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장손이 반찬가게를 연 이유

‘반찬’하면 흔히 손맛 좋은 어머니를 떠올린다. 하지만 구선손반에 들어서면 기존 통념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구선손반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순천 남양 홍씨 종갓집 장손 홍순조 대표. 구선손반에서는 나물, 볶음, 조림, 국, 무침, 장아찌, 젓갈, 요리, 김치까지 청년이 만드는 반찬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두 여동생의 식탁을 책임진 건 홍 대표였다. 명절과 제사 때면 할머니가 만든 정성어린 음식을 맛봤다. 자연스레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러한 어린 날의 경험 덕분이다.

어렴풋이 요리사를 꿈꾸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던 시기였다.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은 거대했다. 종갓집 장손, 보수적인 부모님 반대로 요리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홍 대표가 다시 요리를 꿈꾸게 된 건 고향을 떠나 서울행을 결심하면서부터다. 고깃집 창업을 꿈꾸며 상경한 홍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놀부와 이랜드외식사업부를 거쳐 2013년 연신내에 첫 반찬가게를 열었다. 홍 대표는 “건강한 사람들이 만든 건강한 음식은 보약”이라며 “구선손반을 통해 보약 한 첩을 선물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구선손반의 주 무기는 천연조미료를 기반으로 한 반찬이다. 친할머니가 만들던 천연 조미료에서 힌트를 얻었다. 홍 대표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 마른멸치, 마른새우, 다시마, 표고버섯을 손질해 제사상과 식구들이 먹는 요리에 들어갈 조미료를 직접 만들었다. 홍 대표의 구선손반도 할머니의 맛을 가미했다. 천연조미료로 만든 반찬, 요리를 선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천연조미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좋은 건 함께 쓰자는 단골손님의 권유로 처음에는 소분 판매하던 천연조미료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홍 대표는 반찬을 포함하여 재래식 된장, 고추장, 발효식초, 장아찌 등 전통 장류도 선보이고 있다. 홍 대표가 강조하는 건 ‘전통의 현대화’다.

전통 장이라고 하면 고추장 축제 등 지역 행사나 전통시장에서 구매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온라인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전통 영역 역시 언제까지 오프라인에 머무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홍 대표는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던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확대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순창지역의 전통 장을 알리기 시작했다. 전통 장 류 뿐 아니라 구선손반의 모든 음식은 온라인 채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로컬푸드와 반찬은 서울 전 지역 5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내 고향 순창에는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뿐이다. 어르신들의 전통과 손맛, 노하우는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음식은 우리가 꼭 지켜나가야 할 문화유산이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며 추억과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더욱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홍 대표는 고향의 전통을 이어가되 디자인과 판매채널, 맛에 현대화를 가미하여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가며 계획이다.

‘대안불식 사득량찬(對案不食思得良饌)’ 구선손반 맛의 뿌리가 된 홍 대표 할머니가 생전에 강조했던 말이다. 밥상을 대하고도 드시지 않으시거든 좋은 음식을 마련할 것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는 홍 대표가 되새기는 다짐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음식을 통해 건강과 추억을 동시에 드릴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상기 기업은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의 2018년도 스마트벤처캠퍼스 선정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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