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년간 묻다 “스타트업이 꿈꾸는 세상”

황금돼지의 해, 다들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2019 다이어리에 오조 오억개의 꿈(이라고 적고 욕망덩어리라고 읽습니다)을 적던 중 문득 스타트업이 꿈꾸는 세상이 궁금해졌습니다. 스타트업은 왜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불편에 주목하고 혁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을까요. 소위 말해 ‘사서 고생한다’는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지난 한 해, 인터뷰 말미 거의 모든 스타트업에게 물었습니다. “OOO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가요?” 어떤 이는 잠시 생각에 잠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막힘없이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쏟아낸 기억이 선연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서비스가 비슷해보여도 같은 꿈을 꾸는 스타트업은 없었습니다. 각자가 보고 듣고 만들어가는 세계는 제각각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이들이 꿈꾸는 세상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에서 건강한 여가생활을 누리고 좋았던 경험을 나누며 서로가 서로를 변화하게 한다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올해도 스타트업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걷겠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2019년 새로운 스타트업의 세상과  만나기 전 어제(2018) 우리가 꿈꾸었던 세상을 먼저 전합니다.

누리다

야간산행, 수제맥주 만들기, 아쉬탕가 요가… 무얼 좋아할지 몰라서 없는 것 빼고는 다 준비해둔 것만 같은 프립은 2018년 첫 인터뷰 대상이었습니다. 2018년에는 제대로 놀겠다는 사심이 가득 담긴 인터뷰였습니다. 이래도 안놀거야?라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프립이 꿈꾸는 세상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임수열 프렌트립 대표에게 프립을 통해 꿈꾸는 세상을 묻자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여가생활을 누리는 세상이라는 답이 되돌아왔습니다. 프립에서 나를 위한 선물 혹은 자신을 위한 일탈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순간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안함은 넣어두고 누려도 괜찮아” 자란다는 아이 돌봄에 관한 일은 자란다가 맡을테니 부모는 그들이 잘 하는 일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라고 해서 모두가 아이를 잘 돌볼 수는 없고 매 순간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도 없으니 반드시 부모, 특히 ‘엄마’가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자란다는 ‘엄마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글로벌 무대, 더 큰 세상을 누릴 수 있길..” 모바일 노래방 앱 딩가스타를 운영하는 미디어스코프는 다음 세대를 위한 판을 깔고 있었습니다. 딩가스타로 수익을 얻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무대로 향하는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였습니다. 이유를 묻자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들려줬습니다. 2000년대 초반MTV 글로벌 컨퍼런스 발표에 참가했을 당시 바라본 세계 무대가 지금껏 발 디뎌온 세계와는 전혀 다르더라는 겁니다. 미디어스코프에서 딩가스타가 흥하는 일에서 나아가 딩가스타를 발판삼아 청년들이 온 세계를 누리는 꿈을 꿨습니다.

라인업은 덕질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덕질로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디앱을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를 통해 좋아하는 대상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결과물로 승화하는 덕질의 순기능을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뿜어냈습니다. 이미호 라인업 공동대표는 그 날이 오면 성공한 덕후의 산 증인으로 기억 될 것 같다고 하네요.

말하다

트로스트를 운영하는 휴마트컴퍼니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답했습니다. 누군가의 기쁨과 행복이 SNS를 통해 하이라이트처럼 전시되고 내 안의 우울과 슬픔은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 되는 세상에서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트로스트는 치유 채널을 제공하고 심리상담의 장벽을 허물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차 마시겠습니다” 알디프가 꿈꾸는 세상은 누구나 차를 마시겠노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알디프는 차를 마시는 시간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으로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정의합니다. 차를 음미하고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때문에 ‘차를 마신다’고 말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상은 나와 너의 다름과 개개인의 취향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알디프가 꿈꾸는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2019년에도 목소리를 이어나가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차 마시겠습니다!”

언어 공유 플랫폼 직톡을 운영하는 프론티는 말하는 이들이 경제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언어를 공유하는 플랫폼에서 지식을 공유하고 나아가 전 세계인이 자신의 지식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 때가 되면 프론티는 지식계의 ‘아마존’과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하네요.

연결하다

O2O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모델 특색에 따라 ‘연결’을 꿈꾸는 곳이 많았습니다. 물론 각자의 키워드는 달랐습니다. 모바일 의료 O2O 의료 플랫폼 메디히어는 환자와 의사가 연결되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연결 키워드는 ‘믿음’입니다. 메디히어 앱을 통해 실력있는 의사를 만나고 의사는 환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구상입니다.

데이트팝을 운영하는 텐핑거스의 연결 키워드는 ‘상생’이었습니다. 커플이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명소와 체험공간, 먹거리를 소개하면서 커플에게는 즐거움을 중소, 자영업자에게는 더 많은 고객 유치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그림입니다. 주 52시간제, 워라벨 트렌드 확산과 맞물려 커져가는 여가 시장에서 새로운 놀거리를 찾고 전국 자영업자분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목표입니다.

모바일 애드테크 스타트업 매드업의 키워드는 ‘수출’이었습니다. 매드업은 일부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가 아니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혹은 개인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자신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터전을 일궈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주민 매드업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누구나 수출의 역군이 되는 세상’이 되겠네요.

사라지다

채용공고가 사라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자기소개서를 입력해두면 지원자의 성향과 지원 직무가 요구하는 역량, 업무적합도가 나타나고 인재에게 자동으로 연락이 갑니다. 이곳 저곳 지원할 수고로움 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회사에서 재능을 발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인재와 기업의 꿈을 연결하는 코멘토가 그리는 세상이 오면 가능할런지도 모릅니다. 코멘토는 AI 자기소개서 분석기와 로보리크루팅, 현직자 취업 멘토링 서비스를 통해 채용공고가 사라지는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습니다.

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이 마주한 소통의 장벽이 사라지는 세상을 꿈꾼다고 답했습니다. 소보로가 개발 중인 음성-텍스트 전환 소프트웨어를 통해 일상 생활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벽을 허문다면 가능할런지도 모릅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학교, 병원, 관공서 등 곳곳에 소보로가 소리를 보는 통로로 함께 한다고 하네요.

해야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사라지는 세상이 올까요. 자비스앤빌런즈는 회사가 오롯이 자신의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핵심적인 역할만 해도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자비스앤빌런즈가 돕겠다는 것입니다. 영수증 관리와 세무지원 서비스로 시동을 건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 한 해 인공지능 경리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 꿈에 한 발 더 다가섰습니다.

피로가 사라지는 세상이 올까요? 마시는 링거 링티를 개발하고 있는 링거워터는 탈출구 없는 피로에서 해방되는 날을 꿈꿉니다. 의식적으로 집어드는 커피대신 링티를 손에 쥐는 날이 많아진다면, 링거워커가 꿈꾸는 세상도 가까워질 것  같네요. 보이스루는 ‘언어’라는 유리천장이 없어진 세상을 꿈꿨습니다.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자막 제작 도구 자메이크는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가 될 것 같습니다.

어디에나 막연함은 있지만 막연함이 주는 공포는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녹아든 재산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상상은 상대적으로 공포감이 더 크겠지요. 머니스테이션은 투자의 공포가 사라지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도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저비용으로 투자 대상을 발굴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구상입니다.

나누다

나눔이 넘쳐나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미디어커머스 오디를 운영하는 하우스오브리벨스는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나누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자신이 들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것처럼, 서로가 좋았던 경험을 나누고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표입니다.

여행약자를 위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어뮤즈트래블은 자연스런 나눔이 오고가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오서연 대표는 인터뷰 당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같은 값이면 오션뷰를 선호하는 것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럼에도 누군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인식하기 쉽지 않습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죠. 어뮤즈트래블은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이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날을 꿈꿉니다. 그러다보면 장애인, 비장애인이 겪는 불편이 개선되고 일상 속에서 조금 더 능동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요. 나아가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건네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자연스러운 세상이 올 수도 있겠네요.”

“어떤 음악 가지고 있나요?” 1인 1음악 시대를 꿈꾸는 루나르트는 자신만의 음악을 상대방과 나누는 세상을 그렸습니다.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거나 의미있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트렌드에서 나아가 나만의 음악을 갖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1인 1음악 시대 선봉에 선 루나르트는 100마디 말보다 음악 하나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고 하네요.

바꾸다

그 동안의 방식은 잊으라고 말하는 스타트업도 있었습니다. 기존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선택 기준을 제시한다는 이들이었습니다. 톤28은 화장품 선택 문화를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바르는 화장품을 식품을 고르듯이 선택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을 바꾸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톤28은 “1년 내내 화장대에 올려져 있어도 썩지 않는 화장품을 바르던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그런걸 발랐지?”라고 되묻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우리 몸에 유해한 성분을 의심없이 구매하고 바르는 일이 당연해지지 않는 세상을 말하는 것일테지요.

당연하게 생각했던 선택 기준을 바꿔버리겠다고 말한 스타트업은 여기 또 있습니다. 딥러닝과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완벽한 신발 핏을 찾아주는 펄핏이 그 주인공입니다. 펄핏은 발 길이 하나만으로 신발을 선택하던 기존 방식에서 한 번의 측정으로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이끌겠다고 답했습니다.

오가닉미디어랩은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윤지영 오가닉미디어랩 대표의 말을 옮깁니다. “거대 자본과 비즈니스가 반드시 변화를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새로운 세상은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변화시킬 때 만들어진다. 한 사람의 변화가 사람들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한 사람이 일궈내는 작은 변화가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물론 우리 모두가 처음부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마주보게 만드는 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의 원동력은 가치 있는 관계에서 나온다. 관계로 이어진 개인과 개인, 이들이 만드는 선한 변화가 만드는 세상을 꿈꾼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대기업 위주로만 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제구조가 바뀌면서 스타트업이 생기고 다른 유행의 비즈니스가 생겨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비즈니스가 다각화돼도 실패 확률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실패확률을 줄이기 위해 오픈서베이는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감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라’는 것입니다. 오픈서베이가 누구나 접근가능한 데이터 인프라를 만들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오픈서베이는 특정인만 데이터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누구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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