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했던 광고 시청자의 진심, 이제는 볼 수 있다

광고를 본 시청자의 소감을 알아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제품 구매 의향 묻기, 제품 호감도 묻기, 광고 메시지에 대한 반응 묻기 등 시청자에게 물을 만한 여러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모두 광고를 본 이후에 시청자에 직접 물어야 얻을 수 있는 답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가 광고를 본 이후 제품 혹은 브랜드와 관련해 구매 결정을 비롯 어떠한 행동을 했다하더라도 그것이 꼭 광고 덕분이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23일 부산국제광고제서 만난 남재현 룩시드랩스 공동창업자이자 미국 법인 대표는 이에 관해 새로운 대안을 소개했다. 룩시드랩스는 VR 헤드셋 기기(HMD)를 활용해 뇌 활동 정보, 시선 움직임 정보를 수집, AI와 머신러닝 기술로 사용자의 감정을 분석하는 국내 스타트업. 나아가 최근에는 광고 효과 분석 솔루션도 개발에 나서면서 실시간으로 광고 시청자의 감정을 추적하고 이를 마케팅 영역에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남재현 대표는 “소비자 구매결정 프로세스는 흔히 니즈 발생 – 정보 검색 – 후보군 평가 – 구매 결정 – 구매 후 평가 과정으로 정리된다. 여기서 광고의 중요한 역할이자 목표는 후보군에 자사 제품을 포함시키는 것”이라며 “이 후보군에 우리 제품이 들어가려면 이 프로세스에 앞서 평소에도 고객이 자사 제품을 접하고 기억해두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시청자가 광고를 본 뒤 이를 기억하고 실제 마케팅 효과로 이어지기까지 핵심 요소로 남 대표가 언급한 것은 ‘주의’와 ‘감정.’ 

“기억은 크게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뉘는데 단기기억은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저장되고 금방 사라지는 휘발성 정보다. 만약 해마 영역이 활성화되고 특정 단백질이 분출, 뇌세포간 연결과 구조가 변경되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여기서 단기기억이 장기로 전환되려면 어쨌든 고객이 정보를 봐야 하기에 시청자의 주의는 필수다. 한편 감정은 기억된 정보를 다시 떠올릴 때 효과를 발휘한다. “제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는 광고를 시청할 때 느낀 감정도 함께 호출된다. 광고를 통해 긍정적 감정을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영상 시청 트렌드를 보면 알 수 있듯 소비자는 영상을 가능한 짧게 보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광고 영상은 더 짧기를 혹은 아예 보지 않기를 원한다는 것. 이처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줄어드는 상황에서 광고의 어떤 요소가 고객의 주의를 끄는지 확인하려는 수요는 높아지기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룩시드랩스는 VR HMD를 통해 심리스(seamless)하게 데이터를 수집, 시청자가 화면의 어느 영역에 주목했고 언제 가장 집중했는지, 언제 기쁨 혹은 슬픔과 스트레스를 느꼈는지까지 측정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마와 맞닿는 기기 내부 쿠션의 센서가 전두엽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측정하며 카메라로 눈을 얼마나 자주 깜빡이고 움직이는지, 동공은 얼마나 확장하는지를 측정한다. 남재현 대표는 “VR 기기를 통한 감정 분석의 장점은 크게 3가지”라며 센싱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점, 매 시청 순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점, 다른 매체보다 훨씬 몰입감이 높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바로 마케터에게 전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는 정제를 거쳐 룩시드랩스 자체개발 분석 모델을 활용해 시청자의 주의력, 선호도 점수를 5점 척도로 매기는 데 쓰인다. 남 대표는 “더욱 부각해도 될 만큼 점수가 높은 지점, 개선과 수정이 필요할 만큼 점수가 낮은 지점을 분석해준다”며 “아직 매출 성과 사례를 명확히 제시할 수는 없지만 테스트 결과 클라이언트가 의도한 하이라이트 영역이 예상보다 호응이 높지 않아 우리가 수정을 제안했고 클라이언트측이 청각적인 효과를 더했던 것이 좋은 활용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남 대표는 “이러한 솔루션은 광고뿐 아니라 제품 디자인, 리테일 매장, UX/UI 평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며“기존 서베이, 인터뷰는 물론 뉴로마케팅이 가졌던 단점을 보완, 효과적 마케팅 전략 수립을 돕는 솔루션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미국 CES에서 베스트 오브 이노베이션에 선정되기도 했다”며 “얼마 전부터는 글로벌 파트너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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