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아이가 잠든 시간, 15년.. 게임 탄생기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2033년 서울, 지금부터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원인 모를 핵폭발이 일어난 지 18년, 생존자는 100명 남짓이다. 도봉산 생존자 공동체에서 자라난 주인공은 가족을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선다. 반지하게임즈가 선보인 서울2033:후원자 모바일 게임 속 세계관이다. 서울2033:후원자는 텍스트와 삽화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스크린리더와 보이스오버를 적용해 시각장애인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구현했다.

독특한 이야기 구조, 흡사 책을 읽는 듯한 UI, 보드게임과 텍스트워드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서울2033: 후원자는 현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 이유원 대표와 고등학교 친구 세 명이 함께 만든 게임이다. 현재 이 대표는 로스쿨 학업과 게임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뿐 아니라 기획, 개발, 디자인을 맡은 친구들도 조용한 투잡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언어를 매개체로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어 게임을 개발하게 됐다”며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날로 망하자’를 모토로 반지하 게임즈만의 게임 철학과 감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19일 열린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에는 올해 열린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발 TOP3 개발사가 참여했다. 학생이자 인디 게임 개발사로 투잡 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를 비롯해 육아와 게임 개발을 병행하는 박성필 스튜디오 냅 대표, 15년 동안 룸즈 시리즈를 개발한 김종화 핸드메이드 게임 대표다. 학교에서, 아이와 함께, 15년 동안.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게임 개발기를 소개한다.

박성필 스튜디오 냅 대표는 2012년부터 아내와 게임을 개발했다. 대리의 전설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내놨다. 아이가 생기면서는 육아와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스튜디오 이름인 ‘냅’도 아이가 낮잠잘 때 게임을 개발한다는 뜻이다. 아이가 잠이 드는 시간 박 대표는 게임을 하고 아내는 디자인을 맡았다. 이번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3에 이름을 올린 카툰크래프트는 부부가 학창시절에 즐겨했던 워크래프트2를 토대로 개발했다. PC에서 볼 수 있을법한 분주한 콘트롤 방식을 모바일로 옮겨왔다.

“끊어질듯 안끊어질 듯 이어오면서 지금껏 일했다” 핸드메이드 게임이 선보인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은 15년 전, 김종화 핸드메이드 대표 대학시절 탄생한 게임이다. 이후 병역, 유학, 회사 생활 동안 끊임없이 갈고 닦아 현재의 룸즈 2로 재탄생했다. 그 때의 룸즈와 현재의 룸즈는 같지만 다르다. 그림 퍼즐 조각처럼 움직이는 방을 움직이며 탈출하는 구조는 같다. 15년 세월을 거듭하는 동안 그린퍼즐에서 착안한 독특한 퍼즐과 동화풍 이야기는 깊고 풍성해졌다. 김 대표는 “퍼즐만 푸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존재 이유와 세계관,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몰입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게임 출시 15년이 흐른만큼 룸즈와 함께 세월을 보낸 이용자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김 대표는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전시에 참가했을 당시 게임을 할 땐 중학생이었는데 이제는 대학생이 된 이용자부터 예전 게임 추억을 되새기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룸즈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고 전했다. 15살 룸즈는 국내뿐 아니라 8개 국가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전체 매출 중 60%는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세 게임사는 인디게임 개발사이자 가장 힘들다는 유료 게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순탄치만은 않은 여건이지만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는 “(누군가 그들과 같은 길을 밟는다면)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거라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권했다. 이 대표는 “돈을 못벌더라도 재밌게 만들 자신이 있어서 투잡에 뛰어들었다”며 “게임을 하다가 공부가 생각나도, 공부를 하다 게임이 생각나 힘들더라도 내 일이라고 생각해서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성필 스튜디오 냅 대표는 “이걸 꼭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며 “노동 대가만큼 수익을 얻는 구조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인디게임 개발을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차세대 주역이 될 인디 게임 개발사를 발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2016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 뒤 미국, 브라질, 영국, 일본 등으로 프로그램이 확산됐다. 올해 4회를 맞은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은 인디 게임 개발사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개발사와 사용자가 직접 만나 교류하는 소통의 장으로 마련됐다.

구글플레이는 인디 게임 개발사가 체계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마케팅팀, 개발자 지원팀, 광고팀 등 다양한 구글 사업부서와 협력해 게임 프로모션, 멘토링, 컨설팅, 마케팅 캠페인,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게임 소개 영상 제작, 게임 다국어 번역 지원 등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형원 구글플레이 사업개발팀 수석부장은 “국내 게임 산업의 허리인 게임 개발사 성장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과 고민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디게임 페스티벌 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진행하는 창구프로그램,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구글 모바일 비즈니스 아키데미 등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이 수석부장은 “구글플레이가 인디게임 개발사에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내 게임 개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디게임 개발사에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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