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싯은 끝이 아니다” 두번째 여정 나선 대표 3인

“왜 다시 창업을 했느냐는 질문은 오히려 내게 어색하다. 밥 먹고 물 마시듯 당연하게 창업을 했다. 아직 젊었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아직 좋은 스타트업이 뭔지, 좋은 경영자는 누군지 답을 찾지 못했다. 좀 더 경험을 쌓고 도전에 부딪히며 데이터 쌓고 학습해 두 물음에 답할 나만의 함수를 찾고 싶었다.”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열린 2019 테크 밋츠 스타트업(Tech Meets Startup). 네이버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오전 트랙별 세션을 통해 B2B, 피벗, 투자유치를 주제로 기술 스타트업 이야기를 전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연쇄기술창업가 3인을 모아 연쇄창업 경험에 관한 발표를 청했다. 첫번째 연사로 무대에 오른 엄수원 아드리엘 대표는 두차례 창업을 하며 발견한 좋은 경영자, 좋은 창업을 위한 공식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엄 대표가 세운 공식에서 첫째 변수는 시장이다. “첫 회사 솔리드웨어를 운영할 때는 장기적인 필요나 시장이 가진 문제보다 내 기술로 당장 뭘 할 수 있나, 어떤 솔루션을 줄 수 있나에 몰두했다. 금융사 대상 B2B 솔루션이었기에 소수 고객사 수요에 집중해야 했던 특성도 한몫 했다”며 그러나 “아드리엘은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위한 서비스인 만큼 시장이 가진 문제점과 수요에 주목하고자 한다”는 것. “좋은 시장은 스타트업으로부터 상품을 끌어낸다는 말이 있다”며 엄 대표는 “시장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팀도 성공할 수 없다. 우리 회사가 갑자기 사라지면 얼마나 많은 고객이 슬퍼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남은 두 가지 변수는 기업 문화와 지치지 않는 자세다. 엄 대표는 기업 문화에 대해 “첫 창업에서는 장기적 문화보다 단기적 성과를 강조했다면 지금은 ‘성장, 그 이상의 성장’을 브랜드 스토리로 내걸었다. 개인별 성장에 대한 욕구, 커리어골에 맞는 가이드를 회사에서 미션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장 중요하고 큰 복지는 합리적인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 과정을 CEO가 보여주는 것이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대신 큰 미션과 기업 방향성을 먼저 보여주면 팀원도 자율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며 역량을 높일 수 있다.”

지치지 않는 자세에 있어서는 순간을 즐기는 여유와 자부심을 강조했다. “순간순간을 즐기고 크든 작든 마일스톤을 달성하면 스스로 축하한다. 앞만 보기보다 순간을 즐기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건 한 사람으로서 지치지 않는 동력이다.” 이 세 가지 변수가 모여 산출하는 y값은 성공이 아닌 성장이다. 엄수원 대표는 “스타트업은 곧 성장이다. 성공만 바라보며 달리는 대신 성장을 추구하는 CEO가 되겠다. 오늘도 내일도 성공했다고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연쇄창업을 결심한 배경을 전하며 강연을 이어받았다. 첫 회사 모바일게임 데이터분석 솔루션 개발사 ‘파이브락스’는 2014년 미국 모바일 광고 수익화 플랫폼 ‘탭조이’에 인수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어 2017년 올거나이즈를 설립, AI와 자연어 인식 기술을 활용한 기업용 지식 관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파이브락스 인수 당시는 스타트업이란 거센 파도를 벗어나 안락한 해변에 앉아있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며 이 대표는 “IT업계에서는 이미 두 가지 큰 파도가 지나갔다. 첫째는 웹, 둘째는 모바일이다. 그리고 모든 걸 집어삼킬 만큼 거대한 AI라는 파도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첫째, 둘째 파도가 왔을 땐 주니어가 아니었음에도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다. 마침내 또다른 거대 파도를 마주했는데 작은 파도에서 만족하기엔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올거나이즈를 창업한 뒤로 가장 만족스러울 때는 고객의 문제를 정확히 해결할 때다. “똑같이 힘들게 일해도 고객이 필요성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글로벌한 기업조차 우리 서비스를 보고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냈냐고 감탄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이 대표는 “특허, 학위, 논문이 아무리 많은 기업이라도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내놓는다면 꽝이라고 생각한다. 인류 삶에 어떤 의미를 남기느냐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마지막 연사는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 그는 스스로 8년 연속 적자에서 7년 연속 흑자를 만든 창업가라 소개하며 첫 창업한 리튬이온전지 개발사가 당초 계획했던 라이센싱 사업에서 어느새 양산으로 손을 뻗었고 결국 적자를 찍었던 경험을 전했다. “아이템을 차갑고 냉정하게 매순간 점검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자기 꿈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해서 양산성까지 갖출 수 있다고 과장하는 건 교만이었다”며 “우리 모두 한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있다. 그러나 사업은 종합경기다. 기술, 경험, 자본의 한계를 인정하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변혁을 해야 한단걸 깨달았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이어 마련된 패널 토론에서는 청중과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첫 회사 엑싯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창수 대표는 “미국 진출이 간절했다. 기술기반 B2B사는 결국 큰 시장으로 가야 하는데 미국은 인맥도 적고 거리도 멀어 믿고 함께 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고민하던 차에 인수 제안이 들어왔고 프로세스를 공부할 겸 논의를 이어가다 엑싯하게 됐다. 이 회사와 함께라면 인수를 통해서라도 제대로 진출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엄수원 대표는 “솔리드웨어는 아직 창업 7개월차였고 투자 받은 것도 없었다. 다만 혼자서 키우기보다 더 큰 곳과 함께 한다면 더 많은 밸류를 창출할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답했다. 엑싯 직후 스스로 했던 다짐도 전했다. “막상 통장에 찍힌 큰 액수를 보니 ‘현타’가 왔다. 이 숫자를 보자고 그동안 그 고생을 했나, 더 멋있고 세상에 더 좋은 영향을 주는 일 하고 싶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첫 회사 엑싯은 너무 빨르고 쉽게 진행됐다. 이번 회사는 더 많이 고생하고 일하며 더 많은 이들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다른 회사 엑싯을 돕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엄 대표는 말했다.

원천기술 중심 회사인데 투자사 심사역이 사업 이해를 너무 어려워하더라는 질문에는 김영덕 대표가 먼저 답했다. “이는 위험한 사인이다. 심사역조차 이해를 못하면 고객은 더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상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해를 못 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라”며 “동의와 호감은 못 얻더라도 이해는 하도록 논리와 프레젠테이션 적합성을 되짚어보라”고 조언한 것. 엄수원 대표는 “시장에 대한 얘기를 먼저 더 많이 하는 것이 좋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시장에는 현재 어떤 니즈와 문제가 해소돼야하는지를 먼저 내세운 다음 그 해결 도구로서 기술을 얘기하라”며 “그러면 어려운 말이 나중에 나오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줄 것”이라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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