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혁신기업이라면 이 인증이 필수?

파타고니아, 벤앤제리스, 탐스, 킥스타터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성공 기업 사례로 알려진 이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비콥(B-corporation)인증 기업이란 것. 비콥은 영리와 사회적 목적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에 제공되는 글로벌 인증제도로 신뢰와 투명성을 기반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회와 나눌 수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비콥인증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성보다는 기업이 전달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인증 제도라고 볼수 있다. 평가 항목은 거버넌스(Governance), 직원(Workers), 커뮤니티(Community), 환경(Environment), 고객(Customers) 등 5가지. 비콥 인증 기업의 이익과 성장은 이 5가지 요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발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 64개국에서 2788개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았으며 이중 한국 기업은 쏘카, 닷, MYSC, 텔라 등 11곳이 인증을 받았다.

이름도 생소한 이 글로벌 인증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인증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비콥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퀵 임팩트 평가지를 제출하는 것. 5가지 비콥 평가 항목에 기반한 질문 약 100여개에 대한 답을 제출해야 한다. 평가지 만점은 200점이다. 80점 이상이 되면 비콥인증을 받을 수 있다. 질문의 대략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다.

-풀타임 직원과 파트타임 직원의 수는?
-얼마나 많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지?
-이사회 구성원의 성별 다양성은?
-에너지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 모니터링 여부?
-직원들과 기업의 재무 정보를 공유하는지?
-직원의 만족도 여부는?

영어가 익숙지 않은 국내 기업이라면 신청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비콥한국위원회가 한국어 버전의 질문지를 제공하긴 하지만 평가지를 제출하고 나면 자료를 검증하는 리뷰단계에서 영어사용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평가지 제출 후 비콥 담당자와의 스카이프콜이 진행된다. 평가지 점수가 80점 이하로 인증을 받기 모자란 점수일 경우 추가로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준다. 또 답변한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부정확한 경우 보완 요청 또는 추가 질문을 통해 기존의 점수를 깎기도 한다.

기관의 검증 후 점수가 80점 이하가 되더라도 점수를 올리기 위한 추가 자료 제출을 통해 점수를 높일 수 있다. 평가지에 답변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 제출도 필요하다. 2차로 비콥 내부의 검토가 진행된 후 8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하면 인증을 받게 된다.

비콥 멤버가 되면 기업 수익(Revenue)을 기반으로 해 책정된 연회비를 내야 한다. 수익 구간별로 연회비가 책정이 되며 현재 비콥 기업이 내는 회비는 연 50달러에서부터 5만 달러까지다. 인증은 3년마다 갱신해야 하며 갱신 시 재심사를 받는다.

비콥인증의 가장 큰 혜택은 비콥 공식 웹사이트에 이름이 등록돼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비콥 지역별 네트워크 모임이나 글로벌 이벤트에 초대받을 수 있으며 비콥을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한 여러 기업의 모범 사례들도 받아 볼 수 있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비콥인증을 통해 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이득이다.

비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한다. 비콥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사회적기업, 혁신기업, 재무적 우수성까지 인정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 탐스는 비콥인증을 받았지만 재정 악화를 경험하기도 했으며 국내 비콥인증 기업 중에도 실적이 부진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곳도 있다. 비콥 인증 후 부실한 실적이나 법적인 문제에 휘말려도 철저한 검증을 통한 재심사가 이뤄지지 비콥 탈퇴 이후에도 계속 비콥 인증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재무적 관점에서 비콥 인증은 사실 영리 기업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추구하는 미션과 영리 사이의 양립할 수 없는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공예 플랫폼 엣시(Etsy)는 IPO 이후 비콥 인증을 갱신하지 않았다. 주주의 이익을 보장해줘야 하는 부분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온라인 안경 구매 플랫폼 와비파커(Warby parker) 역시 비콥 인증을 갱신하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비콥인증 홍보에 대대적으로 활용된 스타트업이었다.

이런 단점이 존재함에도  비콥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환원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하는 기업의 역할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코이카가 운영하고 있는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는 올해부터 선정 기업에게 무조건 비콥 인증을 받아야한다는 조건을 걸기도 했다.

한 비콥인증 획득 기업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인증이란 점과 사회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연회비를 지불하는 것에 비에 적은 혜택은 작은 스타트업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사의 성장에 비콥 인증이 꼭 필요한 것인지 고려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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