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모델, 임팩트 생태계에서는 첫시도”

“소셜 임팩트를 만드는 기업도 대기업이 될 수 있다. 각자도생하기 어려운 회사들을 묶고 함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뉴블랙은 올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임팩트 만드는 기업집단으로 자리매김할 생각이다. 지주회사 모델을 통해 플레이어가 중심이 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

지난해 언더독스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혁신 창업가 교육에 전념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동시에 임팩트 스타트업 빌더 역할은 고스란히 새로 설립한 모법인 ‘뉴블랙’으로 넘어왔다. 언더독스 창업자기도 한 김정헌 뉴블랙 대표는 “하는 일이 바뀌었다기보다는 하려는 일을 쉽게 하자는 취지였다. 언더독스가 창업자를 매년 1,000~1,500명 키워내 좋은 창업가와 팀을 발굴하면 뉴블랙은 엔젤 투자자에 이들을 연결해주거나 시드 투자를 하고 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뉴블랙은 지난해 로컬 스타트업 3곳에 투자를 집행했다. 언더독스가 SK E&S와 진행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로컬라이즈 군산’을 통해 로컬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자연스레 뉴블랙도 이들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 “투자 규모는 시드단계 수준으로 그리 크진 않다. 대신 투자자 풀링을 비롯해 후속 연계지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김정헌 대표는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로컬 플레이어와 소도시 중심 콘텐츠사가 늘고 있다. 지역간 이동에 대한 장벽도 낮아졌다. 앞으로는 꼭 관광 분야가 아니라도 지역 특색을 살리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로컬이 갖는 가능성을 보고 지속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투자 성과는 아니지만 자회사를 독립 분사시킨 케이스도 2건 있었다. 퇴사지망생을 위한 진로교육 기업 ‘퇴사학교’와 브랜드 마케팅 기업 ‘비에이티’가 그랬다. 이번 분사를 통해 뉴블랙이 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그간 힘을 실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임팩트 스타트업 자회사를 더 만들 계획이다. 특히 공간 기반 사업이나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에 주목하겠다. 이미 공간 사업쪽에서는 노후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1인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저스트리브’가 그룹사로 함께 하고 있다”며 “신촌 일대에 객실 400개를 확보했고 올해 연말까지는 600~700개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세탁, 딜리버리를 비롯해 청년 생활 관련 서비스를 덧붙일 것”이라 설명했다. 언더독스가 채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점도 강조했다. 창업가를 한 해에도 1,500명 가까이 만나는 덕분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누구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고 공간 니즈 파악도 쉽다는 것.

이런 점을 살려 뉴블랙은 임팩트 커뮤니티를 마련해나가는 작업도 시작한다. 김 대표는 “뉴블랙으로서는 올해가 진짜 비즈니스를 하는 해다. 임팩트 스타트업을 세우고 투자하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겠다”며 “오는 11월 서울 안국동에 마련할 언더독스 사옥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건물을 매입해 언더독스 발굴 팀들과 공간을 채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언더독스를 통해서는 글로벌 사업 확대도 앞두고 있다. 중국 본토, 홍콩,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에서 현지어로 혁신 창업가 교육을 제공하고 현지인 코치 교육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영어로는 현지 파트너 기관을 통해 아시아 12개 국가에서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창업교육 시장이 아직 없거나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기 때문에 언더독스가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란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사회적 경제란 개념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기회는 충분하다는 것.

교육생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 것인지 묻자 개방성과 수용성이 있는 이들이라 답했다. “워낙 초기 팀들이다 보니 개인 성향과 비전 말고는 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또 “대다수는 피봇 가능성이 높은 팀들이다. 코칭을 잘 수용하는 팀, 추진력 있게 실행하며 다음 단계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는 팀이 우리 교육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육에 전념하기로 한 만큼 언더독스는 에듀테크에 더 가깝게 진화할 모양이다. 수도권 외 지역이나 해외처럼 물리적, 시간적 거리가 먼 경우 이를 극복하고 교육 내용을 잘 전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라 본다. 올해 안으로 언더독스 교육생 1,500~2000명 데이터베이스를 모아 여러 방안을 고민하겠다. 졸업생 풀을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만큼 창업가 DB 플랫폼에는 해외 창업자도 포함할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임팩트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플레이어가 생태계의 중심이 선다면 창업도 늘고 창업가가 문제해결에 보다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품고 있다. 뉴블랙은 투자자보다는 마찬가지로 회사를 세우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보내는 플레이어에 가깝다. 우리 스스로 생태계가 되거나 다른 이들과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며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들어 모태펀드를 통해 소셜임팩트 펀드를 조성하면서 투자가 늘었다. 사회적 기업이냐 아니냐를 명확히 구분하려던 이분법적인 틀을 벗어나면서 시장도 커졌다. 그래도 여전히 임팩트 스타트업은 일반 스타트업보다 훨씬 적다”며 김 대표는 “일반 투자사를 비롯해 다양한 파트너가 우리와 함께 도전하면 좋겠다. 파이프라인을 확립해 언더독스 수료 팀과 우리 자회사를 다양한 지원기관, 투자사, 기업과 연결하고 임팩트 유니콘이 국내서도 탄생하는 날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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