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금융, 혁신을 위해 필요한 건…

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은 대개 1등급에서 3등급까지다. 적용 이자는 4.31%. 시중 은행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그 밖의 등급은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 2금융권에서 대출을 이용한다. 제 2금융권의 이자율은 평균 15-20%대. 260조 신용대출 규모 중 절반가량이 제 2금융권에 몰려있다. 선택지는 두 개 뿐인데 금리 간격은 벌어져있다. 중간이 없는 이 금리절벽에서 4등급 이하의 중신용자도 고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금리절벽에서 급성장한 P2P 본질은,…=P2P 금융의 급속한 성장도 이 같은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인화된 적정금리 산출을 통해 신용대출 부담을 줄이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을 채워나가고 있기 때문. 김성준 렌딧 대표는 ‘P2P 금융이 우리를 혁신하는 방법’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P2P 금융의 본질적인 의미를 짚었다. 김 대표는 “P2P 금융이라 하면 다수의 참여자가 대출과 투자로 연결되는 외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출의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옮긴 기술기반 사업 ‘온라인 랜딩 마켓플레이스’로 봐달라”고 말했다.

렌딧을 예로 들면 온라인 랜딩 마켓플레이스의 개념은 선명해진다. 렌딧의 경우 신용평가, 대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기존 금융권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되던 신용 심사평가 대신 250여 가지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체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개개인의 신용을 산출했다. 이를 통해 중신용자는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신 자신에게 맞는 중금리를 적용받는다. 비대면 채널로 운영비용은 줄이고 그로 인한 효용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개개인에게 제공되는 효용은 사회 전체로 번진다. 김 대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렌딧에서 이뤄진 대출 1,400억 원 중 대환 대출 비중은 52%. 평균 20% 고금리 대출이 적용되던 제 2금융권 이용자가 렌딧으로 대환 대출을 받으면서 금리는 11% 대로 줄었다. 3년 동안 대출 고객의 이자는 100억 원이나 감소했다.

김 대표는 “신용 대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기술 기반으로 풀면 연간 1조원 대출 시 약 15만 명의 국민이 700억 원의 대출 이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 않아도 수요자와 공급자간 자금 흐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치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중금리 대출(8%)을 사명으로 정하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기술을 통해 금융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자율규제안을 넘어 법적 안전망으로=P2P 순기능이 부각되며 산업도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엔 P2P 금융의 위험성도 제기돼왔다. 부동산 PF 비중이 증가하면서 시장 건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사수신업체 등장과 일부에서는 사기와 횡령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렌딧과 8퍼센트, 팝펀딩을 주축으로 한 디지털금융협회가 P2P 금융 자율규제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율규제안의 핵심은 위험자산에 대출 취급을 규제하는 것과 대출 자산을 신탁화하는 방안이다. 부동산 PF 자산에 경우 신용공여 비율규제를 통해 금융사의 위험자산 보유 비중을 적정한도로 묶어두는 내용이다. 디지털금융협회가 정한 한도는 30%. 투자 자산과 회사를 명확히 분리신탁할 수 있도록 마련한 대출자산 신탁화 제도는 최악의 경우 회사가 도산할 경우에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한다. 김 대표는 “과거 입법보고서나 전문가 보고서를 통해 비슷한 방식의 규제를 자체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라며 “내부 통제 관점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투자자 예치금 및 대출자 상환금 분리보관, 회원사 외부 감사 기준 강화, 협회사 투자 이용약관 가이드라인 제정, 금융 당국 가이드라인 및 감독 조항을 담고 있다. 토론 좌장으로 참여한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는 “P2P 금융업계가 새로운 것을 하겠다기보다는 기존 금융업에 적용되던 당국의 규제와 본질적인 요소를 P2P 금융업 안으로도 오겠다는 시도”라며 “실제 금융시장이 업체들도 기존 금융시장에서도 가진 질서에 따라 스스로 규제하겠다는 방향성“이라고 바라봤다.

자율규제안은 마련됐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 결국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규제가 이뤄줘야 한다는 목소리다. 신기술, 신사업에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는 달리 강한 규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소비자 보호에 있다. 김 대표는 “금융 산업에서 명확하게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고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강하게 규제하되 나머지는 혁신을 위해 문을 열어놔야 한다”며 “적절한 규제 강화와 약화가 혼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P2P 관련 개·제정안은 5건은 정무위에 계류된 상태다. 디지털금융협회는 9월 말 본격적인 협회 발족과 회원사 모집을 시작하고 관련 법 제정에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이효진 대표는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성장통의 시기에 부작용은 빠르게 제거하면서 순기능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며 “금융을 기술로 혁신하려는 공감대가 있는 기업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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