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19 돋보였던 韓 스타트업과 남은 과제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이를 증명하듯 해마다 3,000개 가까운 글로벌 기업이 모인다.

MWC 기간 중에는4YFN(4 Years From Now)이라는 부대 행사가 열린다. MWC 자체는 글로벌 대기업의 각축장이지만 4FYN의 주인공은 떠오르는 스타트업이다. 행사명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은 작지만 4년 뒤에는 세계 시장을 주름잡을 성장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이 이곳에 모인다.

지난 2월 26∼28일까지 열린 4YFN 2019는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몬주익 광장에서 도보로 5분 떨어진 곳에서 열렸다. MWC 본 행사가 열리는 피라그린비아(FIRA Gran Via)와는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몬주익 광장에 위치한 4YFN 전시장

이곳 전시장에는 전세계 스타트업 760개가 부스를 열고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선 서울과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 스마트벤처캠퍼스 보육 기업, 케이스타트업(K-Startup) 선발팀, SK텔레콤 소셜임팩트 프로그램 선발팀 등 모두 61개 기업이 참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 수가 중국, 일본, 대만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본 행사인 MWC에서 최대 부스를 운영하는 곳은 중국 화웨이다. 일본 기업이나 연사도 적지 않은 존재감을 보인다. 이에 비하면 4YFN에선 우리나라를 뺀 다른 아시아 국가 기업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4YFN에 참여한 국내 기업

물론 국내 스타트업 대부분은 정부기관 지원을 받아 참가한 것이다. 600만 원에 달하는 부스 비용은 물론 MWC 시즌이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르셀로나 숙박비와 항공료를 초기 기업이 전액 지불하고 참가를 결정하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상당 부분 부담한 덕에 참여팀이 국제 행사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현장에선 아무래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하드웨어를 선보이거나 눈에 띄는 규모로 디스플레이를 설치한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홈 스킨케어 서비스와 제품을 선보인 지원파트너스는 플라즈마 빔을 활용한 사물인터넷 스킨케어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플라즈마 빔을 내뿜는 디바이스의 시각 효과와 직접 피부에 써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 지나가던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형태로 화장품 리뷰 플랫폼을 운영하는 코스메틱 스타트업인 모스트는 자체 브랜드 베이직(BEIGIC) 재생 오일 등을 선보였다. 피부에 발라보고 향을 맡아볼 수 있고 실제 판매 중인 제품을 전시했다. 그래서인지 방문객 상당수가 부스에서 직접 테스트해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 있던 회사측 관계자는 “화장품 박람회가 아닌 스타트업 행사지만 상당수 글로벌 코스메틱 기업이 방문해 의미 있는 미팅을 했다”면서 “행사에서 만난 바이어나 코스메틱 브랜드와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눈길을 끈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도 주목받았다. 아트맵은 블록체인 기술이 지닌 위변조 방지 기능과 거래 투명성을 이용해 미술품 시장 모조품 문제, 불투명한 판매 내역을 해결하는 미술품 거래 플랫폼을 만든다. 블록체인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주제 덕인지 유럽 플랫폼 코인 개발사나 현지 갤러리, 미술품 경매장 운영자가 부스를 찾아 현장 미팅을 진행했다.

행사장에선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도 만나볼 수 있었다. KBS와 JTBC를 통해 방송되기도 한 스타트업경진대회인 도전! K 스타트업 우수 선발팀 16곳도 별도 공간에 부스를 운영한 것. 이 중에는 내용물이 거의 안 남는 친환경 용기로 주목 받은 2018년 대회 우숭 기업인 이너보틀, 모바일 심리상담 서비스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아토머스, 젖소가 송아지를 출산한 뒤 3일간 나오는 오츄를 원료로 화장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인 팜스킨 등이 눈에 띄었다.

3일간 이어진 4YFN는 유럽과 아시아 기업의 무대였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선 스페인 현지 기업, 아시아에선 단연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넀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시장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 참가팀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물론 한국 스타트업은 이처럼 수적으로 괄목할 만한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한번 되짚어 볼 것도 있다. 먼저 스타트업마다 행사를 위해 투자한 노력의 결과물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고품질 부스 디스플레이와 홍보 영상까지 제작한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심지어 한글 홍보 영상을 틀기도 한다.

지난해 정부 지원을 통해 행사에 참가한 뒤 올해는 자비로 부스를 마련했다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아무래도 전액 정부 지원으로 행사에 참가해 간절감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다면서 “올해는 회사 비용으로 부스를 운영한 만큼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싶다”고 밝혔다. 행사에 온 팀 모두 같은 준비나 마음가짐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 스타트업이 성장 단계마다 큰 차이를 보인 것도 문제일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행사에 참여하고 부스를 운영하는 목적은 단순 홍보가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를 구하고 잠재적 바이어를 물색하기 위한 것이다. 당연히 방문객에게 보여줄 시제품이나 데모 서비스 정도라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4YFN 한국 부스에는 이미 판매 중인 완제품을 준비하고 시연해 현장에서 외국 기업과 MOU 체결에 이르는 팀도 있지만 제조기업임에도 시제품 정도도 개발하지 못한 팀도 더러 눈에 띄었다. 국내 기업 행사 참여는 주관한 한 기관 관계자는 “높은 성장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은 오히려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행사 참가를 위해 준비해야 할 절차가 빠른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훌륭한 스타트업이 많았지만 이들의 참가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는 것이다.

올해 MWC 4YFN은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매년 참가하는 국내 기업 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사를 통한 사업적 성과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배경에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있다. 양적인 면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지원 효율성과 스타트업 선발에 대한 적절성을 제고해야 할 때다. 물론 이는 MWC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정부가 지원하는 국내외 여타 스타트업 행사에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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