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테크 창업, 필요한 건 창의력과 호기심

‘어떤’테크라는 용어가 이미 익숙해진 시대지만 애그테크(AgTech)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용어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이 결합된 말로 스마트농업, 스마트팜이라고도 일컬어지며 세계적 IT기업이 앞다퉈 진출과 투자에 나서면서 주요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25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대전에서 첫 개최한 데 이어 올해 두번째로 마련한 ‘농식품 창업 열린혁신포럼’에서 서현권 에이넷 본부장은 “어쨌든 핵심은 기술이 실제 농업 현장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포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최된 포럼은 기술이 만드는 농업의 미래와 농식품 창업을 위한 준비 자세를 소개한 자리. 서현권 본부장은 우리나라 절반 면적임에도 세계2위 농식품 수출국 자리에 오른 네덜란드에서의 연구 경험을 소개하며 “그곳 농가에서는 ‘대충’, ‘이맘때쯤’ 이라는 것이 없다. 이미 기술적인 서포트가 항상 뒷받침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자동화 덕분에 광대한 농지를 10명 내외 인원이 관리한다. 사람은 가지치기나 수확 정도만 맡는다”고 전했다. 

농업용 로봇과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는 그의 시각에서 여전히 가장 어려운 것은 로봇이 작물 재배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영역이다. 이와 관련해 그가 생각해낸 것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쓰이는 3차원 소프트웨어를 활용, 소규모 농장을 3차원 가상 환경에 조성하고 1,000시간 동안 무엇이 파프리카, 잎, 줄기인지 구분하도록 알고리즘을 학습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파프리카 수확 로봇을 개발,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수확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되는 파프리카를 보고 거리와 3차원 좌표를 측정해 수확하도록 했다. “규정상 속도를 60%로 제한했고 사람이 항상 긴급 버튼을 들고 따라다녀야 했지만 규정이 보다 자유로워지면 효율성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

다만 상용화는 아직이라는 설명이다. EU 평가위원회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숨겨진 파프리카는 수확하지 못했고 파프리카 꼭지와 표면이 손상됐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 본부장은 접근 방법을 바꿔 “재배 환경과 종자를 로봇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현재 대부분 농장은 사람이 일하기 편한 환경이다. 하지만 어차피 로봇이 일을 도맡게 된다면 환경도 로봇이 일하기 편하게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 이렀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한 회사는 로봇이 작물을 쉽게 손상 없이 자를 수 있도록 수확 로봇용 종자 개발에 들어가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서현권 본부장은 또 네덜란드 농업 인공지능 대회에서 독자적 AI 알고리즘으로 최대 이윤을 내며 우승한 팀의 말을 빌려 “기존 재배 방법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 해당 대회서 쓰인 알고리즘은 사람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내리곤 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기존에 사람이 내던 아웃풋을 뛰어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송석리 한성과학고 교사는 데이터 분석을 토픽 삼아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데이터 플랫폼을 비롯해 다양한 수집 채널이 생긴 만큼 데이터에 대한 접근은 보다 쉬워졌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정하는 단계라는 것. “같은 데이터를 봐도 다양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대신 분명한 관심사가 있어야 질문도 잘할 수 있다”며 질문을 정했다면 데이터를 히스토그램, 수염상자 같은 다양한 그래프로 표현해보면서 나름의 패턴을 파악하라는 조언이다.

그러면서 그는 “데이터만 봐도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다양하다. 감에 의존하는 대신 데이터로 입증하면 보다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서 인구데이터를 예시로 들었다. “어느 지역에 어떤 연령대가 많이 거주하는지는 감각적으로 혹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이를 데이터로 검증하려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 패턴을 얻었다면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기존의 사고방식을 탈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5세 이하 영유아가 유기농 채소 소비율이 높다고 나왔다면 실제로 유기농 채소를 어디서 판매해야 할지를 분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 역시 데이터 분석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전했다. “본인이 잘 이해하고 있거나 맥락을 짚어낸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에 접목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밖에 자리를 통해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와 한재권 한양대 교수는 영역간 융합을 위한 창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엄윤설 대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을 1:1 매칭하는 체험형 로봇 콘텐츠를 선보인 이. “순수미술과 키네틱 아트를 전공했기에 로봇을 기술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로봇을 편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동물 행동 패턴 연구를 통해 로봇과 부대끼는 새로운 공연 모델을 마련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재권 한양대 교수 역시 “사람마다 모두 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이 뜬다는 말을 듣고 시류에 끌려가지 말라”며 자신이 잘하는 영역을 더욱 키우기 위해 시류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산업, 비즈니스, 직업은 ‘이어붙이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농식품 분야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창의적 융합 시도를 권하기도 했다.

끝으로 행사를 주관한 홍영호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창업성장본부장은 “이번 행사는 농식품 분야 창업을 돕기 위한 것도 있지만 농업 외 다른 분야 종사자가 관심을 갖고 융합을 해준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 믿기 때문에 마련한 것”이라며 “1년에 4번 진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강릉, 부산에서 행사를 이어가려 한다. 농식품 분야 창업자 혹은 예비 창업자에 앞으로도 좋은 기회를 지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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