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충전인프라, 이제 이용자 경험 고민할 때”

“전기차 사용자는 충전 과정에서 대우를 받고 편리함을 느끼길 원한다. 추가 요금이 들고 특정 브랜드만 이용을 한정하더라도 유료 프리미엄 충전소가 오히려 반가울 정도.” 저공해자동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포럼에서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장이 말했다. “그러나 국내는 전기차 충전소를 정부 주도로 확립하다보니 프리미엄 충전소는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다.”

지난 2일 EV트렌드코리아 2019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을 열었다. 주최측은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에 실질 정보를 제공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의 장으로 거듭나겠다”며 완성차 브랜드뿐 아니라 인프라로서 충전기 브랜드 전시 부스와 관련 포럼 진행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는 차별점을 앞세워 인프라 확대 기여에 나서려는 충전기 제조사 몇 곳이 돋보였다. 대표적으로는 이동형 충전기를 생산하는 매니지온, 공간 활용성을 강조한 그린파워가 있었다. 또 무인 로봇충전 방식을 선보인 모던텍, 공용/비공용 충전기와 50~400kW 급속충전라인을 선보인 채비까지.

모던텍의 무인충전로봇시스템
매니지온의 이동형 충전기 이볼트

그러나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여전히 충전인프라다. EV트렌드코리아 사무국이 지난 4월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08명 가운데 94%가 “향후 전기차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구매를 주저하는 데 대해서는 82%가 “충전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EV트렌드코리아 둘째날인 3일 진행된 포럼은 이에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장과 이충열 시그넷 이브이 이사, 고주원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팀장을 모아 전기차 사용 경험과 현업자의 시각, 개선 방향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먼저 김성태 협회장은 사용자로서 “충전소 설치 장소와 환경이 중요하다. 현재 충전소는 편하게 대기할 만한 공간이 없는 야외나 어두운 지하 주차장 구석에 마련된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에서는 충전 구역 설치를 두고 주민간 갈등이 일어나는 만큼 전기차 사용자가 마음 놓고 충전을 할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또 “사용자가 원하는 건 100대 이상 동시 충전할 수 있는 집중형 충전소다. 다른 차가 금세 빠질 확률이 높아 충전에 앞서 대기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충열 시그넷이브이 이사는 이와 관련해 전략적인 유형별 접근을 강조했다. 시그넷이브이 역시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로서 꾸준히 시장 추이를 지켜본 기업. 그는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지역에서는 이미 급속 충전과 홈 충전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가 일반화된 상황”이라며 “국내서는 정부가 나서서 생활밀착형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제시한 로드맵은 충전 용량 위주이고 단순 저가 입찰 방식 탓에 기능도 단편적”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폐지 이후에도 전기차가 우위를 점하려면 무선 충전, 초급속 충전, 자동 로봇 충전처럼 고객 편의를 고려,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충전 패턴 분석에 기반한 미국 고속도로 구간별 충전소 배치, 이용자 특성을 고려한 장애인 전용 설비 설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설비뿐 아니라 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고주원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팀장은 미래 충전시장의 한 축으로 충전서비스를 꼽으며 “충전서비스사업자는 인프라 구축, 운영, 서비스 제공을 전담하며 완성차·충전기 제조사, 정부, 고객을 모두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업자는 고객과 요금 납부, 부가서비스, 홈 충전기 설치와 이용에 관해 소통,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제조사, 정부와 공유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나아가 “충전소를 설치, 유지하는 데 그치던 기업은 이제 로밍을 비롯한 제휴 네트워크 혹은 위탁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충전소만 늘리기보다는 차량 운행, 충전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 맞춤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충열 이사는 이와 관련해 “전기차는 홈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사로선 서비스 위주로 사업을 전향해도 될지 고민이 클 것이다. 주행거리와 설비 가격에 따라 홈 충전기 점유율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홈 충전기와 공용 충전기, 충전 서비스 사업 수요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밖에 충전서비스 요금 다양화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한국전력이 마련한 전기차 충전기 전용 특례요금제가 있긴 하지만 충전소 위치나 충전 시간과 무관한 균일 요금제라는 것. 고주원 팀장은 “해외서는 급속·완속별 차등 요금을 부과하거나 회당, 시간당 요금제를 마련하고 있다”며 “국내도 이를 반영하는 한편 마케팅 플랫폼 기업과 협력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요금 할인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끝으로 김성태 협회장은 “사업자와 정부는 전기차 충전을 주유가 아닌 주차의 개념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기차를 구매한 고객 중에는 무조건 저렴하게 충전해 차량 구매 비용을 만회하겠다는 입장도 있지만 충전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몇십 분 혹은 몇시간 동안 소비자가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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