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해외진출, 한인 상공 네트워크가 돕는다”

“단체 해외 관광 시스템과 다를 바 없다” 정부 지원으로 진행된 일부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16일 국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문화콘텐츠 기술벤처 기업 해외진출전략 토론회에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해외 시장 진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장에서는 세계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자는 대안이 제시됐다.

토론회 주제발표에 나선 손승우 지식일자리포럼 회장은 “현재는 정부와 공공기관 주도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민간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준으로 선발한 기업이 해외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손 회장은 “실리콘밸리 내 코트라가 선발, 지원한 기업이 50여 곳있지만 이 중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손에 꼽는다”며 “선발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 높은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또 “중소벤처기업이 해외 진출 시 선발부터 현지화, 사업전개 단계에서 세계 한인 상공 네트워크가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세대 미국 거주 한인은 노동집약 산업에서 활동했지만 이민 3세대인 현재는 미국 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분포해 있다. 때문에 현지 사정에 밝은 한인 네트워크가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아울러 현지 한인상공인 전문가 네트워크를 연계한 중소벤처기업 교류 프로그램 구축, 청년 인턴 프로그램 연계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뒷받침 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강영기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장은 “한국 우수 기업이 미국 진출 시 필요한 실질적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미주한인은 150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로 미국 내 78개 지역 상공회의소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현지 관점에서 한국 우수 기업이 미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 지자체 중 강원도가 박람회 참가 당시 미주한인상공회의소의 조언을 받았다. 국내 기업 바인테크도 현지 법인 설립 준비 당시 미주한인상공회의소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강 회장은 “실질적인 지원 확대를 위해 공식 채널 확대, 우수 기업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경진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지식센터장은 “유기적인 협력체를 만드는게 첫 시작”이라며 “정부와 기업, 한인상공회의소가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을 권했다. 현재는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정부와 민간 정책이 흩어져 있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실패에 투자하라”고 제언했다. 국내에서 50여개 기업이 국가 지원으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다는 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면 원인과 과정도 공유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전종학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장은 확장성을 위한 네트워킹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정부나 공공기관, 전문가 단체, 협회와의 관계에서 종속적, 수직계열화를 강요하기 보다 수평적인 위치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힘을 합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전 회장은 “전문단체와 미주 한상, 정부와 확장성 있는 네트워킹을 통해 성공확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포시에스를 이끌어온 박미경 여성벤처기업협회장은 기업 입장을 대변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한인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박 회장은 대다수 국내기업이 해외 진출을 시도할 때 한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려 하지만 성공사례가 드문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증되지 않은 기업이나 개인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실패 요인 중 하나였다.

아울러 박 회장은 “불명확한 거래 조건, 허위 정보 검증, 매칭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단순 네트워크가 아니라 전문 분야 매칭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다. 현재 한상 네트워크에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됐지만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 속에서 기업 수준이나 상품 정보, 유통, 영업능력, 협업 희망 분야를 찾기란 요원하다. 박 회장은 “데이터 축적은 현지 전문가와 기업 매칭 성공을 높일 것”이라며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를 제언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온라인 수출통합플랫폼 고비즈 코리아는 성공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물품을 요청하면 등록된 기업과 매칭되는 시스템이다. 코트라 또한 매년 기업 상담회에서 바이어와 기업을 매칭하고 있다. 초반에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최근 들어 매칭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이다. 사전 조사 작업부터 기업과 바이어가 원하는 바를 조사한 후 매칭을 진행한 덕이다. 박 회장은 “정부 차원에서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비스를 개선해 나갔다”며 “이를 토대로 민간과 정부가 손잡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수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장은 네트워크가 가동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의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이 회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에게도 사업 지원에 대한 경제적 이익이 수반돼야 전문가 풀이 확대되고 실효성 있는 성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한인네트워크 스스로도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노하우를 쌓고 자체적으로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견해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전종학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 회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기존의 정부 및 공공기관 주도의 해외진출 지원시스템의 한계가 분명이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단체, 글로벌 한인전문가 네트워크,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와 같은 순수 민간영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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