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태동한 크몽.. 프리랜서 마켓의 의미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지리산 본가로 돌아갔다. 6개월 만에 대박을 내겠다는 생각은 내려놓은 상태였다. 박현호 크몽 대표의 이야기다. 박 대표는 빠르게 성공하기 위해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부었던 이전과는 접근 방식부터 달리했다. “사람들이 필요한 걸 만들어보자” 비가 오면 찻길이 막히고 눈이 오면 고립되는 지리산에 1년 간 개발에 몰두했다. 당시 내놓은 서비스는 5천 원에 재능을 파는 플랫폼이었다.

기존에 없던 5천원 시장에 관심이 쏟아졌다. 모닝콜부터 함께 밥 먹어주기 미션까지 5천 원에 해주고 해달라고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박 대표는 “다소 엉뚱한 재능기부 플랫폼으로 알려져 관심을 받았지만 상업적으로 확대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다. 시골에서 먹고 사는데 지장만 없을 정도로 운영하고 한 편에서는 다른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게 당시 계획이었다.

“5천 원 제한을 없애달라는 요구가 끊임없었다” 박 대표는 소소한 재능 교류 외 사업과 연관된 거래에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사용자는 달랐다. 광고, 홍보, 마케팅, 비즈니스 인재를 찾는 요청이 계속됐다. 자연스레 거래 금액은 5천 원 이상이 오고갔다. 비즈니스 거래 플랫폼으로의 가능성을 본 것도 이 때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플랫폼으로 연결되면서 수요자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인력을 보유하기 어려운 기업과 다변화된 근로 환경에서 태어난 프리랜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프리랜서 마켓 크몽에서 거래 건수는 백만, 하루 2,000여 건 거래가 이뤄진다. 크몽 안에서 일하는 형태나 프리랜서를 찾는 사업체도 각양각색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경우도 있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도 있다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크몽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로 근무하는 팀원의 경우 크몽 플랫폼 내에서 피피티 디자인 작업과 교육 강좌를 진행한다. 크몽에서 처음으로 마케팅 서비스를 시험해본 사용자는 마케터 전향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은 “시장에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자산이 기술을 통해 연결되면서 실질적 가치를 갖게 되고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구조”라고 정의했다. 긱이코노미로의 귀결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 김 대표는 “배가 아무리 커도 바다를 다 덮을 수 없든 기업이 아무리 커도 모든 일을 할 수 없다”며 “노동 형태가 다각화되면서 프리랜서 노동자가 증가하고 사람이 하는 일은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구조 속에서 필요한 기능을 찾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관점이다.

플랫폼을 벗어난 직접 고용, 시장 가격 파괴, 사회 안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분명 있다. 크몽이 낮은 가격을 제시해 시장을 파괴한다는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 때 크몽에서 앱 CI 제작이 5만 원 대에 거래되며 디자인 가격 후려치기라는 비판이 오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가격을 제시한 디자이어는 다수 래퍼런스를 보유하고 있어 실제 작업 시간은 2-3분에 그쳐 가능한 가격이라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박 대표는 “각 영역에는 전문가뿐 아니라 아마추어가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롱테일 시장이 있다”며 “시장 안에서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어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장이 만들어 진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 또한 “수요자와 공급자가 시장에서 만남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서로에게 맞는 가치를 찾아가는게 핵심”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현실적으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회사에서 모든 기술이나 인력 보유할 수 없다. 크몽 역시도 사업 초기 크몽 플랫폼 내에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지금도 필요하지만 부족한 일은 크몽을 통해 해결한다. 박 대표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인력이나 전문성을 유연하게 쓸 수 있고 전문가를 연결해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크몽의 비전“이라고 전했다.

한편 SBA가 스타트업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네트워크 세미나 HR톡이 4일 세텍에서 열렸다. 당일 행사에는 긱이코노미와 일자리 트렌드 변화를 주제로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과 박현호 크몽 대표, 서보성 휴넷 팀장이 참여해 디지털 시대 긱 이코노미와 미래 일자리 시장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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