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재생에 머리 맞댔지만.. 혁신은 ‘다자요’

2019년 7월, 국내 스타트업 다자요가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다자요는 오랜 기간 방치돼 있는 빈집을 10년 간 무상임대 해 리모델링을 거쳐 숙박과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리모델링 비용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했다. 다자요 모델은 농어촌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색을 살린 숙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집 소유자와 이용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무분별한 개발 대신 지역 내 빈집을 재생한다는 점에서 도시 재생 모델로도 주목받았다. 다자요 모델은 정부부처의 혁신성장 모델로도 수차례 언급됐다.

다자요의 발목을 잡은 건 농어촌정비법이었다. 현행 농어촌정비법 농어촌민박사업 조항에 따르면 농어촌민박사업은 농어촌 지역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증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숙박, 취사시설을 운영해야 한다. 현행법상 다자요 사업모델은 거주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다자요 사업 모델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면서 남성준 대표는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빈집재생관광숙박 활성화에 관한 입법토론회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와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마련한 토론회는 빈집 재생 관광숙박 모델이 신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요건과 향후 입법 과제를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에는 남성준 다자요 대표, 고태호 제주연구원 지역균형발전지원센터장, 허성욱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기획관, 박명순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관, 김신재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산업과장,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 오일환 한국농어촌민박협회 사무총장이 참가했다.

◇거주 요건 지켜야만 농어촌 지킬 수 있다?=남 대표는 “농어촌 민박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자요 모델은 20~30년이 넘은 단독주택을 재생해 운영한 후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모델이다. 방치된 빈집을 수리해 자산가치를 높이고 운영방법 전수를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이 돌아오게 만든다. 숙박업이 아닌 관리업이자 모객 플랫폼인 셈이다. 방점은 소멸해가는 도시를 ‘재생’하는데 찍혀있다. 지역을 살린다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지역 파괴와 관광지에 대형 관광단지가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지역민 소외를 막자는 취지다. 남 대표가 “대규모 리조트와 ‘함께’ 대항하고자 말한 이유다.

“기존 법 질서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다 보니 딱 들어맞는 법이 없었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 국내법상 다자요 사업모델을 규율하는 법령은 사실상 없다. 관광, 숙박, 빈집에 대한 법령은 관광진흥법과 공중위생관리법, 농어촌정비법,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산재해있을 뿐이다. 기존 틀 안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살펴본 건 그나마 사업 모델이 유사한 농어촌정비법이었다. 다자요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현행 농어촌민박법이 규정한 거주’ 요건을 ‘소유’로 수정하는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한 상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입장은 완강하다. 다자요 사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거주 요건을 소유로 완화하는 건 현재법 규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농어촌정비법이 정한 농어촌민박사업은 숙박이 아닌 농어촌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다. 거주 제한 민박 모델이 귀촌 인구 유입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농촌을 찾은 관광객은 농업 체험을 통해 거주민과 교류하고 지역 정서를 공유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김신재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거주지 안에 숙박을 허용한 것 자체가 엄청난 규제 완화”라며 “해당 법규는 농어촌 커뮤니티 공동체 발전을 위해 마련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관리인만 두고 운영하는 민박은 100% 무인텔 된다” 김 과장은 현행법을 준수하면서도 사업이 가능하다고 봤다. 임대차 계약을 통해 거주자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하라는 것. 그게 아니면 별채를 활용하라는 의견이다. 주인이 거주하는 집이 꺼리는 관광객을 위한 조치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드러냈다. 거주 요건을 완화할 경우 관리 감독 의무가 약화돼 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안전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농어촌 민박사업자 자체가 다 죽게 돼 있다”며 “경제활성화 좋으나 기본적으로는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행법 목적은 달성되고 있을까. 박명순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 정책관은 “거주자가 있어야 100% 안전한 건 아니”라며 “안전한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고 위험성과 안전 지수를 ‘거주’로 측정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자요의 경우 일산화탄소감지기, 가스감지기, 화재경보기, CCTV, 보안장비를 구비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 농어촌 소득 증대 목적 요건 또한 마찬가지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현행법이 농민 가외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면 플랫폼 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농가가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법에 끼워맞추기보단 새롭게 정의, 신민박법으로 돌파한 일본=빈집으로 인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은 빈집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일본 빈집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6%. 빈집이 증가하면서 지역 경제가 쇠퇴하고 지역 내 매력 감소와 커뮤니티 붕괴로 이어졌다. 지역 내 유입 감소로 이어지면서 빈집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빈집을 활용해 관광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다듬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은 빈집 등 대책의 추진에 관한 특별 조치법과 농산어촌 여가법, 민박 신법을 통해 빈집을 활용한 다양한 유입 정책을 만들었다.

이 중 2016년 마련된 신민박법은 빈집 재생 모델을 현실화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위탁업자에게 관리를 맡기는 대신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집도 민박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면서다. 일본 정부는 기존 료칸법을 개정하는 대신 신민박법이라는 산업 분류를 새로 만들었다. 새로운 법은 되레 규제를 강화했다. 공유 민박 업체가 기존 숙박 업체와 같은 소방, 소음, 위생 기준을 지키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간 형평성을 맞추고 새로운 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주택숙박관리업자 고용 의무화 조항도 신설했다.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빌릴 때 민박객 요청에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다. 신민박법 협의를 위해 이해당사자와 정부가 검토회의를 13차례 거쳤다.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이 공존할 때 일어나는 형평성 문제와 주민 불편을 해결하는데 대화와 협의를 이어나갔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던 국내 스타트업 H2O 호스피탈리티는 신민박법 제정 이후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H2O 호스피탈리티는 다자요와 마찬가지로 빈집 관리 운영권을 소유주에게 위탁받고 리모델링을 거쳐 여행객에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H2O 호스피탈리티는 2018년 3사분기 매출은 2.5억 원 대비 올해 2사분기 매출은25억 원을 기록하며 1000% 성장률을 달성했다. 올해 전체 매출은 13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자요와 같은 시기 사업을 시작한 이래 거둔 성과다.

◇빈집 재생 취지는 동의, 해결방법은 제각각.. =토론회에 모인 관계자는 빈집 재생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했다. 다만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노희섭 ,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빈집에 대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개월 이상 비어있는 집을 빈집으로 본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제주도에는 빈집 2만 7천호가 있다. 최소 8개월 이상 전기 가스 수도 이용한 데이터 이력이 없을 때 빈집으로 간주한다고 하면, 제주도 빈집은 3천호다. 노 국장은 “부처와 지자체 별 기준은 다르지만 대규모 숙박업소가 들어오는 걸 걱정하는 것 같다”며 “타겟팅할 수 있는 빈집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자요 모델 자체가 재생, 숙박, OTA, 문화 마케팅이 융합된 모델인만큼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허성욱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기획관은 “빈집을 활용한 관광숙박 활성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거주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외부 자본 유입으로 농어촌에 일어나게 될 변화와 기존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 기획관은 “다자요는 주민과 지자체가 협업할 수 있는 사례를 발굴하고 안전 요건을 갖출 것”을 권했다. 정부는 안전 위험을 일반화하기보다 가급적 허용 범위를 넓혀주길 제언했다. 이후 발생할 문제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를 논의하자는 의견이다.

오일환 한국 농어촌 민박협회 사무총장 또한 다자요의 빈집 재생 프로젝트에 공감했다. 다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사무총장은 “현재 농업과 민박을 병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도시의 자금이 어떻게 흘러들어왔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사무총장은 “최대 건설 면적을 준수하되 같은 건물을 여러 동 지어 대형 타운을 형성한다. 여기에 주민 등록만 해놓고 거주는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형 타운으로 관광객은 몰리고 그로 인한 수익은 농민 수익과 상관없이 다른 도시로 흘러간다는 설명이다. 오 사무총장은 “농어촌정비법은 농어촌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법”이라며 “이를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요청한 개정안이 통과하면 거주 완화 요건과 완전히 상충하게 될 것”이고 덧붙였다.

◇다자요 같은 혁신 모델은 또 나온다.. 규제 개혁 기조 바로 세워야..=다자요는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요청했다. 임시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도 신청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한 셈이다. 이제 기다리는 방법만 남았다. 기다림 속에 촌각을 다투는 스타트업은 생사가 결정나기도 한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정책팀장은 “법이 천천히 바뀔 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부작용은 더 커질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아울러 규제 개혁 기조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일 토론회만 해도 현재 규정에 없는 다자요 모델을 제도화하는 문제보다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이나 악용 사례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 팀장은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예정이지만 2년 뒤 농림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으면 이 사업은 또 망할 것”이라며 “다자요 모델이 일반화 될 경우 발생할 문제가 우려된다면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규제를 강화하거나 지역과 협의해 시험해볼 수 있도록 해달라. 정부의 열린 마음, 책임 있는 주무부처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혁신성장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혁신성장 성과를 사회 전체와 나누는 건 스타트업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국회와 정부가 정책적으로 성장 성과를 나누고 스타트업 관계자가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다자요 사례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다자요 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며 “향후 혁신적인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그 때 또 법령에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필요한 부분만 규제하는 방식으로 입법적 보완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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