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지키다 혁신 늦어질까 두렵다“ 

“규제 샌드 박스를 제도를 보면서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 말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정말 놀랄 만큼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뒤쳐질까 안타까워요.”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규제는 언젠가 풀릴텐데 기득권 사업에 대한 보호가 강해서 혁신을 미뤄야하는 것이 아쉽다”며 “이대로 가다간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히 규제를 풀자 풀지 말자가 아니라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메가 트렌드 속에서 국내 규제 기관이 시대적 흐름을 읽고 어떤 전략으로 혁신을 키워나갈지 청사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 사명을 변경하고 글로벌 벤처캐피털로 거듭났다.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타깃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지만 국내는 규제 때문에 혁신을 추구하는 팀들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같이 혁신에 도전하는 초기 기업들을 찾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세상의 질서를 바꾸는 기업 찾아=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혁신을 만드는 팀들을 눈여겨본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기술을 가지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가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이런 팀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엔지니어 연구 인력을 키워내고 계속 배출시키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의 일부 국가를 빼면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고급 인력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로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력풀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 좋은 인력이 용기를 내서 창업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꼭 인공지능 분야가 아니어도 기존의 질서를 바꾸려는 기업도 투자 대상이다. 예를 들면 쏘카다. 불편함이 있는 곳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업이면 모두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 대상인 것. 최근에는 트레바리라는 독서 커뮤니티에도 투자하면서 기존 시장에서 변화를 만드는 라이프 스타일 스타트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장에서는 기존의 질서를 바꾸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바뀌지 않으면 혁신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멀지 않은 과거에도 혁신을 지체했던 흐름이 있었다며 아이폰의 늦은 국내 출시를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산업혁명시대에는 방직기계에 대한 노동자들이 반발이 있었지만 그 때 혁신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세상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 자체에 대한 환경도 좋아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2000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창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은 환경”라며 “아이디어와 하고 싶은 게 뚜렷하다면 무조건 창업에 도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규제가 많은 반면 미국, 중국, 동남아 등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금전적 지원 등 창업 지원이 쏟아지고 있어 창업의 기회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연대보증 폐지 등 창업자에게 유리한 제도도 생겨 창업자들이 적은 위험 부담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 창업자 출신 투자자 많아 져야=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상반기 안에 신규 글로벌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름은 소프트뱅크액셀러레이션펀드. 초기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펀드로 규모는 3,000~5,000억 원이 될 예정이다. 신규펀드를 조성하고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심사역도 10명 가량 충원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지성이 필요한데 창업가 출신 VC는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3학년 시절 첫 창업해 두 번째 회사인 엔써즈를 KT에 매각시킨 이 대표는 창업자의 감각이 투자 시장에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으로 봤을 때 직감에 의존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주변의 인재를 잘 끌어올 수 있는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 것 같다”며 “이들은 투자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VC 대부분이 창업자인 반면 국내는 창업자 출신 투자자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올해 인력 확충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운영자금은 1조를 넘겼고 국내에서도 시리즈 B, C 단계 투자를 늘려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에게 규제는 어떻게든 풀릴 것이니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 규제가 풀리는 시점에 준비된 팀이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혁신을 만든는 팀을 찾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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