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의 AI 활용법

한 때 골드만삭스에는 600명의 펀드매니저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골드만삭스에서 정식으로 고용된 매니저는 단 두 명. 기존 펀드매니저 역할은 인공지능 기반 로보어드바이저가 맡고 있다. 현상의 단면만 보면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은 이르다.

스타트업 테크 밋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존 무니(Jon Mauney) 베터먼트(Betterment) 기술이사는 “인공지능은 마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은 사람과 대결하는 로봇, 인류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 인간을 대체하는 도구 어떤 것도 아직은 아니라는 견해다. 그는 “어떤 문제는 인공지능으로 해결할 때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되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은 강화학습과 지도학습을 통해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화학습이 실용적으로 쓰일 때는 언제일까. 존 무니 이사는 강화학습을 강아지 학습과정에 빗댔다. 강아지가 취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행동 유형이 있다고 가정하자. 앉기, 발 내밀기, 짖기, 구르기, 배변이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건 행동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명령어’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다. 단어를 이야기했을 때 강아지가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사람이 강아지에게 ‘흔들어’라고 말할 경우 강아지는 명령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강아지 입장에서는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꼬리를 흔드는 대신 안거나 구르는 등 자신이 친숙한 행동을 하게 되고 이는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 된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꼬리를 흔드는 행위를 하면 이 때 보상이 주어진다. 이를 통해 강아지는 명령어에 따른 최선의 결정을 학습한다.

사람이 개입할 경우 효과는 덜하다. 강아지에게 ‘흔들라’는 명령어를 내렸을 때 보상이 없으면 강아지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느것이 올바른 행동인지 알 수 없다.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해야 한다는 말이다. 존 무니 이사는 “그런 측면에서 강화학습은 어떠한 결과에 대한 가치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면서 보상 이력을 추적하고 최상의 솔루션을 찾는데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터먼트는 수표처리 자동화에 지도학습을 활용했다. 2008년 뉴욕 맨해튼에 설립된 투자 자문 로보어드바이저 회사 베터먼의 전 세계 회원수는 36만명, 운영 자산은 우리나라 돈 약 15조원이다. 이 중 30%가 미국 개인퇴직 연금 IRA 운용 자금이다. 문제는 IRA의 경우 종이수표로 입금이 된다는 것이다. 종이수표는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고 계좌에 예치해야했다. 웹사이트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서비스에서 여전히 한 주에 40시간 이상은 종이 수표를 처리하는데 써야했다. 여전히 비효율, 고비용이 드는 작업이었다.

베터먼트가 지도학습을 적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존 무니 이사가 밝힌 지도학습의 개념은 “인풋을 제시했을 때 아웃풋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생성하는 것” 수 천, 수 만장의 수표 이미지를 학습하고 새로 예치된 수표가 처리 가능한 수표인지를 가려내는 것이다. 필요한 건 로봇을 트레이닝하기 위한 수표 처리 데이터였다. 이미 베터먼트 내에는 실제 사람이 5년동안 수작업으로 분류한 수표 이미지 데이터가 있었다. 존 무니 이사는 “수표에 기재된 이름, 금액, 발행 날짜, 은행에 따라 처리가 가능한 수표인지 걸러내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클리닝을 통해 알고리즘도 강력하게 만들었다. 오타, 축약, 어순이 다르지만 동일인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어준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보면 ‘james v peterson’과 ‘james victor peterson’을 동일인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다른 사람으로 인식한다. 존 무니 이사는 “이 때 victor를 단순히 v로 입력할 수 있다는 점만 추가해도 오판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지도학습 도입 후 수표 자동매치율은 25%. 하루에 처리하는 10만건의 수표 중 25%는 사람이 검토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처리되고 있다. 존 무니 이사는”이를 통해 비용 절감은 물론 수표 처리 관련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수표처리 자동화는 인공지능을 실용적으로 활용한 예”라며 “베터먼트가 기반을 두고 있는 뉴욕이나 실리콘밸리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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