 업무를 위임하지 못하고 세부사항을 일일이 지시하고 챙겨야만 안심을 한다. 차량 네비케이션 시스템이 꼼꼼히 단계별로 길안내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해서 이를 “네비게이션형 리더십”이라 부른다. 이런 대표와 일을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직원은 네비게이터가 주는 지시만 충실히 따르면 되므로 스스로 주도적인 역할에 나설 필요가 없다. 아니 괜히 몇 번 본인 스타일의 제안을 했다가 호응을 얻지 못하면 아예 입을 닫고 만다.

대비되는 스타일로 “나침반형 리더십”이 있다. 리더는 최종 목적지와 결정적인 제약조건만 제시하고 나머지 세세한 결정은 운전자가 고민하고 판단하게 맡긴다. 나름의 경로로 목적지에 도착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과정에 실수와 실패도 있지만 이를 배움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어떤 스타일의 리더십이 지금의 내 사업과 직원들에게 필요한지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한다. 창업자 본인이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사업도 인재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 자신의 존재감을 가지고 나름의 판단으로 목적지 달성의 성공체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직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하다. 처우의 높고 낮음보다도 이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지가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이 사실을 인식하고 스스로의 리더십 스타일을 고치는 숙제는 온전히 창업자 본인의 몫이다. 창업자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맞는 인재가 모이게 마련이다.

◇ 직원들의 내재적인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라=저명한 동기부여 전문가인 Daniel Pink는 그의 저서 “드라이브(Drive)”에서 전통적인 ‘당근과 채찍’은 단순반복적인 제한적 업무에서만 효과가 있으며 오히려 창의성을 죽인다고 정리하고 있다. 결국 내재적인 욕구실현을 위한 동기부여가 따를 때 높은 성과가 나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율, 숙달, 목적의 세가지 요인을 강조하고 있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탁월한 성과의 핵심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위키트리”이다. 아무런 재정적인 보상과 인센티브가 없이 시작된 백과사전 위키트리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기획된 엔카르타를 압도했다. 위키트리의 목적에 공감하여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내용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다수의 숙달 내재 동기가 탁월한 서비스를 만들어 낸 점은 주목할 일이다.

전통적인 운영방식을 탈피하여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또 다른 사례가 “자포스”의 콜센터다. 이 회사는 아마존에 인수된 온라인 신발 판매회사로 창업자 토니 쉬에의 독특한 콜센터 운영방식으로 유명하다. 회사는 콜센터 직원을 모집해 일주일간 훈련 후 능력시험을 보게 하고 회사에 남을지 선택하게 한다. 임용된 상담원들에게는 개인의 자유가 거의 없는 대다수 타사 콜센터와는 달리 상당한 자유와 권한을 부여한다. 상담원의 통화시간을 기록하지 않고 메뉴얼을 따르도록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무 수행을 위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상담을 하고 필요하면 고객에게 혜택도 부여한다. 원하면 자택근무도 가능하다. 엄청난 혼란과 비효율을 걱정할 이 회사의 콜센터는 최고 서비스의 콜센터로 꼽히고, 상담원 이직률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와 상품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야 생존할 수 있는 창업자들은 직원의 채용과 동기부여에 있어서도 기존 기업들의 운영방식을 벋어난 혁신을 추구해야만 한다. 이미 연구를 통해 확인된 전통방식의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를 직원들의 내재적 욕구를 실현할 장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이 하나씩 실천될 때 탄탄한 인적 자산을 갖춘 경쟁력 있는 벤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향하는 운전대는 바로 창업자 여러분의 손에 있음을 잊지 말자.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 은퇴 임직원들이 설립한 비영리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업화와 시드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법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엔슬멘토단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은 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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