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대기업 임원들이 엔슬파트너스를 찾는 이유

“퇴직 후 산을 오른다는 전 대기업 임원이 많다고 합니다. 등산으로 여유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창업 생태계에 조인하면  그보다 더 유의미한 일을 할 수 있죠.” 엔슬파트너스 정진동 이사는 “시간과 여유 자금이 넉넉한 퇴직 대기업 임원들이 창업 생태계에 참여해 경험을 공유하고 투자 활성화 등에 기여한다면 훨씬 더 풍부한 창업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동 이사는 삼성전자에서 28년, 삼성엔지니어링에서 4년 등 총 31년을 근무하고 10년 이상 임원직에 있다 퇴직한 후 엔슬파트너스에 조인, 인생 후반부를 시작했다. 정 이사는 “퇴직 후 어떤 일을 하고 살면 좋을지 고민하다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엔슬파트너스의 설립 취지에 공감해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며 “앞으로 스타트업에게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 성장에 힘을 보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 현직 기업 임원이 투자 LP로 참여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 엔슬파트너스는 2014년 작은 협동조합으로 시작됐다. 젊은층과 중장년층을 위한 일을 하자고 모인 조합이었다. 임수택 엔슬파트너스 투자 부분 대표와 안창주 엔슬파트너스 이사가 같은 뜻을 가진 전,현직 임원을 모아 창업 생태계 활성을 위한 멘토링부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임 대표는 “창업 기업 멘토링을 하다보니 창업자가 원하는 것은 자본과 네트워크 두 가지란 사실을 알게됐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영리 회사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 2016년부터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엔슬파트너스는 공식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한 후 개인투자조합 1,2호를 구성해 3년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 조합에 참여한 인원의 대부분의 전, 현직 대기업 임원 출신이다. 지난해에는 엔젤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선정되면서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유망 스타트업에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사실 개인 투자자가 검증도 되지 않은 무엇인가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사실상 미래 수익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 이익만을 보고 뛰어들기도 어렵다. 엔슬파트너스는 펀드 조성 금액이 커지면서 개인 LP가 감당해야할 금액도 억 단위로 늘어난 상황.

정 이사는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스타트업 투자의 이유를 보람에서 찾았다. 그는 “수익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소위 사회 시니어로서 주니어에게 자원 봉사를 한다는 개념이 더 크다”며 “말로만 하면 한계가 있으니 투자까지 연계해서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비교적 큰 금액을 투자해야 했지만 지난 1년 투자를 되돌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이 데스벨리를 지날 때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나아가 투자한 기업이 유니콘이 된다면 누가 알아주든 말든 기쁠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대기업 전, 현직 임원이 초기 스타트업에게 전해줄 수 있는 노하우는 무엇이 있을까. 정 이사는 “스타트업은 작은 대기업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에서의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그보다는 스타트업이 간과할 수 있는 경영의 기본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면 경영의 원리 원칙,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기업의 기본을 단단히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지식들이다. 또 창업기업을 만나면서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게 그의 의견.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바운더리 내에서 전문성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특정 전문 영역 외에는 자기를 개발할 기회가 없지만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다양한 영역을 배울 수 있어 지식이 확장된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스타트업의 고충을 잘 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단순히 투자사와 스타트업의 관계 이상으로 그들의 어려움을 잘 경청하고 기업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지를 고민할 것”이고 전했다. 엔슬파트너스가 함께 하고 싶은 기업은 고객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3년 미만의 기업. 기술 기반의 기업은 물론 콘텐츠나 소재쪽 분야 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임 대표는 “사용자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가진 기업이라면 누구나 엔슬파트너스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기업, 공기업, 정부 등에서 전문 분야로 충분히 성공하신분들은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엔슬파트너스에 와서 창업 기업에게 경험을 전하고 투자도 진행하며 인생의 후반을 새롭게 시작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엔슬파트너스는 10일 파티오나인에서 엔슬파트너스 데모데이를 개최한다. 엔슬파트너스 투자 포트폴리오사 피칭은 물론 엔슬파트너스의 전문가 현장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밋업도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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