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스타트업, 자금난을 뚫어라”

유행에 민감하지만 변화에는 둔감한 시장, 데이터보다 감에 의존 하는 산업이자 전통 영역에 뿌리를 둔 시장. 패션 업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기술 결합을 통해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빅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 등 새로운 패션 시장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제조 영역에서 작동 방식을 따르고 있다. SS/FW 시즌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양혜미 와디즈 투자심사역은 29일 열린 패션브랜드 투자유치 세미나에서 “온라인, 모바일 쇼핑 분야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패션 분야에서 자금 조달은 여전히 한정적”이라고 짚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장 주기를 살펴보면 대표 상품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 후 SS/FW 각 시즌별 안정된 수익을 거둔다. 연 매출 20억을 안정적으로 기록하는 단계가 지나면 룩북 투자와 카테고리 확장이 이어진다. 이후 기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세컨 브랜드를 선보이고 패션 외 화장품, 생활용품 등으로 업종을 확대한다.

각각의 단계에서 자금 조달 수요는 늘 존재한다. 다만 패션 사업은 호흡이 길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산 주기는 판매 이후 최소 30일에서 최대 60일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또 9월부터 생산을 시작하는 FW 제품의 경우 SS에 비해 평단가가 높아 자금이 더 많이 투입돼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양 심사역은 “이런 경우 대출을 하거나 진행하는 아이템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후자의 경우 당장 투입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자금난을 버틸 수는 있지만 매출 감소로 이어져 SS 준비 자금이 줄어들고 다시 FW 시즌을 준비할 때 자금난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이나 제 2금융권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자금 확보는 장담할 수 없다. 양 심사역은 “패션사업의 경우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지만 산술적으로 이를 풀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도 있다. 정책자금과 크라우드펀딩, 벤처캐피털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정책자금은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이뤄진다. 정책자금 특성 상 금리가 낮다는 장점은 있지만 한도가 낮고 기존 매출을 증빙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양 심사역은 또 “IT, 바이오처럼 기술이 접목된 산업이 아니다보니 정책 지원 자금 대상자로 선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금 조달도 가능하다. 요가복 브랜드 안다르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 등으로부터 220억 원 투자를 유치하고 카테고리 확장에 나섰다. 이 밖에도 모바일 패션플랫폼 스타일쉐어, 온라인 원단 판매 플랫폼 패브릭타임, 패션 재료 플랫폼 키위 등이 유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지한 바 있다.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큰 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 외부 자금 조달에 유용하다는 평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방식도 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매년 15억 한도 내 자금 조달이 가능해 SS/FW 이외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해 놓을 수 있다. 양 심사역은 “패션 브랜드 성장 단계에서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필요 자금을 그때 그때 마련할 수 있지만 다수의 채권 투자자가 존재해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패션브랜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준비기간은 1.5달에서 2달이 소요된다. 담당 심사역과 미팅을 통해 기업에 맞는 증권과 조건을 설계한 후 내부 심사를 거친다. 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한해 투자설명서 작성과 펀딩 준비가 시작되고 온라인 콘텐츠 작성 및 홍보가 진행된다. 이후 실제 청약이 개시되는 순이다.

4월 1일 공개된 부산 소재 스니커즈 브랜드 다울앤하울 크라우드펀딩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울앤하울은 매출 20억 내외 수익을 올리고있는 토종 스니커즈 브랜드로 세 차례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 한 단계 더 스케일업하기 위해 선택한 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다울앤하울은 오프라인 매장과 편집숍 개장을 목표로 채권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목표 금액은 5천만원, 상환전환우선주 모집이다. 증권 발행 방식이나 규모는 선택하기 나름이다. 해당 심사역이 기업이 필요한 자금이나 성향에 따라 설계한다는 설명이다.

양 심사역은 “어느 사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패션 브랜드의 경우 필요한 자금을 제 때 조달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가진 패션브랜드는 투자 가치가 충분하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 심사역은 “그럼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일반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득한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그는 “패션 산업은 SS/FW 시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호흡이 정해져있고 오히려 명확한 마일 스톤을 가지고 있다”며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로 투자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만큼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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