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 대신 세상이 게임 무대 ‘플레이더월드’

홍대 경의선 책거리 입구에 서면 지금이라도 당장 방탈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야외 방탈출게임이란 표현이 모순적일지 몰라도 주어지는 문제를 풀고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해선 실내 모형 대신 현실 요소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따라가야 하기에 기존 방탈출 게임보다 훨씬 몰입감이 높다. 게다가 무료다.

“방탈출을 자주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여러 곳을 가다보니 10분 안에 탈출할 수 있거나 스토리 구성이 짧고 허술해 2만 원을 내고 즐기기엔 비싸단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전민호 플레이더월드 대표가 말했다. “공간도 좁아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눈에 바로바로 들어오는 점이 흥미를 떨어뜨렸다. 제한 없이 밖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길게 몰입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이에 전민호 대표는 야외서 즐기는 방탈출 게임을 구상, 서울역과 광화문을 비롯한 서울 주요 명소에서 실제 장소와 간판, 지물을 활용해 스토리를 만들어 현실감과 몰입감을 모두 높인 게임을 무료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앞서 설명한 게임 역시 지금도 경의선 책거리에 가면 언제든 별도 비용이나 신청없이 즐길 수 있단 소개다.

“몰입감의 기본은 스토리다. 실제 장소에 잘 녹아들되 장소적 특성은 살리는 스토리로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야기는 내부에서 직접 처음부터 기획하거나 책이나 웹툰 같은 원작을 각색한다. 기업, 지자체와 협업할 때는 특정한 상황을 제안받기도 한다”고 전 대표는 말한다. 또 “이용자는 원작 속 인물이 되거나 각색을 통해 창조된 제3의 인물의 역할을 맡게 된다”며 기존 방탈출 게임과의 차별점으로 다양한 감각 만족을 꼽기도 했다. 주인공이 전화나 문자를 주고 받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땐 이용자 역시 같은 행동과 경험을 하도록 디테일에 신경썼다는 것. 

지난해에는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가 진행하는 정동 역사재생활성화지역 사업에 선정, ‘못다 이룬 꿈’이란 테마 아래 게임형 관광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관광객이 스토리를 따라 문제를 풀며 자연스럽게 덕수궁을 비롯한 정동 일대를 구석구석 산책하며 쉽고 재밌게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초반에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중간에 포기하는 이들이 생기기도 했다. 이후부터는 테마를 만들 때 쉬운 버전과 어려운 버전을 함께 개발하거나 쉬운 버전만 개발하고 있다”고 전 대표는 전했다.

더불어 포맷은 그대로 둔 채 사진이나 텍스트만 바꾼다든지 특정한 형식을 고수하는 일부 제작사와 달리 플레이더월드는 다양한 포맷의 게임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것 역시 전민호 대표가 꼽은 차별점이다. “야외서 즐기는 콘텐츠만을 운영하다보니 발견한 한계가 몇가지 있었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과 이용자가 쉽게 지치는 점, 또 간판 전화번호 같은 현실 요소가 바뀔 때는 바로 반영해줘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는 앱 설치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실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웹 버전 테마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플레이더월드 모바일 웹 캡처 화면

또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것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전 대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직업 체험 게임을 만든다든지 신입사원 교육용 게임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미 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가상 업무 게임을 기획, 신입 사원이 게임 스토리를 따라 업무를 간접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며 “홍보, 관광, 교육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수익 창구가 제작비로 한정됐기 때문에 이를 통한 수익 모델 고도화 역시 기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게이미피케이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물론 이어가야 한단 생각이다. “아직 게임과 게이미피케이션을 혼동하는 이들이 많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자연스러운 몰입과 흥미를 유도, 콘텐츠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체득하도록 돕는 것이다. 다양한 영역에 어색함 없이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플레이 경험을 연구해야 한다”며 관련 책이나 행사, 해외 사례, 해당 분야 교수 자문을 참고하고 있단 설명이다.

끝으로 전 대표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자서전이든 블로그든 기록하고 표현하고 싶어한다”며 향후 “스토리 공모전도 마련, 플레이더월드는 이들 상상 속 모든 이야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콘텐츠 양식이자 창구가 되고 싶다”는 바램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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