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다” 두 스타트업의 ‘우주 마케팅’ 도전기

지구에서 쏘아올린 캔 맥주가 대기권을 뚫고 우주를 향했다. 헬륨 풍선에 매달린 ‘우주IPA’ 맥주는 성층권인 고도 43.5km까지 날아올랐다 다시 땅으로 돌아왔다. 맥주를 우주로 쏘아올린 주인공은 국내 수제 맥주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과 초소형 인공위성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다.

두 스타트업의 우주 마케팅 협업이 화제다. 우주로 무언가를 띄워보낸 시도는 몇 차례 있었지만 두 스타트업이 우주로 띄운 헬륨풍선은 이전 사례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도달했다. 레드불이 후원한 펠릭스의 스페이스 고도(38.5km), 앨런 유스터스 구글 부사장이 시도한 41.4km보다 높은 기록이다.

처음 우주로 맥주를 쏘아올리겠다고 아이디어를 낸 건 전동근 더 쎄를라잇브루잉 대표다. 전 대표는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의 2015년 한국 방문을 주도한 인물이다. 2018년 국내 한 정수기 업체 모델로 이름을 알린 테리 버츠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이 선보인 맥주 중에는 언젠가는 우주로 향하겠다는 염원을 담은 우주IPA 제품도 있다. 이 제품이 바로 전 대표보다 먼저 우주로 향했던 맥주다.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또 있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였다. 우주로 맥주를 쏘아올리겠다는 전 대표 인터뷰를 보고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고 먼저 연락을 취했다. 우주산업과 광고, 크로스오버를 통해 우주에 대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는 계획에뿐 아니라 도전 의식에도 마음이 동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두 사람은 ‘우주’를 매개로 뜻을 모았다. 둘은 곧바로 우주로 맥주를 보내는 BTS(Beer To Space)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첫 시도는 4월 30일이었다. 두 달여간 준비 끝에 맥주를 실어 올렸지만 헬륨 풍선은 제대로 뜨지 못했다. 전 대표는 “이 때만 해도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되짚었다. 기상여건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고 제트기류 예측도 빗나갔다. 인공위성을 띄울때와는 또 다른 변수가 있었다. 우주로 떠난 맥주는 만리포 앞바다에 떨어졌다. 바닷가를 수색했지만 헬륨 풍선은 찾을 수 없었다. 전 대표는 “절망스러웠지만 생각지도 못한 변수와 맞딱드리며 많이 배웠다”며 “배움의 계기였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다시 시작했다. 헬륨풍선이 대기권 밖 영하 50도를 견딜 수 있는지 기기를 꼼꼼하게 살피고 가설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5월 17일, 다시 한 번 맥주를 쏳아올렸다. 하지만 2차 시도 역시 GPS가 잡히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실패를 예감하고 3차 시도를 준비하던 중 헬륨가스 신호가 잡혔다. 발사 장소에서 약 180km 떨어진 경북 경산 야산 한 암벽이었다. 전 대표는 지형을 잘 아는 심마니 도움을 받아 우주IPA와 관련 영상을 회수했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음속을 돌파했지만 우주IPA 캔 외부 손상은 거의 없었다. 영상에는 지구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 수제맥주 스타트업인데 왜 우주로 향하냐는 질문에 전 대표가 말했다. 어려운 도전을 지속해나가면서 회사 자체에 대한 도전 역량,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걸 마케팅으로 풀고 싶었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그러면서 존F 케네디의 1962년 연설을 언급했다. “도전적인 목표는 현재 우리가 가진 에너지와 기술, 한계를 시험하고 측정하는 수단”이라는 내용이다. 전 대표는 “맥주회사지만 불가능이라는 건 없다”며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에 가치를 둔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또 “될지 안될지도 모르지만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회사와 개인이 성장하고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넘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수제맥주 스타트업이지만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의 기술적 도전을 통해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반드시 이뤄내는 창업 DNA를 이루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업을 계기로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우주에 다녀온 맥주캔 영상은 향후 MCN과 협업해 바이럴 영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전 대표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만드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기존 가설을 무너뜨리고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드는 스타트업답게 이번 우주 마케팅도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협업, 혁신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주류 규제 개선안이 발표됨에 따라 보폭이 넓어진 것도 또 다른 기회라고 봤다. 동종업계는 물론 식품업체와도 지속적으로 협업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이미 더랜치브루잉, 갈매기 브루잉, 안동맥주 등와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전 대표 “법 개정에 따라 위탁제조(OEM)이 가능해진만큼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소규모 수제맥주 개발과 브랜딩, 마케팅에 집중할 것”이라며 “추후 다양한 레시피 데이터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더 많은 ODM, OEM 기업과 협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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