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공략하며 넷플릭스 위협하는 ‘아이플릭스’

출처 – 아이플릭스 홈페이지 포스트

이름만 듣고 웃어넘기기엔 이곳의 성장세가 꽤나 가파르다. 동남아시아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아이플릭스(iflix)가 최근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주도 하에 새로운 투자 라운드를 열고 5천만 달러(한화 약 591억 원) 규모 투자유치 소식을 밝혔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디지털 분야 투자그룹 캣차(Catcha), 종합금융사이자 미디어·스포츠 전문 자문사 EMC, 글로벌 미디어그룹 허스트(Hearst), 유럽 위성방송사 스카이(Sky)가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여기에 국내 방송사 JTBC도 투자사이자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플릭스는 캣차 그룹과 EMC 주도로 2015년 설립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현재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13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쿠웨이트 등 중동 9개국에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용자 수는 지난 5월 기준 17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1월 발표된 전세계 넷플릭스 이용자 수 1억 3,900만 명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아이플릭스측이 지난해 말 발표한 900만 명보다 6개월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한 값이다.

서비스는 크게 볼 때 넷플릭스와 유사한 것이 사실. 월 구독료만 내면 글로벌 TV 콘텐츠와 영화를 제한없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점,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TV 등을 넘나들며 계정당 많게는 5개까지 기기를 등록, 2대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그밖에 다운로드한 뒤 오프라인에서 재생할 수 있고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한다는 것 역시 겹치는 부분이다.

출처 – 아이플릭스 페이스북 페이지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아이플릭스의 차별성이 돋보이는 지점을 몇 가지 꼽으려 한다. 그 첫 번째는 광고 기반 무료 시청이다. 이는 지난해 4월 ‘아이플릭스 3.0’을 공개하며 제공하기 시작한 서비스. 유료 멤버십이 만료된 회원이나 미결제 회원이라도 콘텐츠 상당수를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유료 멤버십 회원은 무광고 재생, 프리미엄 라이브 스포츠 경기와 해외 공연 영상 제공 혜택이 덧붙을 뿐이다. 더불어 넷플릭스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월 구독료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별로 다르지만 말레이시아를 기준으로 구독료가 월 10링깃(한화 약 2800원)에 불과하기 때문.

이같은 저가 책정은 유료회원 가입 장벽을 낮출 뿐 아니라 저작권 인식과 이용 실태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아이플릭스는 오리지널 드라마 ‘KL 갱스터’가 공개 두 달 만에 해적판으로 유포된 직후 출연진, 스태프와 함께 ‘반-해적판(anti-piracy)’ SNS 캠페인을 열고 무료 회원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기도 했다. “플랫폼을 통해 충분히 많은 좋은 콘텐츠를 무료로 공급하는데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불법다운로드 혹은 미인증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해적판을 이용하고 있다”며 “영화를 비롯한 창작 산업에 얼마나 큰 악영향일지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지적한 것. 그러면서 “해적판과의 싸움을 계속하는 동시에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확보해 이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7년 당시 아시아 지역 서비스 국가. 출처 – 아이플릭스 페이스북 페이지

두번째 차별점은 신흥시장 집중 전략이다. 앞서 언급한 해적판 문제부터 불안정한 인프라, 제한적인 인터넷 환경, 비싼 모바일 데이터 이용료를 비롯한 어려움이 신흥시장에는 존재한다. 그밖에 아이플릭스는 낮은 신용카드 보급과 불편한 온라인 결제 환경을 걸림돌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이 신흥시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 젊은 중산층 인구의 증가, 이들의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수요 확대, 스마트폰 보급과 스펙 상향 평준화가 그 이유다. 이와 관련해 마크 브릿 아이플릭스 공동창업자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가 아이폰을 쓰며 지불능력도 좋은 글로벌 엘리트층을 노린다면 우리는 인터넷 접근성이 낮고 저렴한 디바이스를 쓰는 이들을 노린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 역시 같은 흐름이다. 당시 확보한 자금으로 아시아 신흥국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 지분을 매각하기 한달 전 발표한 아시아 유망 제작사 지원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만하다. 500만 달러(약 59억 원) 규모로 기획된 해당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내 독립제작사 30곳에 투자뿐 아니라 멘토링과 장비를 지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점하고 이를 세계 시장에 독점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리지널 드라마 ‘KL 갱스터’ 포스터. 출처 – 아이플릭스 홈페이지

마지막 세번째는 현지화다. 이는 현지 수요에 맞춘 발빠른 해외 콘텐츠 확보와 지역 콘텐츠 확보 모두를 의미한다. 지난 4월 아이플릭스는 JTBC, 일본 요시모토 코교 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국내와 일본 드라마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한편 스폰서 형식으로 무료 회원에게도 이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싱가포르의 미디어코퍼레이션, 말레이시아의 미디어프리마, 인도네시아 MNC 역시 현지 수요가 높은 자사 콘텐츠를 스폰서 광고를 통해 무료 회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역 콘텐츠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는 앞서 소개한 제작사 지원 프로그램처럼 현지 프로덕션과의 협력을 거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거나 현지 배급사를 통해 극장에서 한번 상영되고 수명을 다하기 마련이었던 영화, 지역에서만 상영됐거나 아예 빛을 보지 못한 것까지 모두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이에 대해 아이플릭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흥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기존 서구권 기업과 플랫폼이 사소하게 대했던 현지 문화와 뉘앙스를 두루 포섭해야 한다”며 “기술적, 사업적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신흥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각 시장과 지역에서 배운 해법들을 새로운 곳에 적용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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