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던지고 칠하고” 제주 애월에 펼쳐진 피지털 아트

“어둠에 잠긴 원더랜드에 빛을 비추세요. 쿠키를 먹고 몸이 작아지면 이상한 나라로 향하는 작은 열쇠구멍이 나타날 거예요. 그 문을 지나 모험을 떠나보세요!”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전 ‘알리사, 리턴 투 원더랜드(이하 알리사)’가 앞으로 1년간 제주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알리사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주인공 앨리스의 러시아식 발음. 러시아 인터렉션 디자인 스튜디오 ‘헬로컴퓨터’는 원작을 각색, 4200만 화소 컬러프로젝션과 대화형 대형 스크린을 이용해 체험형 콘텐츠와 기술을 각색한 스토리에 녹여내 앞서 러시아와 중국 현지에서 전시관을 운영했다.

이번 국내 전시는 빌라드애월호텔 전시관 SM 디지털아트뮤지엄에 500평 규모 공간으로 조성, 12개 섹션에 걸쳐 서로 다른 피지털 아트 체험 콘텐츠를 선보인다. 실내 전시 공간에 들어서서 처음 만나는 인트로 화면은 하트여왕이 알리사를 납치, 관객에 구출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이를 지나면 원더랜드로 들어가는 작은 열쇠구멍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마법의 쿠키를 찾는 미션이 주어진다. 공간의 한쪽 벽을 구석구석 조명으로 비추며 어둠 속에 가려진 쿠키를 찾아야 한다.

곳곳에 조명을 비추면 그 부위만 밝혀지며 숨어있던 쿠키를 찾을 수 있다.
쿠키를 먹고 몸이 작아져 원더랜드로 향하는 열쇠구멍을 지날 수 있다.

이어서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위험에 빠진 알리사가 눈물을 흘리고 주변 동물이 물에 잠길까 두려워 숨어드는 장면이다. 이제 관객은 팔을 펼치고 비를 막아 동물 친구를 구해야 한다. 팔을 펼친 채 움직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모션 캡처를 통해 프로젝션 맵핑된 벽면에 비춰진다. 이처럼 관객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화면에 비추고 스토리에 기반한 미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공간임에도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는단 설명이다.

고슴도치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며 비를 가려줘야 한다.

하트여왕이 꽃에 페인트칠을 하는 장면은 원작에서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 이번 전시에서도 하트여왕은 꽃밭의 색을 모두 뺏어버렸다. 현장에 배치된 거대 색연필을 손을 뻗어 화면에 색칠하듯 문질러야 꽃이 색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면 이 역시 센서가 색연필 끝부분 움직임을 감지, 이를 따라 꽃에 색을 덧입힌다. 바로 옆에서 하트여왕의 만행은 이어진다. 분홍 연못에서 플라밍고를 쫓아내버린 것. 플라밍고를 되찾으려면 관객은 트램플린에서 열심히 제자리 뛰기를 해야 한다.

아이 키만큼 긴 색연필을 이리저리 칠하듯 문지르니 꽃의 색이 돌아왔다.
트램플린 위에서 폴짝거리면 그 앞에 서있던 플라밍고가 커진다.

시각뿐 아니라 직접 손으로 화면을 만지며 촉각도 만족시킬 수 있다. 손바닥으로 벽을 열심히 쓰다듬어 하트여왕의 드래곤 ‘재버워크’를 간지럽혀야 하기 때문.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방문 당일에는 일반 벽면과 동일한 재질이었지만 드래곤을 간지럽힌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벽면 재질도 바꿀 계획이다. 비슷한 섹션이 하나 더 있다. 하트여왕과 카드병정을 물리칠 고슴도치 10마리가 유리병에 갇혀있는데 이들을 꺼내주려면 손바닥으로 직접 병을 두들겨야 한다.

간지러움을 타고 있는 재버워크. 열심히 간지럽힐수록 빨리 항복한다.
유리병을 두드렸더니 고슴도치가 튕겨나왔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섹션도 하나 더 있다. 알리사가 갇힌 낡은 음악상자다. 상자 안에 배치된 알록달록한 버튼을 발로 밟으면 각 버튼마다 걸음에 맞춰 음악 소리를 들려준다. 바로 앞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서는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는 알리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아까 전 열심히 벽을 두드려 구해준 고슴도치가 보답을 해줄 차례. 공간 곳곳에는 손바닥만한 크기 고슴도치 인형 수십마리가 흩어져 있다. 주위를 가득 메운 항아리와 카드병정을 향해 인형을 던지면 타격 위치가 감지, 그 자리에 놓인 항아리와 카드병정이 깨진다. 이야기를 따라 미션을 해결하다보니 하트여왕과 카드병정을 물리치고 앨리스를 구하는 결말에 이렀다.

원더랜드를 벗어나기 전, 지금까지 만난 캐릭터들을 색칠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다. 색칠 놀이로 그치지 않고 각자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A4 종이에 인쇄된 테두리를 따라 색칠한 다음 이를 스캔하면 즉석에서 캐릭터가 화면에 얹어지면서 살아움직이기 시작한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은 고슴도치 인형. 이를 던지면 앞서와 같이 즉각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

종이에 색칠한 다음 스캔하면 테두리를 따라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 캐릭터에 생명력을 준다.

이제 원더랜드를 떠날 시간이다. 앞선 섹션과 마찬가지로 프로젝션 맵핑된 벽면을 보고 화면 속 요소들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손을 뻗다 보면 원더랜드로 들어가기 위해 작아졌던 몸이 다시 커진다는 설정이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면 이번 전시를 위해 구성한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판매와 운영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운영 관계자에 따르면 모자나 에코백, 머그컵 같은 상품을 이 공간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 기획과 운영을 맡은 시타델코프 김영진 대표는 “기존 인터랙티브 아트는 소통 자체에 의의를 두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는 행동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피지털아트는 보다 직관성과 몰입력 높은 체험을 제공한다. 직접 화면 속 요소를 만지거나 두들기고 함께 뛰면서 다양한 행동을 유도한다. 덕분에 초현실적인 세계에 둘러싸여 있더라도 몰입감을 잃지 않고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기술을 활용했는지가 핵심은 아니다. 원작을 체험형 콘텐츠로 각색, 관객이 이야기에 내포된 의미를 체감하도록 다양한 기술을 잘 녹여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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