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핏 “신발 구매 방식 완전히 바꿔놓을 것”

지금까지 신발을 고르는 방식은 간단했다. 발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선택하면 된다. 정확히 말하면 ‘발길이’를 기준으로 사이즈를 찾았다.  문제는 같은 사이즈라 하더라도 신발 브랜드와 종류에 따라 사이즈가 다르다는 점이다. 평소대로 신던 사이즈를 구매해도 발에 맞지 않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생긴다. 경우에 따라 발을 욱여넣거나 교환, 반품의 지난한 과정을 겪는다. 선택기준은 간단하지만 그로 인한 문제는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선용 펄핏 대표는 “펄핏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신발을 사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딥러닝과 이미지프로세싱 기술로 발 길이뿐 아니라 너비, 높이 등 발 모양을 측정하고 신발 내측 사이즈를 더해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사이즈를 찾아준다는 그림이다. 현재 개발 중인 모델은 총 3가지. 하드웨어와 모바일 버전으로 발 모양을 실측하는 펄핏R, 신발 내측을 측정하는 펄핏S, 펄핏R과 펄핏S 데이터와 구매기록을 합해 신발을 추천해주는 AI다.

펄핏R은 오프라인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마련된 기기에 발을 넣으면 영상을 찍듯이 정지 이미지가 추출되고 펄핏이 정의한 발 길이, 높이, 넓이가 측정된다. 성별과 본인이 평소에 신는 브랜드에 따라 결과값도 산출된다. 사이즈가 측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5초. 영상분석 알고리즘을 추가하면서 발가락 모양과 아치, 꺾어지는 각도도 추가될 예정이다. 일부 오프라인 매장과 마라톤 행사 스니커 행사에서 선보였던 펄핏R은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펄핏 이전에도 평소에 신던 신발 사이즈를 입력하면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있었다. 수십 만 건의 데이터 처리를 통해 사이즈를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실측보다 정확도가 좋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정량적인 치수를 입력하는 것 외에도 발볼이 넓고 좁은지, 보통인지에 대한 개념이 개개인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입력 데이터가 주관적이다보니 결과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 대표는 “기존 데이터 처리와 실측이 함께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진입장벽이 적고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측정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밝혔다 .
“슈가진이 없었다면 펄핏 솔루션의 디테일을 설계하지 못했을 것” 지금의 펄핏 모태가 된 서비스는 바로 슈가진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팀원은 지난해까지 슈가진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다. 슈가진은 여성 데일리 신발 쇼핑 플랫폼으로 발 길이와 넓이를 입력하면 상품에 대한 최적 사이즈가 추천되고 퀴즈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에게 맞는 신발을 추천하는 서비스였다.
신발 커머스를 운영하면서 이 대표가 본 건 예상외로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는 것이었다. 배송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이즈 문의였다. 이를테면 운동화는 240을 신는데 구두는 어떤 걸 신어야 하냐는 문의처럼 신발마다 사이즈도 제각각이라 소비자는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잘못된 선택은 반품과 교환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구매고객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스타일 추천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건 사이즈 추천이었다. 스타일 추천 서비스의 경우 특정 모델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매하고 싶어도 사실상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 이 대표는 “스타일 추천은 고객 입장에서는 있으면 좋지만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사이즈 추천 분야는 달랐다. 당시 고객들 의견 중 90% 이상이 계속해서 사이즈 추천 서비스를 쓸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신발 구매 이력을 토대로 특정 브랜드 신발을 구매할 때 사이즈를 추천해주니 고객 입장에서는 사이즈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서비스가 고도화되면 좋겠다는 반응도 대부분이었다.
펄핏 팀은 피봇을 결정했다. 이 대표는 “신발 사이즈에 대한 문제는 어디에나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패인포인트가 확실하다고 봤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건 소비자 바로 곁에서 생생하게 들은 무수한 불편들이었다. 그는 “누군가는 언젠가 해결할 문제다. 그게 이왕이면 우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신발은 패션, 의류 분야에서도 쉽지 않은 영역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럼에도 그 어렵다는 신발에 도전한다” 신발은 의류보다 상대적으로 사이즈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225부터 250까지 사이즈런이 있고 이마저도 남여 사이즈가 다르다. 이 대표 또한 슈가진 운영 당시 CS와 반품으로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생산, 유통 단에서 살펴보면 비효율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반품, 교환, CS 이슈가 고질적으로 발생하고 그로 인한 비용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 중 하나였다.
이 대표는 “커머스가 커지고 있지만 적립이나 쿠폰 등 가격 경쟁으로만 매출 성장을 올리려고 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 성장 포화상태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이슈를 해결하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봤다. 그는 “정확한 측정을 통해 일종의 풋아이디가 생성되면 매장에 들르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구매하고 사이즈 반품과 교환으로 인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일수록 성과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과라고 하는 것은 비단 영업사원이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가치를 시장에 도입하고 검증하고 수익으로 이끌어야 한다” 3년차 스타트업 대표로 살아가는 이 대표의 각오다. 기존 ‘길이’라는 정보로 신발을 구매하면서 느끼는 불편을 불편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던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불편을 깨고 소비자 편리와 유통 관점에서도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2019년에는 펄핏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가 가시화될 예정이다. 국내 매장을 중심으로 펄핏 R 입점을 확대해나가고 내측 기기인 펄핏S도 2월 경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펄핏AI 공개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도 엿본다.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펄핏R 입점을 제안하고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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