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부는 한인 스타트업 붐

“실리콘밸리 기반 한국 스타트업이 100개 정도 됩니다. 아니 어쩌면 훨씬 더 많을 수도…”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한국인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2~3년 전만 해도 상상 못 했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실리콘밸리 한인 네트워크 82 스타트업 플랫폼을 열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선후배 그리고 예비창업자 간 교류를 돕기 위해서다. 여기에 가입된 기업만 100여곳, 이 대표에 따르면 숨어있는 한인 스타트업을 포함하면 그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2005년 실리콘밸리에서 쇼핑 정보 사이트 딜스플러스를 창업해 성공한 한인 창업가다.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른 후 후배양성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에 2012년 합류해 지금까지 미국에서 창업하며 배운 노하우를 후배 스타트업에 전달해오고 있다. 지난해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투자와 액셀러레이팅에도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은 차트메트릭, 모두닥 등 국내 기업 6곳과 실리콘밸리 기업 5곳이다.

실리콘밸리의 한인 창업가로 10여년을 보낸 그가 한국 스타트업에 전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이 대표는 막연하게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는 스타트업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니 이제 글로벌로 가볼까 하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해요.”

대표와 직원 일부가 현지로 이주해 현지 사업을 준비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현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글로벌 진출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이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해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며 미국 같은 경우 한국과 달리 다문화, 다민족이 공존하고 있어 소비자 성향을 맞추기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마케팅 비용만 국내의 10배”라며”대기업 처럼 크게 성공한 후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는 가능하지만 스타트업은 힘들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어 실력 향상에도 주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투자를 받기 위한 영어가 아닌 현지 소비자를 설득할 정도의 영어 실력을 말한다. 여기에는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 포함된다. 프라이머 투자 포트폴리오사 중 하나인 라엘은 한국 스타트업이지만 아마존 베스트 제품으로 등극하면서 현지인에게 사랑 받은 후 미국 최대 유통 체인업체 타겟에 입점하는 결과를 얻었다. 사업 초기부터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고수한 결과다.

대표가 지녀야할 자질로는 팀 빌딩 능력을 높게 샀다. 그는 “스티브 잡스는 코파운더 스티브 워즈니악을 설득하기 위해 워즈니악 부모님 앞에서 울기까지 했다”며 “반드시 합류시켜야 할 사람이 있다면 삼고초려라도 해서 꼭 데려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용공고만 올려놓고 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가서 좋은 인재를 만나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된다는 것. 또 인재를 설득할 때는 회사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줄 것을 조언했다.

글로벌 진출에 있어 정부의 역할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해외 프로그램, 해외 멘토링, 해외 피칭은 사실상 스타트업에 중요하지 않다”며”차라리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팀에 투자를 해주는 것이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태펀드를 통해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 기회를 제공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했다는 점은 정부가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활성화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해외에까지 전달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에 근무하던 한인에게도 창업 열풍을 몰고 온 것. 한국에서 유니콘이 여럿 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는 “최근 줌이 미국에서 상장한 것처럼 우리나라 스타트업도 해외에 상장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누구나 사용하는 글로벌 서비스가 한국 기업을 통해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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