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리는 건 버려질 뻔한 농산물 아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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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화장품처럼 보이는 이 튜브형 제품의 정체가 뭘까. 누군가의 파우치 안에서 발견했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듯한 이것은 ‘잼’이다. 심지어 버려질 뻔한 ‘B급’ 농산물로 만든 잼이다. 여수 오디, 함평 단호박, 담양 딸기를 활용해 3가지 맛 튜브형 잼을 선보인 주인공은 바로 황현조 가로주름 대표를 비롯 전남대학교 학생 12명으로 구성된 ‘살아있는 마을의 시작’, 줄여서 ‘살마시’ 팀이다.

“B급 작물이라 해도 대농장에서 생산됐거나 유명한 특산물이면 대기업이 먼저 챙겨간다. 반면 소규모 농가나 특산물이 덜 알려진 소외 지역에서는 이를 팔거나 가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직접 방문과 선구매 방식을 통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들 농가의 수입 향상도 돕고 관계 유지에도 신경을 썼다.” 황현조 가로주름 대표가 말했다.

이같이 B급 작물을 활용해 로컬 제품을 만드는 사업을 황 대표가 구상한 것은 지난해 추석, 광양의 외할머니댁을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그가 본 것은 마을 주민들이 갑자기 밭에서 라벤더를 키우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마을에 있던 폐교는 문화원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곳에서 재배한 라벤더로 비누, 미스트를 만들며 마을 축제를 준비하고 있던 것. “지방 마을은 농사만 짓겠지, 라는 인식이 많지만 사실 다양하고 새로운 도전이 그곳에서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지역 마을들도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이들이 세상으로부터 잊히지 않게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잉여 농작물을 잼으로 가공하는 건 이미 흔히 쓰이는 방법”이라 황 대표는 말한다. 따라서 그가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기존 유리형 잼보다 위생적인 포장 형태인 튜브형 잼을 만든다는 점, 젊은 층을 겨냥한 트렌디한 디자인을 입힌 점이다. 나름의 이유도 있다. 오는 9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으로 튜브형 잼을 정식 출시한 다음 각 지역 게스트하우스에도 이를 공급, 2030세대 고객을 집중 확보할 계획이기 때문. “잼 같이 않은 잼이 애초 기획이다. 요거트에 타서 마시거나 소스처럼 즐기도록 다양하고 재밌는 레시피를 마련해 화장품처럼 갖고 다니면서 가볍게 즐기는 제품으로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마찬가지로 B급 작물로 만든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메뉴는 단호박 타르트와 까눌레, 제철 과일로 만든 마카롱과 스콘. 앞으로도 계속 시즌에 맞춰 제철 과일과 특산물이 들어간 메뉴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신제품도 기획하고 있다. 창업을 처음 결심하게 했던 라벤더 미스트와 비누 같은 향 제품이 그 예다. “어떤 작물을 활용할지는 아직 알아보는 중이다. OEM 공장이 소재한 영천이나 경북 지역 로즈마리를 눈여겨보고 있다.”

물론 제품 라인업을 키우는 것만이 살마시 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B급 작물을 많이 사는 것만으로 농가와 마을이 살아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를 가공한 로컬 제품이 유명해져서 마을에 축제와 랜드마크가 들어서고 좋은 아이디어와 힘을 가진 젊은 인구, 귀농 인구가 많이 유입돼야 한다.” 따라서 황 대표는 “제품 포장에도 국내산이 아닌 특정 마을과 지역 이름을 넣어 마을의 존재감을 살리려 한다. 이어 브랜딩을 통해 마을별로 색이 분명한 축제를 만드는 게 목표”라 전한다.

직접 마련한 마을 선정 기준을 소개하기도 했다. 마을 최고령 인구와 최연소 인구의 나이차가 작을수록 마을이 사라질 위험이 높다고 본다는 것. “이를 기준으로 살핀 결과 우리팀이 소재한 호남 지역에 위기 마을이 많이 나타났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마을이 우리 지역에 밀집했다는 뜻”이라며 “튜브형 잼에 사용한 오디나 단호박의 경우 특산물을 먼저 조사하고 제품을 기획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소외되고 덜 알려진 마을, 도움이 시급한 마을에 우선집중하려 한다”는 것이 황 대표의 구상.

그밖에 대학 창업팀으로 활동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스타트업 대회나 지원 사업에 참여할 때면 학생 신분으로 창업한 것에 대해 대견하게 보는 시선이 있는 한편 마냥 다른 성인 팀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모순에 부딪히곤 한다는 것이 첫번째. 또 대학생 창업 동아리로 시작했다보니 내부적으로는 회사와 동아리의 성격 사이 괴리감을 느낄 때도 많다는 의견이다.

황 대표는 “회사명인 ‘가로주름’은 주름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얼굴을 찡그리면 주름이 세로로 생기지만 웃으면 가로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모나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웃음을 좀 잃은 것 같다”며 그래도 “실제 농산물을 거래하는 농가에 방문하면 대학생들이 열심이라며 주민들이 반가워하시는 데서 힘을 얻는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스타트업 영상 피칭 대회에서 우승, 이를 주최한 ‘피칫’으로부터 블록체인과 빅데이터를 비롯 IT기술을 우리 사업에 응용하는 것에 관한 도움받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는 더 발전된 프로젝트를 기획, 우리 팀과 지방의 많은 마을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꿈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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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진 기자
/ minhj2241@venturesquare.net

도전과 실패에 보다 관용적인 사회를 꿈꿉니다. 지속가능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키워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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